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 정유업계 알짜기업 S-Oil

시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기업들이 증시에 상장됐다가 중도 탈락하고, 일부는 생존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결국 지금의 주가지수는 살아남은 자들만의 주가 총합이기 때문이다. 결국 주식 투자란 최종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를 판단하는 작업이기도 하다.그러나 주식시장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다. 미국 증시의 대표지수인 다우존스지수를 봐도 그렇다. 다우지수는 지금 미국을 대표하는 30개 초우량 기업으로 구성되지만 지난 1896년 출발 당시만 해도 불과 12개 종목으로 출발했다.그렇다면 1896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다우지수에 살아남은 종목은 몇이나 될까. GE(제너럴일렉트릭) 하나밖에 없다. 더구나 GE조차도 한때 다우지수에서 탈락됐다가 1907년에 다시 편입됐던 만큼 엄밀하게 본다면 과거 110년 동안 지속적으로 다우지수에 살아남은 종목은 단 하나도 없는 셈이다.국내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기간을 다소 짧게 잡더라도 종목 간 부침 현상은 확연히 드러난다. 16년 전인 지난 1990년 당시 시가총액 상위 30위 종목 가운데 증시에서 자취를 완전히 감춘 종목은 무려 12개에 달한다. 당시 12개 종목은 모두 내로라하는 해당 산업의 대표 주자들이었지만 이들 기업의 장기 성장성을 믿고 돈을 묻어 뒀던 투자자들은 보유 주식이 휴지조각으로 변해버린 쓰라림을 맛봐야 했다.국내 증시를 역사적으로 고찰한 명(名)보고서를 써내기로 유명한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장은 “결국 장기 생존 가능한 주식을 찾는 게 성공 투자의 관건.”이라며 “이는 결국 기업들의 과거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S-Oil(대표 사미르 투바이엡)은 이런 측면에서 확실히 주목받는 주식이다. 주식 전문가들은 대부분 S-Oil을 장기 성장성이 돋보이는 몇 안 되는 주식으로 꼽고 있다. 실제 이 회사는 지난 1987년 증시에 상장된 이후 줄곧 시가총액 상위를 유지해 오고 있으며, 주가도 꾸준히 상승 과정을 밟아 왔다. 증권정보업체인 와이즈에프앤이 과거 자사주 소각 등을 감안한 수정 주가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S-Oil 주가는 상장 당시 주당 6202원에서 현재 6만8500원(2006년 8월 9일 종가 기준)으로 10배 이상 상승했다. 매년 주당순이익(EPS)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현금 보유량도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주주들에게 배당도 안정적으로 나눠주고 있다. 장기 투자자들에겐 더없이 안성맞춤인 종목이다.S-Oil의 투자 포인트를 하나씩 분석해보자.S-Oil은 정유시장 점유율에서 SK㈜와 GS칼텍스에 이어 업계 3위지만 고도화된 설비를 갖춘 덕분에 정제 마진 측면에서는 경쟁사를 앞선다. 주요 주주인 사우디 아람코로부터 정유 원료를 공급받아 정제한 후 가솔린이나 경유 등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게 주 사업이다. 가솔린 등유 경유 등의 경질유 비중이 전체 매출 물량의 68% 선을 차지하고 있다.이 회사는 또 경질유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고 있는데 수출 지역이 대부분 북미 일본 등 선진국 시장이어서 마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이 같은 점 때문에 S-Oil은 지난 1987년 기업 공개 이후 꾸준한 실적 증가세를 유지해 왔다. 특히 이익률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2005년 실적 기준으로 S-Oil의 영업이익률은 7.3%로 업계 1위인 SK(주)의 5.5%를 앞섰다.이익창출력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에서도 S-Oil은 27.2%(2006년 예상 실적 기준)로 경쟁사 수준을 월등히 앞서고 있다.S-Oil의 첫 번째 투자 포인트는 바로 업계 최고 정제 마진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실적이다. 앞으로도 과거와 같은 실적 증가세가 꾸준히 유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무엇보다 정유 업황이 S-Oil의 강점 분야인 경질유 중심으로 꾸준히 좋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질유 시황이 호조를 보이는 이유는 전 세계적인 환경 규제 심화와 상대적으로 타이트한 수급 구조를 갖추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이 회사는 또 매출 비중은 낮지만 중질유 부문에서도 25%에 달하는 고도화 설비를 갖춰 중질유 제품의 크랙 마진 확대에 따른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크랙 마진이란 원유의 1차 가공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2차 정제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 경우 원유와 2차 정제제품 간 가격차를 말한다.크랙 마진폭이 클수록 이익은 늘어난다. S-Oil이 올 들어 국제 유가 상승이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1, 2분기 연속 국내 정유사 중 가장 돋보이는 실적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고도화 설비 덕분이다. 결국 최근 경질유 중심의 시황과 중질유 제품의 크랙 마진 확대는 S-Oil의 수익성이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해 주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S-Oil은 적어도 향후 3년간은 매년 영업이익 1조 원 이상을 무난히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S-Oil은 여기에다 대규모 신규 증설 투자를 통해 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해 가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3조6000억 원을 투자해 2010년까지 대규모 제2 고도화 분해시설을 충남 대산지역에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S-Oil의 정제 능력은 업계 2위 수준으로 부상하게 되며 고도화 비율 역시 현재 25%에서 30%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신규 투자에 필요한 자금 마련은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추진 중인 자사주 매각으로만 최소 2조 원 이상이 유입되기 때문이다.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1조2000억 원에 달하는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게 된다는 점도 S-Oil의 매력 포인트다. 현금성 자산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배당 여력이 튼튼하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실제 S-Oil은 유가증권시장 대형주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꼽혀 왔다.이 회사는 매년 7%대(배당수익률 기준)의 높은 배당을 실시해 오고 있다. 7% 대의 배당수익률은 국내 정유 업계는 물론 세계 정유 업계 주요 기업들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세계 최대 정유업체인 미국 엑손모빌의 경우 배당수익률은 2.0%(2005년 기준)에 불과하다. S-Oil은 배당 성향(배당 총액이 연간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5년 사업연도 기준 66%로 최고 수준이다.물론 일각에선 대규모 투자에 따른 배당 감소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롯데그룹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진 자사주 매각이 성사될 경우 롯데의 보수적인 경영방침 때문에 배당이 줄어들 것이란 지적도 일부 흘러나왔다.실제 이 같은 염려가 시장에 반영되면서 S-Oil 주가는 올 연초 시장 평균 수익률에 비해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S-Oil의 고배당주로서의 매력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S-Oil의 자사주(28.4%)가 만약 롯데그룹으로 넘어간다 하더라도 여전히 35%의 지분을 보유한 아람코가 대주주로 남아 있기 때문에 아람코의 고배당 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업계 한 관계자는 “아람코가 S-Oil 지분에 대해 여전히 애정을 갖고 있는 이유는 안정적인 원유 판매와 배당 확대를 통한 투자 이익 극대화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설비 투자도 위에서 언급했듯이 자사주 매각 대금과 보유 현금 등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배당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물론 S-Oil의 우수한 내재가치와 달리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외부 변수도 있다. 무엇보다 자사주 매각이 원활하게 이뤄질 지 여부는 중·단기적으로 S-Oil 주가흐름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다. 현재 업계에는 S-Oil 자사주를 인수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롯데그룹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 양사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자사주 매각 협상은 깊숙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황상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양사 간 결합 효과에 대해 “호남석유화학 등 롯데의 유화 계열사들은 나프타의 자급 및 수직계열화라는 측면에서, S-Oil은 3조5000억 원 이상이 소요되는 제2고도화 설비 건설자금 마련이라는 측면에서는 가장 유력한 윈-윈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이런 긍정적 효과를 떠나 인수 가능성 측면에서 볼 때 가능성을 예단하기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 유화 계열사들의 연결기준 순현금 흐름이 1조 원에 육박하고 있으나 호남석유화학이 이미 향후 3년간 6400억 원 이상이 투입될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상태여서 독자 인수 주체가 되기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다. 황 연구원은 또 “S-Oil 자사주 28.4%의 가치가 2조 원을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1조 원 이상 순현금을 가진 롯데쇼핑의 개입이 요구되나 당사자인 롯데쇼핑이 부인했듯 이렇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자사주 매각은 여전히 안개에 싸여 있는 상태다.리스크 요인은 또 있다. S-Oil은 내수시장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수출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때문에 환율 변동에 대한 노출도가 내수 위주 업체들에 비해 크다는 단점이 있다.마지막으로 주가 수준을 보자. 우선 주가수익률(PER)은 10.3배로 경쟁사 대비 높은 편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2.4배로 높다. 그만큼 경쟁사와 시장 대비 주가가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는 증거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회사의 높은 수익 창출력을 감안하면 프리미엄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더구나 업계 최고 수준의 ROE와 고배당 매력, 향후 지속적인 실적 호조 예상 등을 고려하면 S-Oil의 주가는 장기적으로도 투자자들의 관심 속에 꾸준한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