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규칙 지식도 정상급인 미셸 위
마추어든 프로든, 골퍼들은 골프 규칙만 통달하고 있어도 적게는 1타, 많게는 몇 억원의 상금을 세이브할 수 있다. ‘소녀 골퍼’ 미셸 위는 지난해 10월 프로 데뷔전인 미국LPGA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드롭을 잘못해 실격을 당하는 아픔을 맛보았다. 그런데 얼마 전 한국 남자 프로골프 SK텔레콤오픈에 출전한 미셸 위는 한층 달라진 스윙만큼이나 규칙 지식도 해박해 보였다.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의 실격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이 됐음을 알 수 있었다.미셸 위의 규칙 지식이 돋보인 것은 4라운드 4번홀(파3). 그린 앞에 대형 워터해저드가 도사리고 있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홀이다. 미셸 위의 티샷이 바람에 밀리는가 싶더니 그린 앞 철쭉 덤불에 들어갔다. 그곳은 ‘래터럴(lateral) 워터해저드’ 지역이었다. 철쭉나무만 없으면 워터해저드 지역이라도 벌타 없이 칠 수도 있었으나 볼이 철쭉나무 옆에 멈췄기 때문에 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1벌타 후 드롭 장소다.그곳은 빨강 말뚝(선)으로 된 래터럴 워터해저드이기 때문에 볼이 어떻게 그 지역에 들어갔느냐에 따라 드롭 위치가 그 근처가 되느냐, 티잉 그라운드가 되느냐로 갈릴 판이다. 볼이 곧바로 해저드 지역에 들어갔다면 티잉 그라운드로 돌아가 드롭해야 한다. 만약 볼이 해저드 바깥(그린 쪽)에 떨어진 뒤 경사에 의해 뒤로 굴러 해저드 지역에 멈췄다면 그 인근에 드롭하고 칠 수 있다. 즉 ‘볼이 해저드 경계선을 최후로 넘어선 곳으로부터 홀에 가깝지 않은 지점으로서 두 클럽 길이 내’에 드롭할 수 있는 것이다.물론 미셸 위는 후자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저드 경계선 밖에 나있는 ‘피치 마크(볼이 낙하하면서 만든 자국)’를 그 증거로 들었다. 경기 위원은 처음에 미셸 위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다가 나중에 그 피치 마크를 보고서야 미셸 위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볼이 멈춘 곳 인근에 드롭한 미셸 위는 세 번째 샷을 홀에 붙여 보기로 홀아웃했다. 만약 미셸 위가 규칙 지식이 모자라서 경기 위원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자신이 없었다면 티잉 그라운드로 돌아가서 세 번째 샷을 했을 것이고 그러면 대개 더블보기가 불가피하게 된다. 센스 있고 재빠른 규칙 해석으로 1타를 줄였다고 하면 비약일까.비슷한 사례가 2004년 한국 오픈에서 있었다. 초청 선수로 출전한 어니 엘스가 최종일 우정힐스CC 8번홀(파5)에서 티샷한 볼이 페어웨이 왼쪽의 래터럴 워터해저드에 빠졌다. 엘스는 미셸 위처럼 ‘볼이 해저드 바깥에 맞은 뒤 경사를 타고 굴러서 해저드에 들어갔다’고 주장했으나 경기 위원은 볼이 ‘해저드 후방(티잉 그라운드 쪽)의 경계선을 넘은 뒤 곧바로 물에 빠졌다’며 엘스의 어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엘스는 어쩔 수 없이 해저드 후방으로 가서 드롭한 뒤 세 번째 샷을 해야 했다.미셸 위나 엘스의 사례처럼 볼이 래터럴 워터해저드에 빠질 경우 ‘어떻게 해저드 경계선을 넘었느냐’를 잘 따져야 한다. 대부분은 엘스처럼 해저드 후방(티잉 그라운드 쪽)의 경계선을 넘은 뒤 해저드에 ‘퐁당’한다. 이럴 경우 반드시 해저드 후방이나 직전 쳤던 곳에서 드롭하고 쳐야 한다. 그런데 볼이 해저드를 가까스로 넘었으나 경사에 의해 뒤로 굴러 해저드에 들어갔다면 최후로 해저드 경계선을 넘은 지점(그린 쪽 경계선)으로부터 두 클럽 길이 내에 드롭하고 칠 수 있다. 거리상 1타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간혹 로컬룰로 볼이 워터해저드에 빠질 경우 그린 근처의 일정 장소(드롭존·드롭에어리어·해저드티)에서 드롭하고 치도록 하는 수도 있다. 로컬룰은 제너럴룰에 우선하므로 그 경우엔 그 지점에서 드롭하고 치면 된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