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엽 하나은행 부장의 100억대 금융자산가 포트폴리오 훈수

견 기업 회장인 박영우(가명) 씨는 100억 원 대에 이르는 금융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나 회사 일에만 신경 쓰느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집사 역할을 하고 있는 대리인을 통해 자산을 관리해 왔는데 대리인의 입장에서는 안전한 자산 관리가 최우선 과제였다. 따라서 대리인은 은행 정기예금 중심으로 위험을 최소화한 포트폴리오로 자산을 운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신경 쓰면 적정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이전과 비교해 훨씬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주위 사람들의 충고를 받고 제대로 금융 자산을 운용해 보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하나은행 삼성역 PB센터의 이준엽 부장을 찾았다.이 부장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PB제도를 도입한 보람은행 출신으로 1997년 1월 하나은행 동부이촌동 지점으로 발령받은 후 10년 가까이 자산 관리 분야에서 일해 온 베테랑 PB다. 그는 부촌으로 알려진 동부이촌동 지점과 타워팰리스 주민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는 매봉지점, 목동 지역 주민이 고객인 영등포지점 등 요지에서 근무하다 작년 8월부터 기업가 고객들이 많은 삼성역 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부장은 하나은행 우수 PB들에게 수여하는 우수상을 4번이나 받았고 2등상도 두 번 받았다. 박 회장은 100억 원의 금융 자산 가운데 정기예금에 40억 원,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에 50억 원, 지수연동 정기예금에 10억 원을 예치해 두고 있었다. 이 포트폴리오는 리스크가 거의 제로에 가깝지만 기대수익률이 연 4%에 불과하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 부장은 안전하고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이지만 원금에 대한 손실을 너무 두려워한 나머지 기대 수익이 지나치게 낮게 돼 있는 만큼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이 부장은 우선 금융 자산 가운데 국내 주식형 펀드에 20억 원을 투자하라고 제안했다. 20억 원 가운데 10억 원은 성장형에, 나머지 10억 원은 배당형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추세적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부동산 시장 침체 국면이 이어질 경우 시장 유동성이 풍부해지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주식에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이 부장의 판단이다. 또 성장형의 경우 주가가 대세 상승기에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 배당형은 주가 조정기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위험 분산을 위해 두 종류의 펀드에 함께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주가 상승기에 성장형으로 큰 수익을 내고 조정기에는 배당형으로 최소한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이 부장은 또 40억 원을 해외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10억 원은 러시아를 포함한 동유럽 이머징마켓에, 10억 원은 아시아 지역 펀드에 투자하도록 했다. 또 글로벌 분산 펀드에 10억 원을,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펀드오브펀즈에 10억 원을 분산토록 했다. 이 부장은 특정 지역의 주가가 급등했다는 이유로 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자했을 경우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해외 투자를 할 때는 반드시 분산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그는 유가 급등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에 해외 자산의 25%를 분산하라고 권고했다. 또 일본 한국 중국 인도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 광범위하게 분산 투자가 가능한 실크로드 펀드에도 해외 투자 자산의 25%를 투자토록 했다. 일본과 한국의 경우 올 들어 주가가 조정받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 성장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한국도 주가 회복 시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유망한 투자처라고 이 부장은 내다봤다.해외 투자 자산 가운데 나머지 금액은 글로벌 분산 펀드와 브릭스 지역에 투자하도록 했는데 글로벌 분산 펀드의 경우 메릴린치나 피델리티 같은 세계적 투자은행들이 전 세계 우량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하고 있는 만큼 안정성이 매우 높다는 장점이 있다. 또 브릭스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오브펀즈의 경우 위험이 다소 높지만 기대수익률도 매우 높은 투자 상품이다. 글로벌 분산 펀드의 경우 위험이 낮은 자산으로, 아시아 지역 투자 펀드는 중간 정도의 위험을 가진 상품으로, 브릭스 펀드오브펀즈와 동유럽 이머징마켓 펀드의 경우 높은 위험을 지닌 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부장은 특히 환율 위험을 지지 않는 게 좋은 만큼 해외 투자 시 모두 선물환 거래를 이용해 환 리스크를 없애도록 했다.그는 또 20억 원을 국민주택1종채권에 투자하는 특정금전신탁에 예치하라고 권유했다. 박 회장의 경우 금융 자산 규모가 커 종합과세 대상이 되는데 이 상품에 가입하면 분리 과세가 이뤄지기 때문에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상품의 세후 수익률은 3.8%이지만 은행 정기예금과 같은 세금을 낸다고 가정하고 세전 수익률을 따져보면 5.3% 정도가 나온다.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특정금전신탁에 분산 투자하고 남은 20억 원은 머니마켓펀드(MMF)에 예치토록 했다. 박 회장의 경우 인적 네트워크가 워낙 좋고 정보량도 방대하기 때문에 언제 새로운 투자 기회가 생길지 모른다. 또 기업 경영 과정에서 긴급한 자금 수요가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언제라도 유망한 투자에 나서거나 갑작스러운 일에 대비할 수 있도록 상대적으로 많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도록 했다.이 부장은 이와 함께 매달 유입되는 새로운 현금흐름 가운데 일정액을 변액연금 보험에 가입하도록 했다. 변액연금 보험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혜택을 받을 수도 있으며 주식시장에 자산을 투자하기 때문에 주가 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추가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일정 기간 잘 불입하면 세금 혜택에 주가 상승으로 인한 차익까지 생겨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이 부장은 매달 유입되는 현금흐름 가운데 생활비를 제외하고 일정액을 변액연금 계좌에 자동이체해 목돈을 마련하라고 충고했다.이 부장은 “이전 포트폴리오의 경우 기대수익률이 4%에 그쳤지만 새로운 포트폴리오는 17%에 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