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기업을 운영하던 김종명(가명) 사장은 지난 2003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단독주택을 두고 깊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집이 너무 낡아 다른 집으로 이사를 하거나 아예 집을 새로 지어야 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담동 집에 이사 온 후부터 사업이 잘 풀렸고 자녀들도 잘 성장했기 때문에 집에 대한 애착이 무척 강했다. 따라서 다른 곳으로 이사 가거나 집을 헐고 다시 건축하는 것 모두 그에게는 꺼림칙한 일이었다.고민 끝에 김 사장은 건축 전문가를 찾아 집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상의했다. 김 사장의 단독주택은 60여 평 부지에 건축됐기 때문에 집과 마당 모두 작았고 주차 공간도 전혀 없었다. 또 배관 등에도 문제가 있었다.리모델링 전문 업체인 레노베르의 사비나 이사가 이 프로젝트를 맡았다. 주택을 둘러본 사비나 이사는 리모델링을 할 경우 건물 철거, 터파기, 골조 공사비 등이 절약되기 때문에 훨씬 저렴한 가격에 주택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비나 이사는 김 사장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대문과 담을 없애자는 것이다. 대신 도심 속 전원주택을 만들어보자고 설득했다.서울 한복판에서 대문과 담이 없는 집은 이전까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김 사장은 창의적 발상에 승부를 걸어보기로 했다. 이후 본격적인 리모델링 작업이 시작됐다. 우선 집을 가려왔던 대문과 담부터 철거했다. 또 집 앞마당에 작은 정원을 만들었고, 정원 양 옆으로 두 대의 주차 공간도 확보했다.특히 집 외벽에 사용됐던 어둡고 침침한 회색빛의 판석이 철거되고 대신 전원주택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사이딩(siding) 패널이 설치됐다. 방수 기능이 있는 이 패널 위에 하얀 색깔을 칠했는데 바깥에서 보면 나무 위에 흰 페인트를 칠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발코니 부분을 확장해 거실과 방의 공간을 확장했으며 방수를 위한 보강 공사 및 하수도 공사도 이어졌다. 대문을 없애는 대신 집에서 마당으로 나오는 곳에 전원주택에서나 볼 수 있는 흰색 철문을 설치했고 마당에도 아름다운 철제 탁자와 의자를 놓았다. 또 이 집에는 감나무와 포도나무가 있었는데, 현관 출입구 앞에 포도나무 줄기가 자랄 수 있도록 나무 옆에 아치형 울타리를 설치했다. 총공사비는 1억 원 정도 들었다.도심 한복판에서 울타리와 대문을 없앤 파격적 실험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우선 새벽에 우유나 신문을 배달하는 사람들이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면서 뜻하지 않게 선행을 하게 됐다. 동네 사람들도 김 사장의 결단을 칭찬하면서 깨끗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자며 김 사장 앞 골목길에 화분을 만드는 등 동네 분위기 전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집을 팔 계획은 전혀 없지만 2003년 당시 평당 1000만 원 정도였던 가격이 전반적인 땅값 상승과 리모델링 효과로 인해 현재는 2500만 원 정도로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