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숍 ‘더 드레스 랩’의 리모델링
울 논현동에 있는 웨딩숍 ‘더 드레스 랩(The Dress Lab)’은 두 가지 점에서 특이하다. 우선 대로변에서 꽤나 떨어진 골목에 있다. 큰길가에 자리 잡고 화려해 보이는 일반적인 웨딩숍과는 다른 게 특이하다. 그래서 이 매장을 찾는 사람이 있을까라고 의구심을 가질 정도다. 입지여건이 그렇다는 것이지 알고 보면 이 매장은 패션 스타일리스트들 사이에 명성이 자자하다. 그런 위치에다 수수해 보이는 외관을 지닌 공간에서 만들어진 드레스가 스타일리스트들을 매료시킨다는 게 이 매장의 또 다른 특이한 점이다. 매장이 주인을 닮은 것인지, 주인이 매장을 닮은 것인지 김지숙 실장도 수수해 보인다. 첫인상은 여성복 디자이너로 10여년간 이름을 날린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실력이 그를 다시 보게 만든다. 2000년부터 2년간 런던에서 보낸 시간이 자신의 안목을 키웠다고 한다. 런던에서 보았던 드레스를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해 세련되면서 감각적인 스타일의 드레스를 고집하고 있다. 영화 ‘댄서의 순정’에서 주연을 맡았던 문근영과 ‘신부수업’의 하지원이 입었던 드레스를 기억하시는지. 이 매장에 걸려 있던 드레스가 영화 스타일리스트의 눈길을 사로잡아 문근영에게 건네졌다. 하지원이 영화에서 입은 드레스는 발랄하고 사고뭉치의 주인공 ‘봉희’ 이미지에 꼭 맞게 해달라는 영화사 측의 제작 의도에 100% 충족한 경우다. 김 실장이 디자인한 드레스는 세상에 둘도 없는 것들이다.개업 5년차에 소문이 번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은 잦아지는데 넓지 않은 매장(실평수 22평)이 김 실장의 애를 태웠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드레스가 소개되고 드레스를 입는 파티 문화가 확산되면서 점점 공간이 좁게 느껴졌다. 드레스 특성상 가봉이 필수적이고 파티에 입고 갈 드레스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부터다. 어쩌지, 어쩌지 하며 손톱을 깨물던 김 실장은 확장이전보다 매장의 리모델링을 결정했다. ◈ 현관현관은 건물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곳이다. 이 매장의 이미지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아주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매장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김 실장이 추구하는 드레스 컨셉트가 이 매장의 이미지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드레스’가 이 매장의 상징이다.현관의 바닥 타일로 이 매장의 이미지를 압축했다. 검은색은 흔하디흔한 바닥 타일 가운데 하나다. 구하기도 쉽다. 사각의 검은색 타일을 그대로 바닥에 깔았다면 이 매장의 이미지와 동떨어졌을 것이다. 사각 타일을 망치로 조심스럽게 깨뜨린 후 그라인더로 깨진 면을 정성스럽게 갈아서 깔았다. 그리고 바닥에 깐 타일과 타일 사이를 메우는 매지는 흰색으로 처리했다. 검은색 바닥 타일과 흰 매지를 조화한 것은 세련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매장의 드레스 컨셉트를 현관에서 곧바로 전달하려는 의도다.◈ 바닥 마감재이 매장 현관에 들어서면 신발을 벗고 실내화로 갈아 신어야 한다. 마치 가정집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고객과 상담하는 장소는 집안의 거실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편안한 느낌의 바닥재를 선택했다. 갈색과 검정색이 혼합된 원목 감각의 강화마루다. 현관 바닥 타일의 색상과 동떨어지지 않으면서 신혼집에 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런 거실을 꾸며보고 싶은 욕심이 들도록 신세대 감각을 최대한 살렸다.바닥 마감재는 바닥에만 그치지 않고 쇼윈도 쪽 벽으로 타고 올라갔다. 쇼윈도 내부벽은 원래 통으로 닫힌 공간이었다. 리모델링하면서 중간 중간을 트고 벽 마감을 바닥재와 같게 했다. 두 가지 효과를 노리고 시도된 것이다. 바닥재가 벽까지 이어지면서 공간이 넓어 보이도록 한 데다 프라이버시 보호와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해서다. 웨딩숍에서는 옷을 한번쯤 갈아입어야 하기 때문에 외부 노출을 막아야 하는 동시에 멋진 드레스가 있다는 것을 실외에서 볼 수 있어야 하는 이중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중간 중간에 벽을 텄다.◈ 기능 보완분위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매장을 리모델링할 수는 없다. 특히 이 매장은 보여주는 곳인 동시에 작업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능적으로 가장 보완된 것은 드레스를 거는 파이프 행어다. 기존에는 주로 스탠드형 옷걸이를 사용했다. 천장에 고정하는 파이프 행어는 스탠드형 옷걸이에 비해 장점이 많다. 무게에 잘 견디고 디스플레이 효과도 뛰어나다. 길이가 있는 드레스를 걸기에도 스탠드형 옷걸이보다 파이프 행어가 유리하다. 이 매장에는 모두 8개의 파이프 행어를 달았다. 드레스를 입어보는 무대 양쪽의 드레스룸에도 파이프 행어를 달아 수납공간으로 활용했다.신세대 신혼집 분위기로 고쳐진 이 매장에 사무실 느낌의 유일한 공간이 있다면 그곳은 바로 천장이다. 노출 천장으로 처리됐기 때문이다. 좁은 공간을 넓어 보이게 하고 파이프 행어를 달기 위해 노출 천장으로 결정했다. 노출 천장의 색상을 파스텔 톤으로 처리해 기능을 보완하더라도 가정집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배려했다.◈ 체크 포인트 김 실장이 만들어 내는 드레스는 분명 남다르다. 보기에, 또 입기에 편안한 드레스가 그의 장기다. 그래서 매장을 편안한 분위기의 가정집처럼 리모델링했다. 그가 화려한 스타일의 드레스를 만드는 사람이었다면 리모델링 컨셉트는 달라졌을 것이다. 상업 공간 리모델링은 매장이 추구하는 바를 직설적으로 표현해 줘야 고객의 발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 클래시컬한 의류를 다루는 가게를 모던 분위기로 고친다든지 그 반대의 경우에는 정체성이 없어져 고객 유인이 힘들어진다. 상업 공간 리모델링에서 또 하나 유의할 것은 기능의 보완 또는 개선이다. 보기에만 좋으라고 상업 공간 리모델링에 투자할 이유는 없다. 고객들이 매장에서 편안하게 쇼핑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일에 능률을 올릴 수 있도록 기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리모델링에 투자한 만큼 수익이 오르지 않는다면 경제적으로 손해이기 때문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