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대안투자 적립식 펀드

회사원 정모(39) 씨는 최근 한국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주식펀드’에 가입했다. 이 상품은 가입 후 1년 이내에 환매할 경우 이익금의 70%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2년 이내에는 수익의 50%, 3년 이내에는 30%를 거둬 간다. 최소 3년 이상은 묻어 두라는 얘기다. 적립식으로 이 펀드에 가입한 정 씨는 “잊어버린 셈 치고 매달 월급에서 자동이체로 일정액을 떼서 투자할 생각.”이라며 “기대만큼 수익률이 나온다면 10년 이상이라도 계속 맡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에서 ‘몇 년 안에 몇 억 만들기’ 식의 적립식 펀드 광고를 흔히 접할 수 있다. 단기간에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는 마케팅 측면의 광고 기법일 뿐 적립식 펀드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적립식 펀드는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짧은 기간에 얼마의 자금을 마련한다는 생각보다는 10년, 20년 후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적립식 펀드는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한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펀드 전문가들은 노후 대비를 위해서도 적립식 펀드를 적극 활용하라고 권한다. 특히 주식형 펀드에 일정액을 투자해 초과 수익을 노리라고 주문한다. LG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인 기준으로 전국 평균 고령 가구 생활비는 연 1485만 원으로 계산됐다. 현재 40세인 경우 전국 평균 수준의 노후 생활을 위해서는 60세까지 2억8639만 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승훈 한국증권 펀드분석팀장은 “현재 40세인 가장이 전국 평균 수준의 노후를 위해서는 60세까지 매월 65만 원을 적립해야 한다”며 “가계 평균 흑자액이 월 52만 원이므로 월 13만 원 정도가 부족한데 이는 적립식 펀드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투자 기간이 길수록 초과 수익을 낼 가능성이 큰 만큼 장기간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면 ‘부족한 2%’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증권에 따르면 펀드 적립 기간별 연평균 수익률은 최근 5년의 경우 14.1%로 높지만 4년은 12.2%, 3년은 8.9%로 기간이 짧을수록 성과가 떨어졌다. 연평균 펀드수익률이 정기적금 금리를 상회할 확률도 가입 5년의 경우 92.3%에 이르지만 4년은 80.0%, 3년은 64.9%로 점차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적립식 펀드가 노후 대비용 장기 투자 상품으로 제격인 이유는 매입 단가 하락 효과 덕분이다. 주가가 떨어질 때는 더 싼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조정을 거친 증시가 상승장으로 들어서면 수익은 더 커지게 된다. 주가가 등락을 반복한 후 제자리로 왔다고 가정했을 때 최초 시점에 거치식으로 목돈을 맡겼을 경우에는 수익률도 제자리겠지만 기간별로 나눠서 주식을 편입하는 적립식은 플러스 수익이 가능한 것이다. 연금 대안으로 적립식 펀드를 활용하려면 몇 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긴 시간 동안 꾸준한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펀드 선택 기준과는 조금 다른 잣대를 활용해야 한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대표는 △보편적인 상품을 택할 것 △재간접상품(펀드오브펀즈)은 피할 것 △해외 펀드를 잘 활용할 것 등을 제시했다.우선 장기 투자를 위해서는 정통 주식형 펀드가 제격이다. 연초부터 높은 수익률로 관심을 모았던 실물형 펀드나 파생상품에 투자해 단기간에 고수익을 노리는 상품들은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우 대표는 “복잡한 투자 전략을 사용하는 펀드는 대부분 단기간 내에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려는 경우가 많다.”며 “적립식은 복잡한 상품보다는 주식과 채권에 장기간 투자하는 평범한 상품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따라서 각 운용사들이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정통 주식형 펀드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디스커버리주식형’과 ‘인디펜던스주식형’, 미래에셋투신운용의 ‘솔로몬주식형’, KTB자산운용의 ‘글로벌스타주식형’, 한국운용의 ‘부자아빠인덱스’, 신영투신운용의 ‘마라톤주식형’, PCA투신운용의 ‘업종일등주식형’ 등 각 운용사의 대표 펀드들이 3년 수익률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최근 각 운용사들이 잇달아 선보이고 있는 펀드오브펀즈는 장기간 적립식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상품이다. 이유는 수수료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펀드오브펀즈는 하나의 펀드 안에 여러 펀드를 편입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수수료를 이중으로 내야 한다는 것이 약점이다. 투자 기간을 길게 잡을 경우 수수료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또 매입 단가 하락 효과도 일반 적립식 펀드에 비해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해외 펀드에 장기간 가입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특히 꾸준한 성장이 예상되는 신흥시장 펀드의 경우 5년 이상 길게 보고 투자하면 상당한 수익률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투자 기간을 길게 가져갈 경우 수수료율 절감도 고려해야 한다. 매년 자산의 2~3%를 보수로 지불하는 것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인덱스펀드가 효과적 대안이 된다. 인덱스펀드는 코스피200지수 등 시장 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액티브펀드에 비해 리서치 비용 등이 적게 드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수수료 부담이 훨씬 가볍다. 인터넷으로 가입하는 온라인 인덱스펀드는 수수료율이 1% 미만인 상품도 많다. 일반적인 주식형 펀드의 연간 보수율이 2.5%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인덱스펀드는 수익률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투자 기간이 길어지면 액티브펀드가 지수 상승률을 웃돌 확률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식형 펀드 내에서도 배당주 펀드 등을 섞어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짜두는 것도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배당주 펀드는 성장형 펀드에 비해 상승장에서 탄력은 덜 하지만 배당 수익을 깔고 가기 때문에 꾸준한 성과가 기대되는 상품이다. 최근 3년간 수익률 30위권을 보면 ‘세이고배당주식형’ ‘신영밸류고배당주식형’ ‘클래스원배당60주식1’ 등 배당주 펀드들이 여럿 올라 있다.자산운용 업계는 적립식 펀드에 각종 세제 혜택이 주어질 경우 장기 투자 문화가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령 5년 이상 적립식 펀드에 가입할 경우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등의 지원책이 따를 경우 적립식 펀드가 장기 투자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