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 되는 최빈국에서 머지않아 2만달러를 바라보는 시대에 이르러 세간에는 잘살고 못사는 양극화의 논란이 일고 있다. 다들 못살던 나라가 잘살게 되면서 못사는 층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필자는 지난 5월 초 연이어 두 건의 글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하나는 유력 일간지의 사설이고, 또 하나는 한 월간지의 기사였다. 월간지의 내용은 ‘미래의 빌 게이츠를 꿈꾸는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CEO’에 대한 설문 조사의 분석 기사였다. ‘CEO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부자였다. 148명의 응답자 중 60명이 ‘부자’라고 대답했고, ‘성실하다’가 40명, ‘부지런하다’가 27명으로 나타났다. ‘CEO가 되려면 어릴 때부터 무엇을 잘해야 할까요?’의 질문에 42명이 ‘무슨 일이든 앞장서야 한다’, 33명이 ‘부지런해야 한다’ , 21명이 ‘공부를 잘 해야 한다’, 17명이 ‘저축을 많이 해야 한다’, 12명이 ‘말을 잘 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또 하나는 ‘전교조 눈에 기업인은 악(惡)의 화신(化身)인가’라는 제목의 한 일간지 사설이었다. ‘노동자를 찾아서’ 란 주제로 전교조가 5월 한 달 동안 노동절 계기(契機) 수업을 하겠다고 나섰단다. 전교조 ‘수업 지도안’에 있는 ‘사장님 특권 마을’이라는 역할극은 섬뜩한 계급투쟁 선동이란 인상이 깊다. 사설의 일부를 소개하면 ‘난 몰라 마을’이라는 역할극에선 바닥에 금을 그어 놓고 오른쪽에는 ‘주의! 뜨거운 기름’, 왼쪽에는 ‘주의! 떨어질 수 있음’이라는 표지판을 세워 둔다. 그리고 노동자 역할을 맡은 학생에게 벽돌 꾸러미를 양손에 들고 눈을 감은 채 금을 따라 걷게 한다. 여기서 사장의 역할은 ‘금에서 벗어나면 노동자의 부주의를 탓하면서 치료비도 주지 않고 곧장 해고’ 하는 것이다. 사설은 기업을 노예수용소처럼 왜곡하고 기업인에게 돌팔매질을 하도록 부추기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절대적으로 올바른 노동교육 인권교육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계기 수업의 잘못됨에 대해 한 교직자는 크게 통탄할 지경이라고 말했고, 평생 고생해 기업을 이룬 한 최고경영자(CEO)는 기업 경영의 길은 그어 놓은 금을 걷는 노동자 것이 아니고, 기업인이 그 위험한 길을 걷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근로자는 기업이 망하면 다른 직장을 찾아가지만, 기업인은 기업을 이끌지 못하면 끝장나고 만다. 기업인은 항상 벼랑 끝에 서 있어서 언제 벼랑으로 굴러 떨어질지 모르는 위험 속에 있는 존재라고 평했다. 기업 한다고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청소년의 눈에는 성공한 기업의 밝은 면만 보이고, 실패한 CEO의 말로는 알지 못한다. 한 기업이 성공하려면 사람, 자본, 기술, 상품, 지식을 갖추고 기업가 정신, 도전과 모험에서 일어서야 한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기업이 잘돼 국가 경제가 안정되고 성장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하는 요소는 너무 많다. 기업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을 걷는 것과 같다는 기업인의 한탄도 많이 듣고 있다. 기업 경영에서 얻어지는 부는 고용을 통한 가계와 세금으로 다시 환원되면서 국부를 이룩하지만 기업이 다 망하면 노동자의 일자리도 없고 세금도 없어 결국에는 온 국민이 가난으로 떨어진다. 나라의 근원이 기업이고, CEO는 그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니 청소년의 CEO 지향 사고를 키워주어야 하고, 기업인이 노동자를 착취한다는 낡은 생각은 버려야 한다. 기업은 노동자와 소중한 동반자다. 반기업 정서를 부추길 것이 아니라 CEO가 존중되는 정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