즘 들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빠질지 모른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일반적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실질소득과 체감경기가 크게 악화된다. 또 정책 처방이 어려워 경제가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현 시점에서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빠질 것인가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미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경제가 2분기 들어서는 잠재 수준을 크게 밑도는 2.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미국 경제와 함께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또 하나의 축인 중국 경제는 올 9월 이후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강력한 긴축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에 기록한 11%에 가까운 성장률은 현재 잠재성장률로 추정되는 8%를 약 3%포인트 상회하는 수준이어서 그대로 방치할 경우 과열 경기에 따른 부작용이 심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반면 인플레 여건은 만만치 않다. 이미 80달러에 근접하고 있는 국제 유가는 주요 산유국들의 자원민족주의와 석유업체들의 투자 부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사태를 비롯한 지정학적 위험, 투기자금들의 가수요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세계 경기가 둔화된다 하더라도 쉽게 안정을 찾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또 그동안 세계 경제가 호황을 지속하는 가운데 인플레를 안정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던 중국의 상품 비용 여건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수익성이 악화된 중국 기업들이 악화된 비용 여건을 최종상품 가격에 본격적으로 전가하면서 중국 상품의 수입 비중이 높은 국가(예:미국, 한국)일수록 인플레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이 때문에 세계 각국들이 정책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각국의 중앙은행은 여전히 높은 인플레 압력을 감안해 금리인상에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경기 둔화 가능성을 우려해 실제로 금리를 올리지 못하거나 올릴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이론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경우 한 가지 정책 수단만으로 여러 개의 거시경제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다. 자칫 잘못하다간 정책수단끼리 서로 얽히고설키는 ‘스파게티 혹은 누들 볼 효과(Spaghetti or noodle bowl effect)’가 우려된다. 본래 스파게티 혹은 누들 볼 효과라는 용어는 올해 초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가 “과도한 FTA 확산은 무역의 복잡성을 증대시켜 오히려 기업에 해를 줄 수 있는 이른바 스파게티 혹은 누들 볼 효과가 우려된다.”고 지적한 데서 비롯됐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거시경제 목표별로 효과가 큰 정책 수단을 선별해 체계적으로 집행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우리 경제는 어떤가. 현재 정책 당국의 낙관론과 민간을 중심으로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으나 갈수록 비관론으로 기울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민간 전망 기관들은 올 4분기 이후에는 경제성장률이 3% 대로 급락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반면 물가는 아직까지 목표 범위 내에서 통제되고 있으나 갈수록 인플레 압력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와 중국 상품의 수입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예측한 자료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3% 대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각종 현안을 놓고 우려하던 스파게티 볼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경기를 보는 시각이 엇갈려서인지 경제 정책 방향도 혼선을 빚고 있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지금까지 같은 배를 타왔던 현 정부와 열린 우리당 간에 뉴딜정책과 같은 경기부양론을 놓고 갈등이 심한 점이다. 얽히고설킨 국수는 찬물에 담갔다가 꺼내면 가지런히 정돈된다. 우리 정책 당국자에게 던지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