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담동 정통 프랑스 레스토랑, 팔레 드 고몽
르고뉴 스타일의 달팽이, 마늘 향을 가미한 개구리 다리, 와인에 찐 꿩, 메추리 오븐 구이…. 프랑스 현지에 가서나 맛볼 수 있는 귀한 요리로 승부를 걸고 있는 레스토랑이 있다. 7년 전 럭셔리 외식 1번지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문을 연 프랑스 레스토랑 ‘팔레 드 고몽(Palais de Gaumont)’. 이 식당은 청담동에서 정통 프랑스 레스토랑의 원조로 뿌리를 내렸다.“레스토랑이란 단지 식욕을 충족하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이라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어설픈 퓨전이 설레발치는 우리네 상류층 음식 문화를 꼬집고 싶어 정통 프렌치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습니다.”팔레 드 고몽 서현민 사장의 말이다. 그는 학창시절 영화감독을 꿈꿨다. 서 사장이 고몽을 단순한 레스토랑이 아닌 문화공간으로 꾸미기로 작정한 것도 그의 꿈과 무관하지 않다. 레스토랑을 ‘극장’이라 가정하면 고객은 식사라는 품격 있는 공연을 즐기는 주인공이 된다. 공연의 질을 높이기 위해 사장은 무대장치와 공연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2층짜리 레스토랑 건물은 건축에 문외한이던 서 사장의 손때가 묻어 있다. 설계도를 직접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건물이 완공되는 데 꼬박 2년이 걸렸다. 내부 인테리어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6개의 문짝을 수작업하는 데 5개월, 중세 문양의 바닥을 재현하는 데 4개월, 열 뼘도 되지 않는 천장의 한 귀퉁이를 작업하는 데만 2개월이 소요됐다.완벽한 테이블 세팅을 위해 백악관에 납품되는 포크와 나이프를 미국에서 공수했고, 바티칸 성당과 로마 정부 청사 안에서만 마실 수 있다는 안토니오 커피를 로마에서 직접 들여왔다. 이 밖에 200년 이상 된 앤티크 가구와 범상치 않은 유화 그림으로 실내를 장식, 고전적이며 중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화장실도 범상치 않다. 일명 ‘단풍잎 화장실’이라 불리는 고몽의 화장실은 사소한 감동이 고객의 마음을 얼마나 잘 움직이는지 잘 보여준다. 하얀 변기 안에 예쁜 단풍잎을 띄워놓고 손님이 화장실을 찾을 때마다 매번 새로운 이파리를 볼 수 있도록 배려한다. 서 사장은 신입 직원에게 이 업무를 맡긴다고 한다. 손님이 화장실에 가면 그림자처럼 따라가 변기 안에 새로운 단풍잎을 살포시 놓아두는 일이다. ‘레스토랑은 음식을 먹는 곳이지만 화장실을 잘 관리해야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서 사장의 철학이 배어 있다.그래도 레스토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다. 팔레 드 고몽은 프랑스 100인 미식가 협회의 이브 그로고자(Pro.Yves Grosgogeat) 회장으로부터 ‘이미 미슐랭 스타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아 프랑스 언론에도 소개됐다. ‘미슐랭 스타(Michelin star)’는 프랑스 미식가 협회로부터 별 3개를 받은 곳으로 성대한 시상식을 갖는 동시에 그 요리사는 최고의 명성을 얻게 된다. 외식업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곳의 차범수 총주방장은 호텔에서 기본기를 익힌 후, 고몽의 오픈 멤버로 시작해 거의 독학으로 프랑스 요리를 터득했다.“프랑스 요리는 세심한 재료 선택과 조리 방식 등에 따라 다양한 요리를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요리의 완성도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독창성이나 창의성도 질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죠. 그런 면에서 프랑스에서 진공으로 공수한 거위 간(푸아그라)을 사용한 요리는 재료가 독특하면서도 신선해 최고의 인기 메뉴입니다. 이 밖에도 양고기 스테이크와 농어 요리가 일품이죠.”(차범수 총주방장)프랑스 요리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디저트다. 이는 메인 요리만큼의 중요성을 지닌다. 그래서 팔레 드 고몽에서는 디저트만 담당하는 전문 파티시에(제과제빵전문가)도 두고 있다. 이곳의 자랑거리인 ‘수플레’는 알만한 사람이면 다 알 정도로 유명하다. 달걀 흰자위를 거품을 내 부풀려 바닐라 소스를 듬뿍 얹어 내놓는 수플레를 한 입 떠먹어 봤다. 입 안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려 혀끝을 감싸는 느낌에 아드레날린 수치가 올라가는 듯 즐거워진다. 스푼이 수플레와 입안을 빠르게 오가는 사이 순식간에 바닥이 보인다. 마법 같은 맛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