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초기 필자에게 누군가 ‘서비스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면 ‘친절한 응대, 봉사 혹은 상대방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호텔에서 근무한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많은 사람들은 서비스를 ‘소비자의 요구에 대한 적극적인 대답’ 수준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뉘앙스 때문인지 서비스를 그다지 명예롭게 생각하지 않은 때도 있었다. 물론 서비스는 라틴어 ‘하인’ ‘노예’를 뜻하는 ‘세르버스(Servus)’에서 유래됐기 때문에 위의 이미지가 꼭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가 발달함에 따라 서비스업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고 요구하는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 서비스 업종인 호텔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서비스 인식의 변화는 본능적으로 다가온다. 때문에 호텔업 종사자에게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가 늘 고민거리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에게는 고객의 만족도가 단번에 느껴진다. 때문에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서비스를 단순히 고객에게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탈피해 고객의 만족을 본인의 기쁨으로 삼는 상호 보완적인 개념으로 승화 발전시켜야 한다. 좋은 서비스, 올바른 서비스는 단순히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 미처 알아채지 못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써 보다 나은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것이 좋은 서비스다. 경쟁이 치열한 호텔 업계에서, 서비스에 대한 개념의 변화는 가장 중요한 문제다. 기존의 호텔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어떻게 하면 투숙하는 손님을 가장 편안하고 안락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는가, 즉 ‘집과 같은 편안함을 줄 수 있는가’가 가장 큰 과제였다.최근 세계 각국의 호텔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서비스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로비를 갤러리, 바, 도서관 등으로 다양하게 꾸미고 있으며 컨시어지(개인비서) 서비스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특히 외국 유수의 호텔들과 비교해 컨시어지 서비스가 약했던 한국 호텔들이 경쟁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필자는 앞으로 서비스의 개념이 고객의 잠재적 욕구를 충족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눈에 보이는 부분만 책임지고 현재에 충실한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고 잠재적 수요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커질 것이란 얘기다. 그리고 호텔은 잠재 고객의 생각까지 만족시키는 공간으로 진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특유의 냄새가 나는 향수를 호텔 곳곳에 뿌려둔다고 치자. 물론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이 향수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상의 서비스를 받은 이 고객이 추후 다른 곳에서 이 향기를 맡게 된다면 그 고객은 이 호텔에서 받은 모든 서비스를 떠올릴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람의 기억과 연상 부분까지 사로잡는 서비스이며, 이는 고객의 경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서비스는 단순히 호텔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서비스에 따라 기업의 명운이 판가름 나는 경영 현장에서 서비스는 고객의 잠재된 영역까지 돌보는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앞으로 10~20년 후 주요 고객이 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 마케팅 강화 등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서비스 하나가 기업의 흥망을 좌우하는 열쇠로 작용하는 시대는 이미 도래했고 그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도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