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투자처 ‘시장재개발’ 어디가 뜨나
울 용산구 청파동에 사는 김정신씨는 지난 2004년 성북구 종암동 종암시장에 있는 15평짜리 소매 점포를 2억원에 구입했다. 대지 1500여 평에 2층 규모였던 종암시장은 2008년 4월 완공을 목표로 지난해 재개발에 들어갔다. 종암시장은 지난 1961년 건설된 곳으로 시설이 매우 낡아 재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계획대로라면 종암시장은 지하 3층 지상 25층 주상복합건물로 탈바꿈된다.시장 재개발 사업이 틈새 투자처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시장 재개발 사업은 노후된 기존 재래시장을 정비구역으로 지정해 현대화한 쇼핑 시설로 개선하는 사업을 말한다. 대형 마트와 백화점의 영업권이 확대되면서 재래시장들이 심각한 영업난에 직면하자 서울시는 ‘재래시장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재래시장 재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별법에 따르면 각 재래시장들은 시에서 지원금을 받아 시장을 개조하거나 조합을 결성해 재개발할 수 있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조합을 결성하고 시공사를 선정해 개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럴 경우 기존 2~3층에 불과하던 시장을 주상복합으로 바꿀 수가 있어 한층 높아진 용적률을 적용받는다. 중소기업청장으로부터 시장 재개발 재건축사업 시행구역으로 지정받은 재래시장 중 일반 주거지역에 위치한 곳은 용적률이 400% 이하, 준주거지역에 위치한 곳은 용적률이 450% 이하로 결정된다. 만약 구청장이 사업계획서를 검토해 주변 교통 경관 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일반 주거지는 500%, 준주거지역은 600% 이하로 용적률을 결정할 수 있다. 행정 절차도 빨라, 계획 입안 후 구 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만 거치면 된다. 사업 시행구역으로 선정된 곳은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지 않아도 되고 건축비의 10%인 과밀부담금 50%를 감면받는다. 주상복합의 경우 신축 시 사업계획 승인 대상에서 제외될 뿐만 아니라 취득·등록세가 면제되고 종합토지세는 5년간 50% 감면받는다. 조합 등 사업 시행자가 분양하는 토지, 점포는 양도소득세를 면제받는다. 조합을 구성해 사업을 진행할 경우에는 조합원 5분의 3만 동의를 얻으면 사업 추진이 가능하며 국공유지가 사업지 내에 포함돼 있으면 수의 계약도 가능하고 토지 구입 후 대금은 분할로 납부하면 된다. 시에서 사업비의 일정 부분을 부담하기도 한다. 현재 서울에서 시장 재개발이 진행 중인 곳은 3~4군데로 이중 시장 재개발 형식으로 사업을 추진해 5월 완공된 성북구 돈암동 동일하이빌은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다. 돈암시장을 재개발한 이곳은 성신여대 상권과 맞물려 있는 데다 성북천 개발이 계획돼 있어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우건설은 마포구 서교동 신교시장을 헐고 지하 4층 지상 12층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 ‘서교동 대우 미래사랑’을 건설하고 있다. 이 밖에 신홍선건설이 시공사로 나서 강북구 미아동 미아시장을 재개발하고 있으며 성북구 종암동 종암시장은 우림건설이 주상복합 우림 카이저팰리스를 건설하고 있다. 성북구 장위동에 있는 장석시장에 성덕종합건설이 주상복합을 추진하고 있으며 금천구 독산동 남문시장과 동대문구 회기동 휘경시장, 이문동 이문종합상가, 중구 신당동 흥인 덕인시장 등도 현재 재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뉴타운 인근에 재개발 중인 곳도 있다. 강서구 방화뉴타운과 가까운 방신종합시장이 지하 3층 지상 13층짜리 주상복합으로 재개발 중이고, 노량진뉴타운 부근에는 노량진1동 노량진시장과 신노량진시장이 재개발을 위해 사업시행 인가를 준비 중이다. 이 외에도 영등포구 신길동 영진시장은 신길뉴타운, 양천구 신정동 신평종합시장은 신정뉴타운 인근에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시장 재개발 사업은 도급제와 지분제로 구분된다. 상가 소유주들이 조합을 결성해 사업 전반을 책임지고 시공사는 단순히 공사만을 담당하는 것을 도급제라고 하는데 이 방식은 분양만 잘되면 엄청난 이익을 거둘 수 있지만 분양이 저조할 경우 모든 위험 부담이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온다는 단점이 있다. 지분제는 시공사와 재개발 조합이 사업비 전체를 지분으로 나눠 각자 부담하는 방식이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해당 재래시장을 주상복합으로 재건축해 상가는 기존 상가 소유주들에게 분양하고 주거용 부분에 대해 일반 분양해 수익을 얻는다. 시장 재개발 사업의 장점은 비교적 권리 관계가 깨끗하다는 점에 있다. 일반적으로 시장 상인들은 지분을 가지지 않은 채 영업만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지분을 소유한 조합원이 적은 것은 조합원들이 나눠 가질 이익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대 상인에게는 영업권에 대해서 보상해 준다. 만약 재래시장에 주거와 상업 시설이 함께 있다면 상업 시설에 대해서는 상가 분양과 영업권 보상금이 주어지고 주거 시설 세입자에게는 일반 재개발 사업과 같이 임대주택이 공급된다. 현 시점에서 시장 재개발이 주목받는 이유는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강북 재개발의 혜택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는 점과 다주택 소유로 인한 중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에 있다. 현재 서울시가 추진 중인 강북 뉴타운과 유턴(U-turn) 프로젝트로 지정된 곳 중에서 재래시장이 포함돼 있는 곳은 상당수다. 이들 개발지구에 포함돼 있기만 하면 상당한 프리미엄이 예상된다. 지역이 뉴타운 등으로 바뀌면 자연스럽게 현대화 작업이 추진되기 때문이다. 길음동 길음뉴타운과 인접해 있는 길음시장이 대표적이다. 지난 2003년 시 예산 16억7500만원이 투입돼 쇼핑센터로 탈바꿈된 길음시장은 길음뉴타운 개발과 인접해 있어 상권이 더욱 커지고 있다. 강북구 미아5동 숭인시장과 수유시장, 중랑구 면목7동 면목시장 등도 현대화 사업으로 수혜를 본 곳이다. 게다가 시장 재개발 사업은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도촉법)’도 적용받는다. 도촉법은 각각의 재개발조합이 구역을 합쳐 사업을 진행하면 용적률 확대 등의 인센티브를 주도록 돼 있다. 따라서 재래시장 인근에 재개발구역이 있을 경우 도촉법으로 사업을 변경해 추진할 수도 있다. 사업 규모가 훨씬 커지는 것은 물론 단지 내 상가 등 상업 시설도 쉽게 분양될 수 있어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하기가 쉽다. 재래시장은 상업용 건물이기 때문에 주택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재건축된 주상복합 중 주거용 부동산을 분양받아도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토지를 맞바꾸는 환지(換地)로 봐 주택수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게 과세 당국의 설명이다. 재래시장은 일반 주택지보다 공시지가가 약 20% 높기 때문에 대출받기도 유리하다. 재건축되고 있는 시장들은 대거 대규모 주거타운과 인접한 지역에 있기 때문에 임대수익이 우수하다. 따라서 원룸형 오피스텔이 들어서기에 적합하다. 하지만 인프라 마련 없이 무분별한 시장 재건축은 교통난 심화와 주거 환경 악화 등의 문제점을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 밖에 임대인인 상인들이 영업권 등을 주장하며 사업 자체를 반대할 경우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