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짜기
금까지 연금 재테크의 필요성과 각종 연금 및 펀드 상품에 대해 알아봤다면 이제 퍼즐을 맞추듯 이런 상품들의 특징을 조합해 노후 준비라는 전체적 그림을 어떻게 그릴지 생각해 볼 차례다.다른 문제도 마찬가지지만 노후 준비, 그중에서도 경제적 문제를 다루는 경우 역시 직접 판을 짜기 전에 무엇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흔히들 노후자금 또한 ‘다다익선’이라며 가능한 한 많이 준비하면 될 것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게 단순한 것은 아니다. 우선 지금처럼 어려운 경제 살림에 저축을 많이 하는 것은 그리 현실성도 없고 노후의 경제적 문제는 젊은 날의 눈으로 보면 자칫 빠뜨리기 쉬운 중요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적립 단계의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해 생각해 보자. 무엇보다 투자 기간이 장기에 걸치는 만큼 투자의 수익성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20~30년이란 기간은 사소한 수익률 차이에도 매우 다른 결과를 낳는다. 그런데 문제는 투자 수익을 높이고자 하면 그만큼 투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손실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투자에는 꿩도 먹고 알도 먹는, 바꿔 말해서 수익률을 높이면서 투자 위험을 줄이는 방법은 없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가지 공짜 수익률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노후용 투자 자금에 대한 세제 혜택이다. 물론 투자 수익률과 소득세율의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가정 하에서의 은퇴 자금에 대한 세제 혜택은 일반 저축에 비해 20%를 훨씬 넘는 적립금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세제 혜택을 최대한 늘릴 수 있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참고로 연금제도에 대한 세제 혜택을 보면 적립 보험료에 대한 소득공제와 함께 적립금의 투자 이익에 대한 세금을 연금 수령 시까지 연기해 주는 것을 말하며 개인연금 중에서 저축성보험(연금보험이나 변액연금)의 경우 비록 소득공제는 없지만 적립 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 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을 아예 면제해 주고 있다. 두 번째로 은퇴자금은 노후의 생명선이니 만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안전하다는 말은 금고가 튼튼한 것(예를 들어 믿을 만한 금융사) 외에도 몇 가지 추가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선 자금이 다양하게 분산 보관돼 있어야 한다. 이 경우 어느 한 쪽의 자금에 예기치 않은 투자상 문제나 금고의 부실 문제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다른 쪽에서 보충이 되므로 보다 안전해진다. 또 다른 하나는 본인의 통제가 불가능한 외부로부터의 역풍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후에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이나 예상보다 너무 오래 사는 문제가 이런 것들이다. 이런 문제는 결과적으로 노후자금을 손상시키는 등 악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지극히 현실적인 측면에서 노후자금의 경우 월급처럼 꼬박꼬박 입금되도록 하는 것이 번거로움을 덜어주며 그리고 해약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해 자식들이나 남들이 빼앗기(?) 어렵도록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세 번째는 중대 질병 및 유산에 대비해 목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연금 상품이 그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에서 많이 판매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러한 목돈의 필요성 때문이라고 한다. 일단 연금소득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에서 골고루 나오는 게 좋다. 자금의 분산을 통한 안전성 제고가 가능하며 장수 및 인플레이션 위험도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개인연금이 담당하기 힘든 인플레이션 위험은 국민연금으로 커버가 가능하다. 30년 정도 노후를 준비한다면 은퇴 후 소득의 30% 정도를 국민연금이 담당할 수 있다. 따라서 은퇴 전 생애평균소득의 80% 정도가 은퇴 후에도 필요하다고 가정할 경우 30년 동안 나머지 50% 정도를 노후 대비용 저축으로 보충해야 한다. 만일 은퇴 후 생존기간을 20년으로 본다면 이 경우 월 소득의 평균 35~40% 정도를 매달 저축해야 한다. 물론 집이나 기타 자산을 고려하면 소요 금액은 줄어든다. 개인별 상황이 워낙 달라 일률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은 매우 힘들지만 40대 이상인 경우는 직장인이나 자영업을 막론하고 국민연금을 투자 최우선 순위로 둬야 한다. 장수 위험, 인플레이션 위험, 수익률에서 타 연금에 비해 탁월하고 설령 기금 고갈이 온다 해도 절대 손해 보지 않기 때문에 최고의 투자 대상이다. 특히 50대 이상은 가능한 한 가입 기간을 늘리고 가장 높은 소득으로 신고, 최대로 적립해야 한다. 국민연금 다음 투자 순위는 직업별 소득별로 다르다. 직장인의 경우 노후의 소득이 현재 수준을 능가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 한 질병 대비 등 비상자금을 고려한 나머지 돈은 퇴직연금에 모두 다 적립해도 별로 후회할 일은 없다고 보면 된다. 왜냐하면 퇴직연금은 세제 혜택과 함께 단체 가입이 제공하는 혜택 등 많은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단 분산 투자 문제를 고려해 퇴직자금을 운용할 금융사를 다양하게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퇴직연금은 20~30년 장기 투자인 만큼 낮은 수익률의 안전 자산을 택하기보다 주식이 포함된 공격적인 자산을 선택하는 게 좋다. 초장수라는 문제와 인플레이션의 위협을 생각해 보면 안전 자산을 고집하는 것은 마치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나 질병에 대비한 비상자금은 보험으로 해결해야 한다. 통상 보험은 소득의 7~10%가 적당하다고 추산된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기 힘들거나 어느 정도 예상되는 비상자금(예:학자금, 결혼자금)에 한해서만 해약에 따른 불이익이 적은 적립식 펀드나 혹은 대출이 가능한 개인연금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 가지 중 선택은 투자 기간에 따라 다른데 10년을 기준으로 그 이상은 저축성보험(변액연금 등), 그 이하는 적립식 펀드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다. 다만 원금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원금보장 장치가 있는 저축성 보험이 유리하다. 앞서 퇴직연금은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게 좋지만 비상자금을 위한 투자의 경우 채권 등 안전 자산 위주로 해야 한다. 자영업의 경우는 우선 현재는 개인퇴직계좌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개인연금이나 적립식 펀드로 노후 대비를 해야 한다. 선택 기준은 위에서 언급한 투자 기간(10년) 외에 세금 문제가 있다.세금은 향후 노후 자금의 손실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저축성 보험(변액연금 등)은 외국의 전례를 찾기 힘들 만큼 상당한 재(세)테크 수단이 된다. 즉, 10년 이상 가입할 경우 향후 국가 전체적으로도 상당한 인상이 예상되는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자영업자는 일단 비상자금을 적립식 펀드로 확보하고 그 나머지에 대해 선택해야 하는데 노후 소득이 현재 소득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또한 안전성을 생각한다면 저축성 보험을, 환금성을 생각한다면 적립식 펀드가 바람직하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