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양동직 씨의 집

양화가 양동직 씨에게 집은 ‘어머니의 자궁 속과 같은 공간’이다. 원형의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이야말로 양 씨가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집이다.서양화가로 활동하던 그가 건축에 빠진 것은 지난 1996년 무렵. 순수미술에서 평면예술, 설치미술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던 그는 우연히 공간 건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으며 이것을 계기로 10년째 소위 ‘집짓는 일’에 푹 빠져 있다. 그는 지난 10년간 집을 짓기 위해 서울, 지방 가릴 것 없이 막노동판에서 기초체력을 다졌다. 그러면서 전문가들과의 다양한 교류를 통해 저변을 확대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특히 그는 친환경 주택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지금 그가 살고 있는 집 역시 친환경 소재로 만든 100% 생태주택이다. “생태주택이라고 하면 다들 어렵게 생각하는데요, 전 우리 조상들이 살던 초가집에서 건축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황토 흙에 소나무를 사용한 우리 조상들의 집이야말로 가장 자연친화적인 생태주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시중에 유통 판매되고 있는 자재보다는 본인이 직접 현장에서 취득해 사용했다. 집을 짓는데 들어간 돌도 자연석을 그대로 사용했으며 흙은 황토와 마사, 백광석을 혼합해 썼는데 이것도 평생 흙을 연구한 도예가에게 자문을 얻었다. 소나무도 2~3년간 건조한 국산 소나무를 썼고 그중에서도 나무의 중심 부분만을 사용했다. 사찰의 배흘림 기둥에서 착안해 기둥목은 벽체밖에서 보기에 불룩하게 했다. 반대로 내부 기둥은 오목하게 해 내부가 넓은 느낌을 준다. 처마와 집 상단부에 공간을 둬 나무로 만든 지붕이 잘 마르게 설계했다. 그러다보니 공사 기간만 무려 2년이 넘게 걸렸다. 물론 건축비도 평당 1000만 원을 훌쩍 넘어 가계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왜 사서 고생하느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습니다. 보통 평당 300만~500만 원이면 짓는 집을 왜 평당 1000만 원씩이나 들여서 짓느냐고 말이죠. 그게 다 자재 값 때문이었습니다. 좋은 자재를 선택하다보니 기간도 길어지고 비용도 많아졌죠.”이렇게 직접 제작한 벽돌은 지표면에서 50cm 이상 띄워 쌓았다. 흙집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습기와 벽, 창호의 갈라짐 때문이다. 창호는 고가 재료만 엄선해 직접 짜 맞춰 2년이 지난 지금도 바람 한 점 통하지 않을 정도로 견고하다. 그는 시공 노하우가 많은 전문가들을 십분 활용할 것을 조언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온 오프라인 활동을 통해 전문가들과의 교류를 활발하게 펼칠 것도 당부했다. 그는 현재 홈페이지 이랑아트(www.eerang.net)를 개설해 각 분야 전문가들과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그는 공사비를 경제적으로 짜기 위해서는 시공 1년 전부터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고, 복수의 업체로부터 공사비 예상 내역서를 받아 효과적으로 시공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과정을 손수 할 수는 없지만 정보만 충분히 갖고 있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가격으로만 접근하기보다는 내용적인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좋습니다. 천편일률적인 것보다는 나에게 맞는 집을 짓는 것이 중요하죠. 전원주택 하면 단순히 ‘그냥 몇 년 살다가 갈 집’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때문에 완공 후 관리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겁니다. ‘평생 사는 것은 물론 후손들에게 물려줘도 아깝지 않은 집을 짓겠다’는 생각을 갖고 집을 지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