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100% 활용법

난해 12월 출범한 퇴직연금제도가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총 가입자 9만 명, 적립금액 15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퇴직연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노후 대비를 위한 필수 항목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퇴직연금제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활용법을 숙지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경영자나 근로자들의 필수 사항이다. 퇴직연금이란 기업(사용자)이 퇴직연금 사업을 영위하는 금융사에 매월 또는 매년 퇴직금 적립금에 해당하는 부담금을 적립하면 이를 적절히 운용해 근로자가 퇴직한 후 일시금을 받거나 매월 또는 매년 연금을 받게 하는 제도다. 퇴직연금제도의 도입 취지나 목적은 기본적으로 퇴직금의 당초 목적인 근로자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겠다는 것과 같다.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면서 지난 40여 년 간 유지돼 왔던 퇴직금 운용에 여러 가지 변화 기류가 조성됐다. 가장 큰 변화는 선택의 폭이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퇴직금제도 하나만 운용돼 선택의 폭이 거의 없었던 반면, 이제는 퇴직금제도와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제도(이하 DB형),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이하 DC형) 등 다양한 제도 중 기업과 종업원의 욕구와 특성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이에 따라 정해진 돈을 받는 퇴직금과 달리 그 운용 성과를 향유할 수 있게 됐으며, 수령 방법도 다양해졌다. 퇴직금 수령 시 본인의 희망에 따라 일시금과 연금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특히 DC형 퇴직연금은 퇴직 전에도 본인의 퇴직금을 개인 성향에 맞게 투자할 수 있다. 그 운용 성과에 따라 퇴직금을 더 받을 수도, 덜 받을 수도 있다. 장기 투자 개념을 도입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DB형과 DC형 중 어느 제도를 선택하는 게 유리한지는 임금상승률과 운용수익률의 상관관계로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도입 기업이나 근로자의 임금상승률이 퇴직연금의 운용수익률과 유사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두 제도 간 퇴직금 자산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임금상승률이 운용수익률보다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가입자는 DB형 제도를, 반대로 임금상승률보다 운용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경우에는 DC형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다시 말해 어느 정도 임금상승률이 하향 추세에 있는 기업의 근로자는 시장전망 등에 따라 DB형보다는 DC형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예를 들어 30세에 입사해 25년 동안 근무한 근로자의 경우 임금상승률을 5%(최초 월급여 200만 원부터), 운용수익률을 6%로 가정했을 때 DB형은 1억6900만 원, DC형은 1억9200만 원으로 DC형이 2300만 원 정도의 퇴직금을 더 받을 수 있다. DC형은 투자에 따른 일정한 위험을 근로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현금화가 쉽고 투자 자산의 가치가 상승하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DB형은 현재의 퇴직금 제도와 마찬가지로 퇴직 자금을 마련하는 주체가 기업이다. 현재 퇴직금과 다른 점은 퇴직 자금이 외부 기관에 적립되기 때문에 기업이 마음대로 이 돈을 활용할 수 없다는 것과 퇴직 후 근로자가 원할 경우 일시불이 아닌 연금 형태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주체가 되기 때문에 투자 위험을 근로자가 부담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임금상승률이 높고 기업의 도산 위험이 없는 경우 DB형이 적합하다. 실제 외국에서도 대기업은 DB를, 중소기업은 DC형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DB형의 경우 현행 퇴직금 제도와 비슷하기 때문에 DC형을 중심으로 어떻게 노후 자금을 잘 설계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알아본다. DC형을 잘 운용하는 방법에는 각자 차이가 있겠지만 개인의 위험 성향이나 연령대, 금융지식 등에 따라 운용 목표를 설정해 다음 표와 같은 운용 스타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DC형 퇴직연금의 경우 운용 책임이 개인에게 있기 때문에 운용 성과에 따라 퇴직 자산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감소할 수도 있다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실제 일본 등 선진국에서 많은 DC형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해 투자 수익이 그리 높지 않게 나타나기도 했다. DC형 퇴직연금은 개인별로 계좌가 따로 관리되기 때문에 기업이 납입하는 부담금 외에 가입자인 근로자의 부담금 추가 납입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근로자는 이를 통해 보다 풍요로운 노후 설계를 할 수 있음은 물론 다양한 세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먼저 근로자의 추가 납입분에 대해서는 개인연금 불입액과 합산해 연간 300만 원까지 전액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다만, 추가 납입 시에는 향후 본인의 연금 수령액을 고려해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 것이 유리한지, 아니면 연금수령 시 비과세 혜택을 받는 것이 유리한지는 사전에 고려해야 한다. 또한 DC형 퇴직연금 가입자의 경우는 갑자기 생긴 목돈을 본인의 노후를 위해 사용하고 싶은 경우에도 ①추가납입의 한도가 없고 ②운용기간 중 비과세되며 ③연금수령 시에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추가납입제도를 활용하는 게 좋다. 저축만으로는 노후를 담보하기 어려운 투자의 시대에 살고 있는 대한민국 직장인, 새로운 제도인 퇴직연금에 대해 정확히 알고 또 올바르게 활용하는 것이 아름다운 노후를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퇴직연금제 도입으로 근로자 계층간 격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까지 비슷한 연령대에 비슷한 일을 했을 경우 비슷한 규모의 퇴직금을 탈 수 있었지만 이제는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월급여가 높을수록 세제 혜택과 투자 수익이 더 늘어나 격차가 이전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