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 KT&G

국 증시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투자자들에게 최고 수익을 안겨다 준 종목은 무엇일까. 대부분 미국의 대표 기업인 인텔이나 제너럴일렉트릭(GE)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을 떠올리겠지만 정답은 바로 담배 회사인 필립모리스(Philip Morris)다. 실제 필립모리스는 지난 1956년부터 2005년까지 50년간 연평균 투자수익률이 19.75%로 미국 우량주만 모아놓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종목 중 단연 최고를 기록했다. 연평균 19.75%라면 단기 고수익을 바라는 국내 투자자들은 ‘고작 그것밖에 안돼’라고 반문하겠지만, 만약 이 회사 주식을 50년간 보유하고 있었다면 누적수익률이 얼마나 될지 상상해 보라. 복리로 따지면 무려 8199.3%가 넘는다.지금은 이름이 필립모리스에서 알트리아(Altria)로 바뀌었지만 한 회사가 반세기 동안 경쟁력을 유지하며 생존한다는 것만도 대단한 것이지만, 여기에다 투자자들에게 최고의 성과를 올려주기까지 했으니 이 종목만큼 자녀에게 물려주기 적합한 주식은 없을 것이다. 필립모리스가 오랜 세월 동안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던 비결은 고배당 때문이다. 필립모리스는 미국 증시에서 최고 배당주로 꼽힌다. 50년간 높은 수준의 배당을 지속해 왔다는 것은 매년 꾸준히 이익을 내왔다는 것을 방증한다.한국에는 필립모리스와 같은 회사가 없을까. 필립모리스만큼 역사가 오래되지 않고, 증시에서 거래된 기간도 짧지만 국내 유일한 담배 제조 회사인 KT&G는 국내 증시로만 한정한다면 충분히 필립모리스에 견줄만하다. 경기 변동에 영향을 덜 받는 담배 사업을 독점적으로 영위하는 까닭에 매년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있으며, 꾸준한 이익을 바탕으로 높은 수준의 배당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우량주식이다. 여기에다 담배 사업의 저성장 문제를 해결해 줄만한 대안도 갖추고 있다. 잠재력이 무궁한 인삼 사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동산 및 자회사 지분 등 보유 자산 가치는 시가총액을 초과할 정도로 많다. 결국 KT&G는 실적 안정성과 고배당, 자산 가치 등을 고려하면 필립모리스에 전혀 손색이 없을만한 주식이다. 세계적 기업 사냥꾼인 칼 아이칸 연합이 KT&G를 공격한 것도 아마 이 같은 기업 가치를 속속들이 간파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지분 분산이 잘돼 있다는 점이 오히려 약점이 되긴 했지만 말이다.KT&G의 장점은 무엇보다 주주 가치가 높다는 데 있다. 이 회사의 배당 성향은 무려 50%에 달한다. 매년 벌어들이는 이익의 절반을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나눠주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에도 5159억 원의 순이익 가운데 절반 정도인 2497억 원을 배당했다. 여기에다 주가 안정을 위해 매년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고 있다. 주식수가 줄어들면 주주 가치는 그만큼 상승한다. KT&G는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조1400억 원가량을 들여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를 사들였다. 올 들어서도 지난 3월까지 300만 주를 매입, 소각했다. 이렇게 해서 KT&G는 결국 지난 3년간 당기순이익 가운데 96%를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들에게 환원했다. 이익의 주주 환원율에서는 상장사 중 단연 최고다. KT&G는 이것도 모자라 오는 2008년까지 주가 움직임 등을 봐가며 추가로 2100만 주가량의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경영권 공격 위협이 있었던 만큼 수익성 극대화 및 주주 가치 제고가 이어져 갈수록 배당금 규모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KT&G가 이처럼 주주 가치 증대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은 구조적인 요인 때문이다. 바로 기업 지배 구조가 깨끗하기 때문이다. 우선 지분 구조를 보면 상장사 가운데 지분 분산이 가장 잘된 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지난 2002년 민영화 당시 정부가 특정 지배 주주를 허용하지 않고 지분을 골고루 분산 매각한 데 따라 현 사업보고서상 최대 주주인 중소기업은행 지분율이 5.86%에 불과하다. 사업보고서상 최대 주주는 아니지만 외국계 주주로 등록된 미국계 프랭클린뮤추얼이 7.52%로 단일 지분으로는 중소기업은행보다 많다. 올 들어 KT&G 경영권 공격에 나선 칼 아이칸과 스틸파트너스 연합도 6.12%를 보유하고 있다. KT&G의 우리사주조합도 보유 지분율이 5.75%에 이른다. 이들 지분을 제외하고 순수 소액 개인 주주들이 들고 있는 지분율은 43.8%에 달한다.이사회 구성도 모범적이다. KT&G의 이사회 멤버는 모두 12명으로, 이 가운데 4분의 3인 9명이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또 감사위원회는 전원(4명)이 사외이사로 구성돼 회사 주요 경영 사항에 상시 감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같은 깨끗한 지배 구조를 갖춘 덕분에 KT&G는 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와 국제적 신용평가사인 S&P로부터 2년 연속 ‘최우수 기업’으로 평가받았다.실적도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상장된 지난 1999년 이후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매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2005년에는 대폭적인 세금 인상이라는 악재로 담배 내수 판매량이 전년 대비 27% 급감하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비정상적인 한 해를 보냈지만 올해부터는 다시 정상 궤도로 올라설 전망이다. 대우증권 분석에 따르면 KT&G의 매출 영업이익은 2005년을 저점으로 다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영업이익은 오는 2008년까지 연평균 11.4%씩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사가 자체적으로 내놓은 올해 실적 계획치(매출액 6.3% 증가, 영업이익 8.0% 증가)도 초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이 같은 실적 호조를 낙관하는 데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우선 원가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KT&G는 그동안 국산 잎담배 재고를 줄이기 위해 과도할 정도로 국산 잎담배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국산 잎담배는 수입산에 비해 원가가 두 배 이상 비싸다. KT&G는 재고가 충분히 소화됐기 때문에 국산 잎담배 사용 비율을 2008년까지 50% 선으로 줄일 계획이다. 국산 잎담배 사용 비율이 10%포인트 떨어지면 원가 절감 효과로 영업이익률은 1.2~1.6%포인트 정도(약 300억~400억 원) 높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수출 단가 인상과 수출 물량 증가로 올해부터는 수출 부문에서 본격적으로 이익이 발생한다는 점도 실적 호조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자산 가치가 우량한 점도 KT&G의 장기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소다. 이 회사는 전국 요지에 담배 제조공장과 연료공장 부지 및 본사와 지사 등 모두 26군데에 대규모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보유 부동산만 따지면 장부가 기준으로 3240억 원에 달하며, 공시지가 기준으로는 1조1041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지금은 생산이 중단돼 유휴 부지로 남아 개발이 가능한 부동산은 전주 수원 청주 대구제조창 등 전국적으로 8곳이다. 이들 지역은 과거에 도심지역이 아니었으나 인근 대도시가 확대되면서 지금은 도심으로 편입됐다. 따라서 개발할 경우 엄청난 부가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다. KT&G는 이미 올 상반기 동대문에 있는 장부가 50억 원짜리 토지를 개발, 주상복합건물을 지으면서 800억 원의 이익을 냈다. 물론 개발 가능한 부동산이 대부분 공업지역으로 묶여 있어 용도변경이 쉽지 않은 점은 있다. 때문에 KT&G의 경영권을 공격한 칼 아이칸의 요구대로 토지 자체를 매각해 당장 이익을 실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발 후 매각하면 훨씬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KT&G 측으로선 ‘선(先) 개발-후(後) 매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KT&G는 유휴 부동산에 대해 순차적으로 용도변경을 추진한 후 개발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우선 올해는 전주제조창을 개발할 예정이다. 2만2000평 정도로 장부가는 약 99억 원에 불과하지만 개발이 이뤄질 경우 1000억 원의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대구와 청주제조창은 2007년 이후 순차적으로 개발이 추진될 예정이다. 8곳 중 가장 규모가 크고 발전 가능성이 높은 수원제조창(8만6000평)은 용도변경 등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여 일러도 2010년께나 되어서야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증권 분석에 따르면 개발 가능한 8곳의 가치는 공시지가 기준으로 2936억 원이며, 현 시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대략 97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다 개발될 경우 추가 이익을 감안하면 수조 원 대의 가치를 창출해 낼 것으로 보인다.KT&G가 보유한 유가증권 가치도 상당하다. KT&G는 한국인삼공사의 지분 100%를 갖고 있으며, 영진약품(지분율 57.2%) YTN(20.0%) 셀트리온(14.6%) 등에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보유 유가증권의 시장 가치는 대략 1조2000억 원 대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인삼공사는 KT&G의 미래를 책임질 정도로 잠재력이 무궁하다. 실제 최근 수출이 본격화되면서 이익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다 칼 아이칸 측이 인삼공사의 상장을 요구하고 있어 상장 가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KT&G 측으로선 당장 인삼공사를 상장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생물의약품 전문 업체인 셀트리온 상장도 관심거리다. 현재 장외에서 주가가 5만 원 대에 달할 정도로 사업성을 인정받고 있는 업체다. 상장되면 KT&G 주가에 커다란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진약품도 KT&G의 미래 성장성 확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 곽영균 KT&G 사장은 최근 “영진약품은 단순 투자가 아니라 향후 성장사업 확보 차원에서 바이오사업 진출 목적으로 지분을 취득한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매각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마지막으로 아이칸과의 분쟁은 KT&G로서는 위기이자 곧 기회다. 아이칸이 극단적으로 공개매수 등을 통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선다면 상황이 복잡해지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다시 말해 장기적으로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한정할 경우 오히려 KT&G의 주주 가치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칸 연합이 공개매수로 KT&G의 지배주주가 될 경우 KT&G는 지금의 독점적인 시장 점유율을 지킬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만약 시장 점유율이 1%포인트씩 떨어질 때마다 영업가치는 150억 원씩 줄어든다는 점을 가정하면 아이칸 측으로서도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