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30년간 나는 정신과 의사로서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왔다. 불안해 잠 못 이루는 사람들도 있었고, 우울해 자살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었다. 사회적으로는 남부러울 게 없이 성공했고 부자가 되었지만 늘 우울하고 피곤한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 중에 성공한 ‘일벌레’ 김 박사가 있었다. 대학교수인 김 박사는 어느 날 작은 말 실수 때문에 강의 공포증에 빠졌고 분석을 통해 치료할 수 있었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강의를 다시 할 수 있었던 날 김 박사는 기뻐하며 “참 신기해요. 안정제를 먹은 것도 아닌데 어떻게 강의 공포증이 사라졌을까요.”라고 감탄했다. 이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남편과 아이와 함께 여름휴가를 다녀온 김 박사가 들려준 이야기였다.“바닷가로 휴가를 떠났어요. 저녁을 먹고 남편, 아들과 함께 바닷가에 나갔어요. 모래사장 위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밤하늘을 보았지요. 바닷가의 별은 많기도 했고 서울 하늘에서와는 달리 유난히도 빛났어요. 모래사장 위를 뛰노는 아들의 깔깔대는 웃음소리와 굵은 남편의 웃음소리, 그리고 밀려오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문득 저는 ‘아, 이것이 휴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닷가에서 보낸 시간은 채 30분이 안 됐지만 저는 30여 년 평생 처음으로 휴식을 누린 것 같았어요.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그러고 보니까 평소와 달리 휴가를 오면서 노트북을 가지고 오지 않았더군요.”치료자로서 나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 그녀가 얼마나 열심히, 숨쉴 틈도 없이 살아왔는지 잘 아는 나로서는 그녀가 누린 휴식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세상에는 일벌레가 많다. 돈과 지위와 인기를 얻으면 만족이 있을 것으로 알고 숨차게 뛰고 또 뛰는 ‘또 다른 김 박사들’ 말이다. 그러나 천신만고 끝에 지위가 높아지고 인기를 얻었으나 만족은 없고 마음은 공허한 ‘김 박사들’이 많다. 외부적으로는 성공했으나 내면적으로 행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나는 성공 그 자체가 우리의 행복을 좌우하는 요소가 아니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인간은 자신을 알고, 이해하며 성숙해질 때 거기에서 오는 만족과 행복을 누리는 존재이다.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원인이 자기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찾아 치료해야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자신을 자유롭게 하고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기를 분석하는 것이다. 사실 사람들은 모두 자기 분석을 하면서 살고 있다. 일상생활 중에서도 자기 마음을 이해하려는 질문을 자기에게 던진다. ‘내가 왜 이러지?’ 하거나 ‘내가 왜 이렇게 우울하지?’ 하는 식의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는다. 자신을 깊이 이해할수록 인간은 편하고 자유로워진다.내 경험에 의하면 자신을 이해하고 자유를 찾은 사람들은 김 박사처럼 휴식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내가 중요한 인물이란 것을 알게 됐어요. 그리고 세상은 내가 한번 살아 볼만한 곳이라는 것도요.”라고 말했다. 한 부인은 “내가 변하니 내 아이가 행복해졌어요.”라고 말했다. 부부생활이 좋아진 사람도 있었다. 직장에서 대인관계가 편해진 사람들도 있었고 일이 훨씬 능률적으로 된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날밤을 새워도 피곤하지 않게 되었다는 분도 있었다. 낭비하던 ‘정신 에너지(Psychic energy)’가 회복됐기 때문이다. 일에 의욕이 생기고 식욕도 돌아온다. 늘 바쁘고 피곤한 분들은 스스로에게 물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