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은 몸에서 솟아나는 신의 목소리.’ 소프라노 조수미가 국제 무대로 나선 지 올해로 꼭 스무 해를 맞는다. 1986년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여주인공 ‘질다’ 역으로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극장에서 데뷔한 뒤 강산이 두 번 변한 것. 뜻 깊은 데뷔 20년을 기념하기 위해 조수미가 깜짝 선물을 마련했다.바흐 헨델 비발디 퍼셀 등 바로크 시대 작곡가의 곡만을 모아 첫 바로크 음반 ‘바로크로의 여행’을 지난 1월에 소개하고, 9월 한 달간 10개 도시를 돌며 전국 리사이틀 투어를 펼치는 것. 또 있다. 여태껏 공연에만 열중해 왔던 조수미가 그간의 노하우와 철학을 담아 중·고교 음악 교사를 대상으로 첫 ‘교육 콘서트’를 갖는다. 그녀는 이번 교육 콘서트를 시발점으로 ‘마스터 클래스’ 형식의 음악 교육을 정기적으로 진행할 예정이어서 의미가 작지 않다. 그녀가 이번 교육 콘서트를 전설적인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의 줄리아드 음대 마스터 클래스처럼 운영할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우선 8월 30일에는 청소년을 지도하는 음악 교사들을 초청해 진심으로 음악의 아름다운 전달하는 방법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아카데믹 콘서트(호암아트홀)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후 9월부터 서울을 비롯해 수원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전국 10대 도시에서 순회 리사이틀을 갖는다.조수미의 이번 내한공연의 피아니스트로는 그녀와 오랜 세월 함께 호흡을 맞춰 온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빈센초 스칼레라(Vincenzo Scalera)가 내정됐다. 스칼레라는 이탈리아에서 공부하고, 호세 카레라스, 마르첼로 지오르아니, 조수미, 라이나 카바이반스카, 카티아 리카아렐리, 쥐세페 사바티니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가수들과 함께 공연한 연주가다.‘신이 내려준 목소리’라는 전설적인 지휘자 카라얀의 찬사와 ‘일세기에 한두 명 나올까 말까 한 목소리를 가진 가수’라는 주빈 메타의 극찬이 그녀의 진가를 말해준다. 조수미는 밝고 투명한 음색의 금세기 최고의 콜로라투라(경쾌한 소리에 장식적이고 화려한 기교의 고음을 내며 운치 있게 노래하는 소프라노)로 평가받고 있으며, 칼라스와 서더랜드의 뒤를 잇는 이 시대 최고의 벨칸토 소프라노로 인정받고 있다.성악의 본고장 유럽은 물론 전 세계의 모든 오페라 극장에서 최고의 갈채를 받고 있는 그녀는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고난도 발성이 전매특허다.조수미는 어려서부터 성악 무용 피아노 가야금 등을 익히며 예술적 감성을 키웠으며 선화예고를 거쳐 서울대 음대 성악과에 수석 입학한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옛말을 실감케 하는 출발이었다. 그리고 1년 후, 1983년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으로 유학, 불과 2년 만에 나폴리에서 개최된 존타 국제 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으며 파란을 예고했다. 곧바로 시칠리 엔나국제콩쿠르는 물론 1986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비냐스국제콩쿠르,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레토리아국제콩쿠르, 이탈리아 베로나콩쿠르 등을 제패해 나갔다. 유럽 평정이다.1986년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극장에서 오페라 가수로 데뷔한 그녀는 1988년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의 만남으로 세계 정상의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 것. 카라얀의 극찬과 함께 오디션에 초청돼 게오르그 솔티 경이 지휘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의 오스카 역으로 출연한다. 또 ‘잘츠부르크의 카라얀’이라는 비디오를 녹음해 대성공을 거둔다.그녀의 역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라 스칼라, 런던 코벤트 가든 오페라단,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 등 세계 정상급 오페라단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는가 하면 주빈 메타, 제임스 레바인, 로린 마젤, 플라시도 도밍고 등 세계 최상급 지휘자나 연주자와 잇따라 공연을 갖고 있다.조수미는 현재 세계 유수의 오페라 극장과 페스티벌의 캐스팅 1순위 소프라노로 우뚝 서 있다. 그녀는 평소 음악 활동뿐 아니라 사회공헌 분야에서도 리더라 부를만하다. 광고 출연금 전액을 유니세프(UNICEF·국제연합아동기금)에 기부하는가 하면 세계식량계획(WFP)의 기아퇴치 걷기 대회에도 자주 참가하고 있다. 가슴이 따뜻한 음악가라는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런 그녀가 데뷔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고국 무대에서 의미 있는 공연을 시작할 예정이다.20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소프라노 조수미. 언론을 통해 “이제는 팬들에게 영원히 기억되고 사랑받는 아티스트로 남고 싶다.”는 욕심을 피력할 만큼 이제는 침착하게 걸어온 길을 돌아보려 한다. 한층 성숙되고 넓어진 그녀의 음악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