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골프소녀 미셸 위

셸 위가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 미국 LPGA투어 나비스코챔피언십부터였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란초미라지 미션힐스CC에서 열린 이 대회에 미셸 위는 열네 살이 채 안된 나이로 출전했다.미셸 위는 첫날 이븐파 72타, 둘째 날 2오버파 74타를 기록하더니 사흘째 날 6언더파 66타를 쳐 최종일 마지막 챔피언조로 애니카 소렌스탐과 맞대결을 펼쳤다. 어쩌면 그날 미셸 위와 소렌스탐의 맞대결은 세계 여자 프로 골프계의 ‘현재’와 ‘미래’가 만난 역사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소렌스탐은 지금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수지만 미셸 위는 장차 소렌스탐을 넘어설 재목이기 때문이다. 첫 대결은 미셸 위가 76타를 쳐 71타를 친 소렌스탐에게 완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셸 위가 소렌스탐을 능가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것은 ‘끊임없는 도전정신’ 때문이다. 여자 대회를 넘어 남자 대회에서 커트를 통과하고 우승을 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소렌스탐은 2003년 5월 PGA투어 콜로니얼클래식에 출전해 1, 2라운드에 71타와 74타를 쳐 커트 탈락한 이후 정규 남자 대회에 두 번 다시 출전하지 않고 있다. 풍부한 경험과 실력으로 따지면 미셸 위를 능가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의 도전을 포기했다.하지만 미셸 위는 달랐다. 2003년 1월 PGA투어 소니오픈 월요 예선에 첫 출전한 것을 시작으로 성(性)대결을 시작했다. 1오버파 73타를 쳐 공동 47위로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두 번째는 바로 다음달에 열린 3라운드짜리 비공식 대회인 펄오픈이었다. 고향인 하와이에서 열렸는데 일본 투어 프로와 아마추어 등 총 192명이 출전했다. 미셸 위는 여기서 커트를 통과하며 합계 8오버파 224타로 공동 43위를 기록했다.미셸 위는 이후 남자 정규대회에 초청받아 출전하며 성대결을 펼쳤다. 그해 8월 캐나다 투어인 베어밀스오픈에 출전했으나 합계 9오버파 153타를 쳐 5타차로 커트를 넘지 못했다. 9월에는 PGA 2부 투어인 앨버트슨스 보이시오픈에 나갔으나 합계 12오버파 154타로 무려 커트 선을 10타나 오버하며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2004년 1월 소니오픈에 나갔으나 합계 이븐파 140타를 쳐 아깝게 1타차로 커트를 미스했다. 2005년 1월에도 소니오픈에서 합계 9오버파 149타를 쳐 커트 기준선보다 7타나 더 쳐 떨어졌다.같은 해 7월 존디어클래식에서는 합계 1언더파를 기록, 2타차로 고배를 마셨고 11월 일본 골프투어 카시오오픈에서는 막판 연거푸 보기를 범하면서 1타차로 커트 탈락했다. 그러나 미셸 위는 5월4일부터 7일까지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린 아시안PGA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7전8기’끝에 합계 5언더파를 쳐 공동 17위로 거뜬히 커트를 넘었다. 아직 미 PGA투어 커트는 넘지 못했지만 미셸 위는 7월께 열리는 존디어클래식에서 그 벽도 넘어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셸 위는 국내에서 알아주는 천재 집안에서 태어났다. 미셸 위 할아버지인 위상규(80) 옹은 서울공대를 나와 미국 미네소타주립대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항공우주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56∼92년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를 지냈다. 큰아버지 위봉씨(54)는 서울대와 미 스탠퍼드대를 나와 현재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다. 세계항공우주공학회에서 기조연설을 할 정도로 유도항법 분야의 권위자다. 큰어머니 이성현씨(52)는 스탠퍼드대(산업경영 석사)를 나와 현재 미국 피닉스대 수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위봉 교수의 아들로 미셸 위의 사촌 오빠인 성준군(24)과 성수군(22)도 모두 고등학교를 수석 졸업한 뒤 각각 애리조나주립대 전자과와 의대에 입학한 수재들이다. 아버지인 위병욱씨(46)는 한양공대와 미 펜실베이니아대를 나와 하와이주립대(도시교통공학) 교수를 맡고 있다. 어머니 서현경씨(41)는 1985년 미스코리아 보령제약 출신이다. 고모 봉애씨(50)는 서울대 의대를 나온 의학박사이며 고모부 김호근씨(52)는 연세대 의대 교수이다.신체조건도 훌륭하다. 한국인으로는 장신인 아버지(187cm)와 어머니(173cm)의 영향으로 키 183cm, 몸무게는 70kg이다. 키는 지금도 크고 있다. 어머니에 따르면 미셸 위는 태어나자마자 고개를 돌렸다고 한다. 보름 만에 일어섰다고 하는데 그 말은 차마 믿어지지가 않는다. 미셸 위는 네 살 때 어린이 클럽을 사용해 100야드를 날렸고 일곱 살 때 처음으로 18홀 라운드를 마쳤는데 14오버파를 쳤다고 한다. 그리고 열네 살 때 올로마나클럽에서 9언더파 64타를 쳤다. 야구 테니스 수영 축구 체조 발레 등 모든 운동에서 두각을 나타낼 정도로 천재성을 보였다.미셸 위를 따라다니며 전담 지원하는 소위 ‘미셸 팀’은 20여 명에 달한다. 우선 스윙 코치인 데이비드 레드베터가 있고 레드베터의 아내는 미셸 위의 퍼팅을 가르쳐 주는 퍼팅 담당 코치다.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트레이너와 짐 로어(Jim loehr)라는 스포츠 심리학자도 항상 따라붙는다. 또 물리치료사는 1주일에 한번씩 스윙으로 찌그러진 몸의 균형을 맞춰 준다. 여기에 매니지먼트사인 윌리엄모리스 측의 로스 벌린(Ross berlin)이 매니저로 동행한다. 이 매니저는 미 PGA투어 부회장을 지낸 거물급이다. 이 외에 윌리엄모리스 측은 인터넷 담당, 마케팅 담당 등을 정해 총 4명 정도가 그녀를 전담 지원한다. 윌리엄모리스사와 계약한 톱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철두철미하게 관리된 이미지다. 화장과 의상 신발 등을 맞춰 주는 코디네이터도 있다. 데이비드 리프만(David lipman)이라는 인물로 할리우드 스타인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코디네이터 출신이다. 대회 때 입는 나이키 의류 디자이너는 별도다. 이와 함께 미셸 위가 벌어들이는 계약금과 상금 출전료 등을 관리해 주는 변호사와 회계사만 5명이다. 변호사는 세금 투자 계약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모든 돈은 ‘트러스트’에 넣어 둬 미셸 위의 부모라 할지라도 함부로 쓸 수 없도록 해 놨다. 이 밖에 전담 요리사도 둬 미셸 위의 건강상태에 맞춰 음식을 세팅해 준다.미셸 위는 지난해 말 프로로 전향하면서 나이키와 소니(SONY)로부터 연간 합산 1000만달러(93억원)를 받는 조건으로 후원 계약을 했다. 프로 전향 직후 일본에서 열린 카시오월드오픈에 나가면서 150만달러의 초청료를 받았다. 이 초청료는 타이거 우즈가 받는 초청료 다음으로 거액이다. 어니 엘스만 해도 30만∼50만달러 수준이다. 미셸 위는 SK텔레콤오픈에 출전하면서 70만달러의 초청료를 받았다. 이어 국내 부동산회사인 ㈜신영과 국내 광고모델료 사상 최고액 계약을 했다. 2년간 광고모델 계약을 하면서 모델료로 220만달러에다 격려금 80만달러를 챙겼다. 이 금액은 연간 14억원으로 국내 광고모델료 사상 최고액이다. 그동안 광고 업계에서는 2000년 서태지가 프로스펙스와 연간 12억원에 계약했던 것이 최고였다.프로 데뷔한 지 1년이 채 안된 시기에 계약금과 초청료만으로 1520만달러를 벌어들인 셈이다. 이 기간에 미셸 위가 프로대회 상금으로 받은 금액은 얼마일까. LPGA투어 필즈오픈에서 3위를 하며 7만3227달러를 벌었고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도 공동 3위로 10만8222달러, SK텔레콤오픈 공동 35위로 405만 원 등 18만여달러에 불과(?)했다. 미셸 위가 앞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시간문제다. 우선 각종 대회 출전료가 해를 거듭할수록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현재 타이거 우즈의 공식 출전료는 200만∼300만달러다. 미셸 위가 조만간 우즈에 버금가는 출전료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미 PGA투어는 초청료를 받지 않고 나가겠지만 일본 한국 유럽 등에서 거액의 초청료를 제시받아 초청료로만 연간 1000만달러를 벌어들일 전망이다.광고모델료 수입도 엄청날 것이다. 늘씬한 외모와 친근한 이미지로 화장품 의류 액세서리 자동차 등 여러 업체들이 미셸 위를 잡기 위해 거액을 베팅할 것이다. 미셸 위는 향후 2∼3년 내에 연간 3000만∼4000만달러를 벌어들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미셸 위는 당초 자신의 목표를 마스터스 출전이라고 밝혔다. 이는 남자대회 커트 통과로 변했고 이어서 PGA투어 우승에 이어 급기야 ‘PGA투어 올해의 선수’로 다시 한 번 바뀌었다. 말하자면 남자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타이거 우즈처럼 ‘황제’가 되겠다는 ‘엄청난’ 목표를 공언한 것이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결론은 아직 부정적이다. 그러나 잠재력은 충분하다. 미셸 위는 현재 드라이버 샷 거리가 평균 270야드 정도다. 이는 LPGA투어에서는 정상급이지만 PGA투어에서는 최하위권에 속한다. 타이거 우즈가 평균 300야드를 날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프로와 아마추어 같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미셸 위가 앞으로 노력해서 30야드를 늘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이야기다. 정작 장타자로 알려진 미셸 위지만 남자대회에서는 ‘짤순이’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고질적인 퍼팅 등 쇼트게임 부족도 보완해야 한다. 퍼팅이 잘 되는 날은 그런대로 언더파 스코어를 내지만 퍼팅이 뜻대로 안 되면 바로 오버파를 기록하는 것은 아직도 경험이 미숙하다는 얘기다. 다음으로 진정한 톱 선수로 거듭나기 위한 ‘독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셸 위에게 현재 부모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미셸 위는 그동안 부모의 도움으로 성장해 온 게 사실이다. ‘똑똑한’ 부모들의 교육을 받으면서 자신을 관리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부모를 떠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미셸 위는 아직 진정한 프로로 불리기에는 부족하다. 학업을 겸하면서 쉬엄쉬엄 대회에 출전한다는 점에서 ‘완벽한 프로’가 됐다고 할 수 없다. 미셸 위는 여러 불안요소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무한한 잠재력과 도전정신으로 이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천재소녀’가 ‘세계 골프 황제’로 변할 수 있을 지 전 세계 골프팬들이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