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행복만들기주식형1호’ 운용팀의 성공비결
‘CJ행복만들기주식형1호’는 CJ자산운용이 성장형 펀드의 대표 주자로 내세우는 펀드다. 지난 2004년 10월 설정된 이후 줄곧 전체 주식형 펀드 중 상위 30%에 들면서 꾸준하게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려 왔다. 한두 번 수익률 1~2위를 차지했다가 시장이 약세로 돌아서면 곧바로 곤두박질치는 다른 주식형 상품과는 차별화된다. 지난 7월 초 현재 2650억 원으로 설정액 규모도 불어났다. 순자산 가치로는 3123억 원에 이른다.CJ자산운용이 이 상품을 대표 상품으로 애지중지하는 데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CJ자산운용의 전신인 제일투신운용은 지난 2003년 SK글로벌 분식회계와 카드채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다. 고객들의 환매 요구가 밀려들면서 수탁액이 절반 가까이로 급감하는 수모까지 당했다. 이듬해 회사명을 CJ자산운용으로 바꾸고 절치부심한 끝에 내놓은 상품이 바로 ‘행복만들기’다. 펀드 이름도 사내 공모를 통해 지었다. 고객뿐 아니라 직원 모두도 행복해지는 펀드를 만들어 보자는 굳은 의지가 담겨 있다.직원들의 열성에 보답이라도 하듯 ‘행복만들기주식형1호’는 높은 수익률로 시장의 신뢰를 얻어갔다. 지난 1월에는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이 100%를 넘어서며 주목받기도 했다. 올 상반기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모든 운용사들이 펀드 운용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행복만들기’는 상위권에 머무르며 손실을 줄였다.높은 수익률의 비결은 철저한 기업분석에 기반한 종목 선택에 있다. 펀드 운용을 담당하고 있는 이승준 주식운용팀장은 이를 ‘살아있는 포트폴리오’라고 부른다. “강세장과 약세장은 물론 업종별 시장 동향의 움직임에도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이 팀장은 설명했다.운용팀은 우선 종목 구성을 ‘시장 포트폴리오’와 ‘전략 포트폴리오’ 두 가지로 나눈다. 자산의 70%를 차지하는 시장 포트폴리오는 대형 우량주가 주 타깃이다. 대형주 비중을 항상 절반 이상으로 유지함으로써 펀드의 안정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중소형주 비중이 큰 펀드의 경우 개별 종목이 재평가받는 장에서는 초과수익률 확보에 유리하지만 투자 기간을 길게 볼 경우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비교적 긴 투자 기간을 염두에 둔 펀드라면 장세 변화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대형주 편입 비중을 일정 부분 확보하는 것이 원칙이다. 운용팀은 시장 포트폴리오를 짤 때 전체 증시의 흐름과 업종별, 종목별 펀더멘털을 기초로 편입 종목을 골라낸다. 거시지표를 먼저 살핀 다음 구체적인 종목을 선정하는 ‘톱 다운(Top-down)’ 방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반면 자산의 30%를 구성하는 전략 포트폴리오는 펀드의 초과수익을 노리는 운용팀의 ‘무기’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바텀 업(Bottom-up)’ 전략을 충실히 따른다. 편입 후보에 오른 기업의 재무 분석과 실적 전망 등을 저인망식으로 분석한 후 성장 가능성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중소형 종목을 걸러낸다. 단순히 실적만 보는 것이 아니라 유동성, 시가총액 등도 감안해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도 필수다. 실적과 기업가치의 턴어라운드가 유망해 주가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종목에 집중적으로 현미경을 들이댄다.펀드 운용팀은 이 같은 포트폴리오 전략을 효과적으로 구사하기 위해 업종별 섹터매니저를 두고 있다. 전문가 6명으로 짜여진 섹터매니저팀은 섹터별로 1인당 주 4회 기업탐방에 나서는 원칙을 갖고 있다. 탐방 후에는 주 2회 전체 회의를 열어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한다. 현장을 보지 않고서는 남보다 먼저 유망 종목을 골라낼 수 없기 때문이다. 펀드 설정 후 2년 가까이 리서치를 다닌 덕분에 요즘에는 종목 분석에 노하우가 붙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접 발로 뛰며 기업 분석을 하다보면 뜻하지 않은 수확을 얻기도 한다.“펀드 수익률에 상당히 기여했던 A사를 지난 연말 방문했습니다. 통상적인 실적 현황과 재무 상황 등을 체크하다가 2006년 사업계획서를 우연히 입수하게 됐어요. 제 판단으로는 시장 전망을 벗어난 무리한 계획이 담겨 있었습니다. 해가 바뀌면서 보유 주식을 재빨리 처분하기 시작했어요. 1월 중순부터 증시가 급격한 조정을 받기 시작했는데 해당 종목의 하락률이 상대적으로 더 크더군요.다행히 우리 펀드에 편입했던 보유량을 모두 처분한 후라 위기를 면했습니다. 현장 방문을 고집하지 않았다면 큰 손실을 입을 뻔했죠.”(이승준 팀장)최근 몇 년 동안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어오던 정보기술(IT) 업체인 B사의 경우 성장성을 믿고 투자했다가 성공한 케이스다. 섹터매니저팀이 오랜 기간 탐방을 다니면서 지켜본 결과 업황 호전과 함께 회사 수익률도 서서히 상승 곡선을 그리는 것을 확인했다. 운용팀과의 수차례 토론 끝에 펀드 편입을 결정했고 이후 이 종목의 주가는 100% 이상 급등해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펀드 운용을 총괄하는 김기봉 주식운용본부장은 “단기간 고수익을 내는 화려한 펀드보다는 오랜 기간 꾸준히 수익을 내는 것이 행복만들기 펀드의 운용 철학”이라며 “시장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한 수익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고객들에게 안겨줘야 진정한 펀드 투자의 의미에 충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적립식 고객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도 이 상품의 성공에 한몫했다. 주식 매입 시기를 장기간으로 분산할 경우 시장이 하락하더라도 매입 단가를 낮추는 효과 덕분에 상승장이 다시 돌아오면 수익률이 더욱 커지게 된다. 상승장뿐 아니라 하락장을 거치면서도 꾸준하게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내는 것도 이러한 전략에 따른 것이다.7월 5일 기준으로 편입 종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가 29.92%로 가장 많고 국민은행(10.13%) 우리금융(8.40%) 현대차(7.82%) 삼성화재(7.10%) 포스코(6.93%) 하이닉스(6.19%) 대한항공(5.93%) 등의 순으로 구성돼 있다. 업종별 대표 종목을 기본적으로 편입해 안정성을 확보한 점이 돋보인다.7월 5일 기준 1년 수익률은 36.20%로 동일 유형 펀드의 평균수익률(27.52%)보다 8.68%포인트 앞선다. 자산 중 주식 투자 비중은 90% 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연간 수수료는 2.54%로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준이다. 가입한 지 90일 이전에 환매할 경우 이익금의 70%를 환매수수료로 내야 한다. CJ투자증권 대우증권 동부증권 교보증권 등에서 가입할 수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