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리모델링 전략
찍한 단독주택이 있던 자리에 빌라들이 들어서고 있다. 대지 200평 규모의 단독주택 자리에 새로 짓는 건평 100평 안팎의 5~7층 빌라들이 고급 주택가에는 자주 눈에 띈다.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 초입에만 들어서도 빌라 신축 현장들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곳에는 빌라 분양 현수막이 어김없이 나붙어 있다.정부의 각종 제동 장치로 대규모 재건축, 재개발 사업이 얼어붙고 있는 데다 땅값이 크게 뛰면서 요지에 아파트를 짓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지 않는 데다 요지 개발의 틈새를 파고드는 빌라 수요는 이러한 부동산 시장 여건에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빌라에는 중독성이 있다. 한번 빌라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아파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빌라만 고집하는 속성이 있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아파트의 획일성, 이웃은 많지만 정을 주고받지 못하는 아파트 생활의 고립감, 사계(四季)나 하루의 변화를 느끼게 해주는 마당 문화의 부재 등은 빌라 마니아들이 ‘사람 냄새나지 않는 곳’이라며 아파트를 멀리하는 요인들이다.반대로 빌라도 아파트를 닮아가는 측면이 있다. 평면 구성이 아파트와 거의 유사해지거나 빌라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발코니도 사라져 간다. 워낙 아파트 시대라 아파트를 닮아가는 빌라는 수요자 눈에는 익숙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빌라의 가치를 갉아먹는 잠재 요소들이다. 빌라는 빌라다워야 한다. 80평형 이상의 대형 평형을 찾는 수요자에게 아파트 분위기의 빌라에 구미가 당기겠는가. 나만의 개성, 색다른 평면, 비슷한 취향과 수준의 이웃이 받쳐주는 빌라라면 매력을 느낄 것이다.빌라가 빌라답지 못하다면 리모델링으로 재포장해야 빌라의 가치를 올릴 수 있다. 아파트 분위기의 평면이라면 입주자 취향에 맞춰 빌라 분위기로 리모델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품 수준의 빌라를 지어놓고도 분양이 안 된다면 분양 타깃을 리모델링하는 방법도 고려해볼만 하다.아파트 분위기의 빌라는 편의성이 뛰어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편의성은 살리되 빌라 분위기로 바꾸는 게 리모델링의 포인트다. 우선 입주자의 취향에 맞게 평면을 고치는 것이 순서다. 좁은 공간을 여러 개로 나눈 게 아파트 분위기의 평면이라면 빌라 분위기를 낼 때는 공간 분할을 크게 가져가야 한다. 공간을 넓게 가져가면서 AV룸 서재 화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하면 전체적인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아파트의 경우 발코니를 확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빌라는 발코니를 살려서 활용하는 게 빌라다워 보인다. 발코니에다 미니 정원을 꾸미면 집안 분위기도 화사해지고 빌라 전체 외관도 좋아지면서 가치 상승에 도움이 된다.빌라에는 여러 가구가 나눠 살지만 한 가구의 주택을 가꾸는 것처럼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입주해 있는 빌라라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단독주택에 버금가는 분위기로 공용 공간을 리모델링하면 가치는 높아질 것이다. 1층에는 앞마당 역할을 하는 정원을 꾸며야 하고 정원에 벤치라도 놓으면 보기만 하는 정원이 아니라 자연과 호흡하는 공간으로 바뀐다. 좀 더 적극적이라면 정원에 미니 골프연습장을 들일 수도 있다. 옥상에는 바비큐 장을 마련해 이웃간의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자리로 만들 수 있다.동호인 투자 방식으로 지은 빌라 가운데 장기 미분양인 경우가 왕왕 있다. 작품 수준으로 지었지만 분양 방식이 서툴러 장기간 입주자를 찾지 못하는 경우다. 집은 숨쉬는 공간이다. 사람이 살지 않고 1년 이상 비워두면 지은 지 10년 된 집처럼 병이 든다. 미분양이 길어질수록 빌라의 가치는 떨어지게 마련이다.장기 미분양 빌라도 리모델링을 통해 미운오리새끼에서 황금거위로 바뀔 수 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분양하기보다는 비슷한 수준의 특정 소수를 분양 대상으로 압축하는 것이 장기 미분양 빌라를 해소하는 첫걸음이다. 일단 특정 소수로 압축되면 예비 입주자 선호에 맞춰 가구별로 리모델링 계획을 잡고 입주 전에 공사를 끝내는 게 바람직하다. 계단 등 공용 공간의 누수를 점검하고 페인트칠을 하는 것도 장기 미분양 빌라를 해소하기 위한 리모델링 방법이다. 장기 미분양 빌라도 리모델링으로 재포장하면 새로운 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있다.일단 빌라에 입주했다면 유지 관리에 신경을 쏟아야 한다. 단지형 빌라가 아니고 한 동으로만 이뤄진 빌라의 경우 유지 관리를 소홀히 하기 쉬운데 그럴수록 집이 빨리 망가진다. 장기적인 유지 관리를 위해 공신력 있는 리모델링 업체와 계약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입주 후 일정 시점이 지나면 주기적인 외장 리모델링을 실시, 토지분뿐만 아니라 건물 자체에도 값어치를 높여야 한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