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연금 키포인트
톨스토이는 단편소설에서 자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자식은 부모에게 세 가지 즐거움을 준다. 부모가 젊을 때는 재롱을, 늙었을 때는 부양해 주고, 죽어서는 제사를 지내준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부모들 중 이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식들도 부모를 봉양할 뜻이 없지만 부모들도 자식에게 의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일찌감치 떨쳐버린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어쨌든 사회는 이처럼 급격히 변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작년 말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노후를 위한 삼중 보장 제도를 완성했다는 사실이다. 기업주 입장에서는 일시금 지불의 부담을 덜어주고 근로자의 경우에는 회사의 흥망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지던 퇴직금을 보호할 수 있는 퇴직연금 제도의 시행으로 3중 보장 제도가 완성됐다. 사회적 보장 차원에서의 국민연금, 기업보장 차원에서의 퇴직연금, 개인 차원에서의 개인연금이 국가가 마련한 3중 보장 제도의 골격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3중 보장이 아니라 사실상 2중 보장 체제라고 지적한다. 실제 많은 30, 40대 가장들은 국가가 준비한 보장 체제를 3중 보장 제도가 아니라 2중 보장 제도로 생각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불안해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퇴직금과 관련한 것이다. 자신이 은퇴할 때까지 그 직장에서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또 계속해서 은퇴할 때까지 근로자로 근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물론 정부는 퇴직금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개인관리계좌(IRA) 등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평생직장 개념의 붕괴, 노동 시장의 유연성 확대 등으로 인해 현 퇴직금 제도가 취지대로 모든 근로자의 노후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3중 보장의 핵심인 퇴직연금은 기본적으로 기업 차원의 보장 정책이다. 하지만 기업 차원에서의 보장을 구조적으로 고려할 수 없는 자영업이나 프리랜서 그룹 그리고 근로소득자로 분류되기 어려운 최고경영자(CEO) 그룹은 2중 보장 제도의 적용을 받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 그룹은 자신이 준비하지 않으면 결코 풍족한 노후를 기대할 수 없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대변되는 서유럽의 복지관이 바뀌고 있는 지금 한국 사회는 그들보다 몇 배나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를 향해 맹렬하게 돌진하고 있다. 이처럼 길어지는 노후에 대한 준비로 3중 보장 제도가 마련된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제외한(고갈이 되지 않도록 기대하면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제도는 모두 개인이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퇴직연금은 현행 퇴직금 제도처럼 중간에 정산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기업 차원의 보장을 기대할 수 없는 자영업자 등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이 개인연금을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돈 많은 선진국에서도 여유 있는 사람의 대부분은 부가적인 노후 자금으로 개인연금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이는 선택적 투자가 아니라 필수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세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연금은 좋은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 개인연금 가운데 연금보험 같은 저축성 보험을 10년 이상 가입하면 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이 면제되기 때문이다. 이런 세제 혜택은 다른 상품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큰 혜택이다. 나라의 경제력이 커지고 선진국이 될수록 세금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 전망이기 때문에 개인연금의 투자 가치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연금 준비에 활용되는 상품은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소득공제가 되는 적격 연금과 연금 수령 시 비과세 되는 비적격 연금, 연금 수령으로 전환이 가능하며 납입과 인출이 자유로운 유니버설과 투자상품으로 운용되는 변액유니버설 및 변액연금 등이 그것이다. <표1:머니참조>은 납입 의무와 중도 인출 가능 여부 그리고 과세 여부로 이들을 비교한 것이다.1. 적격 연금 소득공제가 되는 상품이다. 올해부터 납입액의 100%, 300만 원 한도로 소득공제가 된다. 이 상품은 연봉이 4000만 원이 넘는 근로소득자나 자영업자에게 유리하다. 연금 수령 시기(대략 55세) 전까지는 중도 인출할 수 없고 납입 의무 기간이 10년이 넘기 때문에 저소득자나 사업이 안정적이지 않은 자영업자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중도 해지 시 기타 소득으로 분류돼 원금과 이자의 22%를 기타소득세로 과세한다.2. 비적격 연금 소득공제와 상관없이 연금 수령 시 연금소득세(5.5%)를 내지 않는다. 보통 이런 상품은 5년, 7년, 10년 단위로 납입 의무 기간을 두고 판매된다. 적격 연금과 달리 중도 해지 시 기타소득세(원금과 이자의 22%)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납입 의무는 동일하다.3. 유니버설보험 보통 유니버설 저축이라고 부른다(정확하게는 납입과 중도 인출이 자유로운 유니버설 기능이 있는 상품). 장기 저축상품으로 활용 가능하며 일정 기간 납입 의무 기간(보통 2년 이내)을 경과하면 납입 중단 시 연체나 실효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보통 시중금리 수준으로 운용되며 앞의 두 상품과 달리 갑자기 자금 수요가 발생해 납입한 금액의 일부를 인출해 활용하더라도 상품이 해지되지 않는다. 안정적인 성향이 강한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또 원하는 시점에서 연금으로 전환해 수령할 수 있어 적격 연금이나 비적격 연금보다 활용 폭이 매우 넓다.4. 변액유니버설보험 장기 투자 상품으로 납입과 중도 인출이 자유롭다는 유니버설 기능은 동일하다. 다만 일정 금리로 금액이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투자 상품에 투자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공격적 성향의 투자자나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선택하기에 좋은 상품이다. 연금으로 전환이 가능하다.5. 변액연금 비적격 연금 납입액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연금 전환 시 투자 성과에 따라 연금 수령액이 변한다. 변액유니버설과 마찬가지로 공격적 성향의 투자자이거나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선택하기에 좋다. 하지만 변액유니버설보다 활용 폭은 떨어진다. 나이가 젊을수록 리스크를 더 많이 감수하는 게 좋다. 실제 20대 후반의 한 고객은 상담 후 소득의 10%를 변액유니버설 상품에 투자하고 대신 부족한 결혼자금을 준비하는데 저축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기로 했다. 가족을 형성하고 재무적인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20, 30대는 일반적으로 소득이 늘어나면서 재무 환경이 활발하게 변하는 시기다. 그러므로 이에 따른 다양한 상품을 활용하고 실험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하지만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40, 50대의 경우 20대와 달리 상품 선택에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근무 가능 기간과 은퇴 이후의 활동 방향, 현재의 주거 현황, 자녀의 나이와 교육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남은 근무 기간이 10년이 넘을 경우 적격 연금과 유니버설 기능의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출이 가장 많은 시기에 고정적으로 납입되는 금액은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퇴직금이나 자녀 결혼 후 목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유니버설 저축이나 변액유니버설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개인연금은 예상보다 오래 살더라도 연금을 지급하는 보험사 등에서 장수 위험을 떠맡기 때문에 이런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세금공제 등으로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퇴직 후 목돈을 한꺼번에 손에 쥘 수 없고 세제 혜택이 있는 대신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에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여유 자금이 너무 부족한 사람이나 10년 이내에 해약하는 상황이 예상된다면 가입하지 않는 게 좋다. 금융 업계에서는 “좋은 상품이 있는데 가입하시죠.”라는 말로는 이제 고객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객들이 좋은 상품보다는 자신이나 또는 자기 가정의 상황에 잘 맞는 상품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품에 대한 비교보다 직접적으로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재무 전문가를 만나 상담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 금융사들은 영업사원을 재무 설계사로 양성하고 있고 민간 재무 설계 회사들도 많다. 이들을 통해 개인의 재무 상황에 적합한 상품을 고르는 게 바람직하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