캐나다, 앨버타 비아레일 여행
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프린스조지시에 사는 킴벌리 부부는 결혼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연초부터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웠다. 큰맘 먹고 유럽이나 아시아 쪽으로 떠날까도 생각해 봤지만 여건이 맞지 않아 중간에 포기해야 했다. 그렇다고 결혼 30주년을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남편인 벌스 킴벌리는 어느 날 벽에 걸린 캐나다 지도를 봤다.‘밴쿠버부터 토론토까지가 6700km라. 차로 달리면 7일 정도 걸린다지. 뭐 다른 방법이 없을까.’문득 그의 뇌리에 떠오른 것은 비아레일(Via Rail)이었다. 캐나다 국영기업인 비아레일이 운영하는 이 기차는 캐나다 대륙을 횡단하는 철도다. 캐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타본다는 비아레일은 캐나다 철도 역사의 상징이자 자랑이다.‘유럽에 유레일이 있다면 캐나다에는 비아레일이 있다.’비아레일에 대한 캐나다인들의 자부심은 이 한마디로 표현된다. 편리성과 쾌적성을 동시에 갖춘 비아레일 탑승은 캐나다 대륙 여행의 필수 코스다. 때문에 비아레일은 카리브해의 크루즈와 비교되곤 한다.캐나다 관광은 밴쿠버 캘거리로 대표되는 서부와 토론토 몬트리올로 대표되는 동부로 양분돼 있다. 그러다보니 사스카툰 위니펙 등 중부권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 지역은 광활한 대륙의 기상을 맛볼 수 있는 곳이자 대자연이 선사하는 캐나다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9월 10일 앨버타주 재스퍼시 중앙역. 정오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주위에서 관광객들이 하나둘씩 몰려들었다. 어느새 재스퍼 중앙역은 비아레일을 타려는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잠시 후 기차 한 대가 경적을 울리며 녹음이 짙게 물든 로키산맥을 굽이돌아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쉴 새 없이 내달린 기차는 재스퍼 역에 정차해 연료와 물을 보충하며 가쁜 숨을 몰아쉰다. 관광객들 중에는 킴벌리 부부도 끼어 있었다. 당초 밴쿠버에서 열차를 타고 토론토까지 갈 생각이었지만 밴프와 재스퍼 국립공원에서 하루씩 묵은 뒤 재스퍼에서 비아레일을 타기로 계획을 수정했다.비아레일은 대륙횡단 철도답게 열차 내에서 숙식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객실은 개인용 침대가 놓여 있는 1인실, 2층 침대로 구성된 ‘벌스’와 두 개의 침대가 좌우로 나란히 있는 2인실, 2인용 침대 위로 침대 하나가 추가로 설치돼 있는 3인실 등 총 4가지로 구성돼 있다. 각 방마다 독립된 세면기와 화장실이 있으며 침대를 걷어내면 팔걸이의자가 나온다. ‘이 모든 것들이 조그마한 공간에 다 들어갈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붙박이식으로 짜여진 도구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공간 활용도를 높인 비아레일의 매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이 밖에도 비아레일에는 라운지와 샤워장, 식당 등이 마련돼 있다. 식사는 아침을 제외하고는 코스 요리가 나오고 주류는 별도로 계산해야 한다. 우뚝 선 로키산맥과 드넓은 평원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스카이라인 객실이 제격이다. 180도 전체를 투명유리로 만든 스카이라인은 자칫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는 승객들에게 기분전환과 휴식 등 사교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비아레일은 지역별로 밴쿠버에서 토론토까지 잇는 ‘캐나디언(The Canadian)’, 온타리오주 윈저에서 퀘벡주 퀘벡시티까지 잇는 ‘코리더 트레인(Corridor Trains)’, 애틀랜틱 캐나다를 잇는 ‘오션(The Ocean)’, 퀘벡주 가스페반도를 잇는 ‘샬루(The Chaleur)’,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북부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스키나(The Skeena)’, 노바스코샤주를 달리는 ‘브라스(The Bras D’or)’, 북극곰을 볼 수 있는 ‘허드슨 베이(The Hudson Bay)’, 퀘벡주 북부를 잇는 ‘아비티비와 사구나이(The Abitibi and The Saguenay)’ 등 10개 노선으로 구성돼 있다.이중 가장 인기가 높은 구간은 밴쿠버 재스퍼 스카카툰 위니펙 토론토를 거치는 캐나디언이다. 밴쿠버(매주 화, 금, 일요일), 토론토(매주 화, 목, 토요일)에서 각각 출발하며 렌터카나 버스를 이용해 주변 도시는 물론 다른 노선을 자유롭게 갈아탈 수 있다.재스퍼 역을 출발한 지 2시간이 지나면 애서배스카산이 보인다. 애서배스카산은 로키산맥의 5대 절경 중 한 곳. 애서배스카산에는 서울시의 반 정도에 해당하는 면적의 애서배스카 빙하가 있다. 애서배스카산, 안드로메다산 등 8개 봉우리에 걸쳐 있는 애서배스카 빙하는 4번에 걸친 빙하기 동안 형성된 캐나다 서부 최대의 빙하로 영화 ‘닥터 지바고’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캐나다 인디언 말로 ‘갈대가 자라는 곳’이라는 뜻의 애서배스카 빙하는 예전에는 인디언들이 범법자들을 귀양 보내는 곳이었다. 귀양 보낸 인디언들이 애서배스카 빙하를 넘어 살아 돌아오면 죄를 용서받지만 대부분은 도중에 얼어 죽어 인디언들에겐 죽음의 땅으로 불렸다. 1832년 한 사냥꾼에 의해 처음 발견될 당시만 해도 이 빙하는 지금의 스노코치 도로까지 뻗어 있었지만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해마다 크기가 줄고 있다. 물론 캐나다 정부는 빙하의 해빙을 늦추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한번 잘못되면 돌이킬 수 없는 자연의 섭리 앞에 발만 동동 구를 뿐이다. 캐나다 정부는 앞으로 150년 후에는 애서배스카 빙하는 물론 캐나다 내 모든 빙하가 사라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애서배스카 빙하가 녹은 물은 애서배스카 강을 따라 태평양과 대서양, 흑해로 흘러들어가고 있다.애서배스카 빙하는 캐나다 관광회사인 브루스터(Brewster)에 의해 관광지로 개발돼 운영되고 있다. 브루스터는 애서배스카 빙하로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아이스 익스플로러’라는 특수차까지 개발했다. 총 22대로 운영되고 있는 아이스 익스플로러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태울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자동차로 제작비만 7억 원을 호가한다. 전 세계 총 24대 중 23대가 이곳 애서배스카 빙하 아이스필드에서 운용되고 있으며 나머지 한 대는 남극 미국 과학기지에서 탐사용으로 이용되고 있다.재스퍼에서 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밴프는 밴프국립공원 내 가장 큰 도시로 고도(古都)의 멋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밴프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기 위해서는 런들 마운틴의 곤돌라를 타면 된다. 1959년에 처음 문을 연 밴프 곤돌라는 해발 2281m까지 관광객을 실어 나르며 정상에 있는 파노라마 전망대에서는 밴프 시내와 휘슬러 산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파노라마 전망대에서 커피를 한 잔 음미한 뒤 40분 정도 걸어가면 기상관측소를 개조해 만든 1903스톤 전망대가 나온다. 이 밖에도 밴프에는 개장한 지 118년이 넘은 밴프 스프링스 호텔을 비롯해 스튜어트 크릭 골프장과 볼 폭포 등 명소가 곳곳에 있다. 밴프에서 93번 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길가에 엘크 곰 등 야생 동물들이 한가롭게 놀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야생 동물이기 때문에 차에서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93번 도로에 있는 페이토 호수, 보 호수, 헥터 호수 등 명소들을 둘러보다 보면 예상시간을 훌쩍 넘는다. 그중에서 보 호수를 지나 보 고개에서 내려다보는 페이토 호수는 황홀한 물빛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주변 로키산맥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바로 옆 크로풋 빙하는 이 지역 인디언들이 신성시하는 곳으로 세 개의 발을 가진 까마귀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 크로풋이라고 불린다. 인디언들에게 까마귀는 인간의 영혼을 하늘로 올려주는 숭배의 대상으로 고구려인들이 신성시 한 삼족오(三足烏)와 비슷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크로풋 빙하가 만든 세 개의 발가락 중 엄지발가락은 지구 온난화로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이며 나머지 빙하도 100년 안에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밴프에서 북쪽으로 56km 떨어진 레이크 루이즈는 로키의 보물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세계 10대 절경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빅토리아 빙하가 계곡을 타고 흘러 거대한 호수를 이루는 이곳은 CF 광고, 영화 촬영장소로 유명하다. 이 호수는 인디언들에게서 ‘마른하늘에 엄청난 천둥소리가 나는 곳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한 캐나다 사냥꾼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엄청난 천둥소리는 빅토리아 빙하가 무너지면서 생기는 엄청난 굉음이었다. 호수 앞에 있는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즈 호텔은 1890년에 지어진 곳으로 총 497개의 방을 보유하고 있는 캐나다 최고의 특급호텔이다.캔모어를 지나 1번 도로를 타고 가면 카나나스키스가 나온다. 인디언 말로 ‘머리에 도끼를 맞은 사람’이란 뜻을 갖고 있는 카나나스키스에는 피터 러히드, 보 밸리, 브레그 크릭, 엘보 야생지 등 4개의 주립공원이 있다. 카나나스키스는 봄 여름 가을에는 캠핑 낚시 골프를 즐기려는 마니아들로, 겨울에는 크로스 컨트리와 스키 마니아들로 북적인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