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 전의 일이다. 지인의 주선으로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예술가 7~8명이 함께하는 저녁식사에 초대됐다. 이날 모임은 정치· 사회·문화 등 다양한 화두를 중심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이어졌다. 메인 음식으로 제공된 호주산 블랙앵거스 비프와 2001년산 프루노토 바롤로의 조화가 훌륭하다 생각하며 식사를 마치고 나니, 웨이트리스가 빈 식기와 은 식기를 치웠다.그러던 중 필자의 오른편에 있던, 모 기업 대표의 호통소리가 들렸다. 웨이트리스가 식기를 치우던 중 실수로 포크를 바지 위에 떨어뜨린 것이다. 사실 필자가 놀랐던 것은 포크가 떨어져 양복바지에 얼룩을 남긴 것보다는 그 대표의 태도였다.“어떻게 고급 레스토랑에서 이런 실수를 할 수 있느냐.”며 호통을 치는데, 그 웨이트리스는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식기를 치우며 거듭 머리를 조아렸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짜증 섞인 말투로 종업원을 꾸짖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만약 그분이 필자와 가까운 사이였다면, 그가 냅킨을 잘못 놓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물론 직원의 실수가 불쾌할 수 있지만, 그 분이 냅킨을 무릎 위에 제대로 놓고 식사했다면 그런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 분의 냅킨은 어설프게 드레스셔츠와 배를 가리고 있었다.식사 중, 옷자락에 음식물 자국이 남게 되면 식사의 즐거움을 빼앗기고 또 이를 잘 처리하지 못하면 동석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따라서 식사 중에는 냅킨을 목에 두르거나 벨트에 끼우지 말고, 무릎 위에 올려놓는 것이 제대로 된 매너다.그 순간 필자의 뇌리에 프랑스 유학 시절이 스쳐 지나갔다. 코르동 블루 재학 시절 담당 교수와 함께 모 식사 모임에 참석한 경험이 있었다. 그 때 필자 바로 옆에 앉아 있던 학과장의 테이블 세팅이 잘못돼 다른 사람들보다 나이프가 하나 부족했다. 당연히 이를 처음 발견한 담당 교수는 서빙을 마친 웨이트리스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목소리도 들리지 않아 무슨 일인가 궁금했지만 잠시 후 나이프를 가져와 다시 세팅을 하는 웨이트리스를 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칵테일 파티나 디너 모임에 15분 이상 늦어질 것 같다면 반드시 호스트에게 연락을 해두라. 테이블에 앉을 때, 나이가 많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이 옆자리라면 여성이 남성의 의자를 빼는 것을 도와줄 수 있다.냅킨은 식사 중에 항상 무릎 위에 올려놓으며 자리를 비울 때는 의자 위에 놓아둬야 한다. 냅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것은 종료를 의미한다. 다음 코스에 쓸 포크나 나이프가 모자라면 조용히 하나 더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주문한 스테이크가 너무 많이 익혀졌거나 너무 설익었다면 조용히 정중하게 다시 요청할 수 있다. 음식을 서빙하는 웨이트리스에게 간단히 고맙다고 말하는 것은 팁이다. 빵이나 음식을 본인의 접시에 직접 덜어먹을 경우에는 너무 많은 양을 덜지 않아야 하며 음식은 자신의 왼쪽에 앉은 사람에게 전달한다. 식사 중 음식물을 본인의 옷에 떨어뜨렸을 때에는 소란을 피우지 않고, 조용히 양해를 구한 뒤 화장실로 가서 얼룩을 최대한 지우는 것이 좋은 식사 예절이다.식사 중에 큰 소리로 트림을 했다면 괜히 가슴을 두드리거나 헛기침을 하기보다는 ‘실례 했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바른 에티켓이다. 또 컵을 엎었거나, 식기를 떨어뜨렸다면 조용히 직원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