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폰 부품 업체인 모젬(대표 김종완)은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휴대폰 완성품이 아니라 주요 부품인 윈도 렌즈와 키패드를 만들어 휴대폰 메이커들에 공급하는 데다 국내 업체가 아닌 모토로라 노키아 소니에릭손 등이 주 고객이어서 더욱 그렇다. 설립된 지 5년이 채 안 된 이 회사는 외형이 매년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는 성장주로 꼽힌다. 특히 해외 메이저 메이커들의 실적 호조가 고스란히 반영돼 올해 실적 기대감이 높다는 분석이다. 국내 휴대폰 업계의 부진으로 이 회사의 주가는 저평가돼 있는 상태다. 하지만 차별화 움직임이 본격화할 경우 리레이팅(재평가)이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모젬은 지난 2001년 9월 13일 설립됐다. 코스닥 상장일은 지난해 12월 27일로 4년 3개월여 만에 증시에 입성한 셈이다. 회사 설립 전 플라스틱 기구물 제조업체에서 해외 영업 책임자로 일한 김 대표는 휴대폰 분야에 뛰어들 생각을 굳혔다. 모토로라의 스타텍 모델 시리즈에 컬러 프린팅 기술을 적용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창업 후 범용성을 확보한 폴리카보네이트(PC) 소재를 이용한 ‘평판 윈도 렌즈’ 개발에 도전한 것이다. 윈도 렌즈는 휴대폰 액정(LCD)을 보호하기 위한 창이다. 컬러 휴대폰 시대가 오면 사출 렌즈로는 컬러와 해상도를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는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PC를 활용한 윈도 렌즈는 경쟁 상대가 없는 ‘블루오션’ 시장이었다.물론 새로운 도전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당시에는 LCD 보호용 휴대폰 윈도 소재로 아크릴이 쓰였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휴대폰 산업의 급성장에 따른 수혜를 보고 있었다. 당연히 휴대폰 윈도는 무조건 아크릴을 사용한다고 인식돼 아크릴 소재의 단점을 보완할 새로운 소재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아크릴 소재는 상대적으로 충격에 취약한 데다 원재료를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해야 했으므로 가격도 비쌌다. 그뿐만 아니라 갈수록 슬림화하고 기능이 복합화(Convergence)하는 휴대폰 시장의 트렌드를 구현하는 데도 문제점이 많이 나타났다.김 대표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아낸다면 글로벌 기업에서 요구하는 제품의 혁신, 차별화를 이뤄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LCD 보호용 윈도 렌즈에 PC 소재를 접목한 이유는 부드러운 성질을 가진 PC가 잘 깨지지 않고 국산 원자재 수급이 쉬워 제조 원가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휴대폰 시장의 슬림화 추세에 가장 잘 부응할 수 있는 소재란 점도 매력이었다.제품 개발과 시장 확보는 별개 문제다. 모젬도 마찬가지였다. 윈도 렌즈를 만들었지만 판로 개척은 험난한 길의 연속이었다. 국내 시장은 새로운 소재를 적용하는 데 보수적이었다. 제품 개발 후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진입 장벽이 높기만 했다. 설령 중소기업들이 이 높은 장벽을 뚫고 시장 진입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대기업의 진출로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김 대표는 시장 지배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을 공략하기로 마음먹었다. 세계 10위까지 기업 리스트를 작성하고 1위부터 각개격파에 나섰다. 국내가 아닌 세계를 무대로 한 영업 전략은 그만큼 힘들고 어려웠지만 결과적으로는 주효했다. 2002년 10월부터 모토로라에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모토로라의 초슬림 휴대폰 레이저(RAZR)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세계적인 휴대폰 부품 업체로 부상했다. 지난해 매출은 이전해보다 130% 급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의 87%가 모토로라에서 발생했다. 아울러 지난해 세계 1위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에 납품을 시작했고 올해부터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다.모젬은 지난 2003년 5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한 데 이어 지난 2004년에는 그보다 4배나 신장된 2000만 달러 수출탑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50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하는 등 3년 연속 수출탑을 받았다. 올해에도 1억 달러 수출탑 수상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726억 원으로 그 전해(296억 원)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창립 후 연평균 100% 이상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회사 측은 올해 매출 1207억 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가운데 키패드 부문의 매출 목표가 200억 원 , 마그네슘 케이스와 플라스틱 부착물을 붙여주는 열융착필름(TBF:Thermal Bonding Flim)이 60억 원이고 나머지는 윈도 렌즈다. 평판 윈도 렌즈 등 신상품이 본격 양산되면 매출 목표를 추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최근 모토로라에 새로운 개념의 윈도 렌즈를 공급하기로 하는 7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일부 샘플을 공급 중이며 오는 8월부터 납품이 본격화될 예정이다.신성장 동력인 EL키패드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지분 16.8%(20억 원)를 보유 중인 관계사 한울정보기술이 EL시트를 연구 중이어서 일체형 EL키패드 모듈을 이르면 4분기에 해외 업체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나의 신규 사업으로 강화유리를 활용한 글래스 렌즈에도 관심이 크다.윈도 렌즈도 보호 기능 외에 디자인의 중요성이 더 커짐에 따라 디자인 패턴 개발에 힘을 쏟아 붓고 있다. 연구개발(R&D)을 통해 윈도 렌즈의 테두리를 알루미늄이나 니켈 등으로 증착하는 디자인을 제안하기도 했다. 원판을 UV 하드 코팅하거나 진공 증착 등 원판 응용기술도 보유하고 있다.수익률을 높이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 제조 원가를 줄이기 위해 지난 2002년 설립한 중국 톈진 공장과 함께 지난 1월부터 신축 중인 중국 창저우 공장을 생산 전용 기지로 활용, 인건비를 절감하고 외주 가공 비율을 줄여나갈 방침이다.모젬은 중국 및 인천 공장의 신규 시설 투자를 위한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조달한 81억 원은 신규 공장 건립, R&D센터 구축, 모토로라 등과의 협력 관계 강화를 위한 해외 지사 설립 등에 사용된다. 7월 유동성 확보를 위한 20%의 무상증자도 마무리돼 현재 주식 수는 기존 주식 수보다 38% 늘어난 724만5000주가 됐다. 중간배당도 실시키로 결정했다. 지난 6월 중순 1만1000원 대까지 빠졌던 주가는 반등세를 타고 있다. 김 대표는 “주주 중시 경영의 기본적 틀에서 꾸준히 배당을 실시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8월 이후 본격적으로 기업설명회(IR)를 갖는 등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