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히데유키 다이와투신 주식운용부장
이와투자신탁의 이토 히데유키 주식운용부장은 ‘2조엔’의 사나이로 불린다. 일본 주식이 전문인 이토 부장은 20여 명의 펀드매니저와 함께 2조~2조5000억엔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일본에서도 ‘저축의 시대’가 가고 ‘투자의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재테크 수단으로 주식 투자가 각광받는 것은 세계적 트렌드입니다.” 이토 부장은 “세계에서 안정 자산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꼽히는 일본인들도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노후 대비용으로 금융 자산 중 ‘리스크 자산’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추세”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악재가 불거지면서 각국의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증권 투자는 여전히 가장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이토 부장은 일본 증시 전망에 대해 “닛케이 평균주가가 5월 들어 1000엔 이상 하락해 1만6000엔 선을 위협받고 있지만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상장사들이 사상 최고의 이익을 내고 있어 하반기 중 2만엔을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증시와 관련, “일본 경제가 1990년대 장기 침체를 겪는 동안 삼성 현대 등 한국의 대기업들이 글로벌 우량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이들 대기업이 성장세를 지속하는 한 한국 증시도 유망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다이와투신은 노무라애셋매니지먼트와 함께 일본 양대 투신사로 꼽힌다. 이토 부장은 1982년 다이와그룹에 입사한 후 1987년부터 20년째 펀드매니저로 활약해 온 베테랑이다. 다음은 다이와투신 도쿄 본사에서 가진 그와의 일문일답.-5월까지 일본 경기 확대 국면이 이어져 전후 2번째 장기 호황기를 맞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 회복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봅니까.“1990년대 초 부동산 버블이 꺼져 불량 채권이 급증하면서 시작된 일본의 장기 불황 요인이 거의 해소됐습니다. 금융권 불량 채권 문제는 해결됐고 기업 구조 조정으로 대기업들은 4년째 사상 최고 이익을 거두고 있어요. 가파른 상승세는 꺾일 수 있지만 회복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일본은행이 지난 3월 양적 완화 정책을 중단한 후 제로 금리 정책의 해제 시기에 세계 각국의 관심이 높습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엔 캐리 자금의 이동으로 세계 증시 영향도 예상됩니다.“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증시에 악재로 봅니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것은 장기 불황을 완전히 극복하고 일본 경제가 정상화됐다는 방증입니다. 따라서 금리가 급격히 오르지 않는 한 일본 증시에 대형 악재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물론 저금리 시대에 해외로 빠져 나갔던 엔화 자금이 본국으로 회수돼 해외 증시에 영향을 줄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일본 경제가 살아나고 이에 따라 일본 증시가 대세 상승한다면 해외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주리라고 봅니다.”-일본 경제의 회복과 맞물려 이달 들어 외환 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엔고’ 현상은 지속될까요.“엔고보다는 달러 약세로 이해하는 게 정확할 것 같습니다. 세계 주요 통화에 대해 달러 약세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쌍둥이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미국 경제는 취약한 점이 많습니다. 특히 미국과 일본 간 금리 격차가 줄어들 전망이어서 엔화 강세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달러당 100엔 선까지 간다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닙니다.”-다음은 주식 시장으로 화제를 돌려 보겠습니다. 일본 증시의 랠리는 끝났습니까.“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세계적인 금리 인상 추세 등 국내외 악재가 불거지면서 일본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장사들은 금년에도 4년째 사상 최고 이익 경신이 확실시되고 경제 회복세도 이어져 펀더멘털은 좋은 편입니다. 악재가 있어 조정을 받는다기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과다하게 올라 한번쯤 쉬어가는 국면이라고 보면 됩니다. 특히 내년부터 일본에선 단카이(일본판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 퇴직이 본격화돼 소비 시장도 활발해질 전망입니다. 현재 1만6000엔 대인 닛케이 평균주가는 하반기 중 2만엔 선을 돌파할 겁니다.”-한국에서도 일본 증시에 대해 관심이 높습니다. 어떤 종목이 유망한가요.“글쎄요. 다이와투신의 경우 운용 상품에 따라 주식 선정 기준이 달라 일률적으로 특정 종목이 좋다고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불량 채권 처리가 끝났고 경기 회복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금융주가 유망하다고 봅니다. 장기 불황기에 크게 저평가돼 앞으로 빛을 볼 것 같습니다.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익성이 좋아진 종합상사나 에너지 관련 종목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채권 시장은 어떻습니까.“일본의 경우 장기간 제로 금리 상태가 이어져 회사채 시장은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최근 경기 회복과 함께 장기 금리도 오름세를 타 회사채 시장도 다시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일본 회사채보다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운용하는 ‘글로벌 채권펀드’에 대한 인기가 높습니다. 다이와의 경우 북미, 유럽, 호주 및 뉴질랜드 등 3대 지역으로 나눠 채권용 펀드를 운용 중입니다. 올해 중 1조엔을 유치할 계획입니다.”-일본 부자들의 재테크 동향이 궁금합니다. 증권의 경우 어떤 상품에 관심이 많습니까.“지난해부터 도입한 ‘개별 관리 계좌(Separate Management Account)’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주문에 맞춰 개인별로 운용해 주는 상품입니다. 벌써 판매액이 2000억엔을 넘었어요. 올 들어 매달 150억엔가량 신규 자금이 유입되는 등 전망이 매우 밝습니다. 종전에는 주식이나 채권 등 분리형 펀드 상품이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엔 주식 채권 등을 골고루 조합한 상품들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일본인들은 안전 자산을 선호해 주식 투자 비율이 낮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동향은. “개인의 금융 자산 중 50% 이상을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서구와 달리 일본인들의 리스크 자산 보유 비율이 낮은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재테크 수단으로 증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주식 투자 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요. 정부도 각종 규제 완화와 지원 정책을 통해 ‘저축’에서 ‘투자’를 유도해 투자 인구는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해외 증시 중 투자 유망 지역을 꼽는다면.“경제 성장률이 높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 등의 증시가 유망해 보입니다. 올 들어 일부 신흥국 증시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중·장기 전망은 밝다고 봅니다. 다이와투신도 금년부터 신흥국만을 겨냥한 이머징펀드를 만들어 운용 중입니다. 10년 장기 운용 상품이라 중·장기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낙관합니다.”-한국 증시는 어떻게 전망합니까.“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10년’간 한국 경제는 많이 발전했습니다.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출현한 점을 들어 향후 전망을 밝게 보고 있어요. 한국 주식만을 대상으로 하는 펀드는 없지만 아시아 지역 펀드에 한국 주식 비중을 높여 잡을 계획입니다. 투자자들 사이에 한국 주식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입니다.”-일본에도 외국계 투신사들이 많이 진출해 있습니다. 금융산업에선 미국 및 유럽계 투자은행들이 앞서고 있는데, 일본 금융회사의 경쟁력은 어느 수준입니까.“서방 투자은행들이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펀드 운용에선 일본계 금융회사들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자부합니다. 다만 글로벌 시장을 놓고 볼 때 서방 기관들이 네트워크도 강하고 정보 수집 능력이 앞섭니다. 특히 리스크 매니지먼트 부문에서 아시아계 회사들이 배워야 할 점이 많습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