름을 잘 타야 성공할 수 있다’는 원칙은 만고불변의 진리로 통한다.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있는 시점에 이런 교훈은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환율이 급락하면서 각 언론매체들은 수출 기업이 치명타를 입는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물론 수출 기업들은 환율이 급락할 경우 똑같은 가격에 수출해도 벌어들이는 돈이 이전보다 줄어들기 때문에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사건에는 양면이 있다. 원화 강세는 해외 투자 등에는 기회가 된다. 전문가들은 환 위험을 줄여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거나, 환율 변동으로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잘 포착하는 게 환 테크의 기본이라고 강조한다.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락하면서 환 테크형 예금상품이 각광받고 있다. 이들 상품은 환율 하락기에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기에 매우 적합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프리커런시론’은 올 들어 5월 초까지 3500억원어치 이상 팔려나갔다. 작년까지 판매량이 월 500억원 정도지만 최근에는 월 1000억원 대로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 상품은 환율 변동 전망에 따라 유리한 통화로 대출받을 수 있으며 돈을 갚을 때는 원화로 갚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례로 상품 수입을 위해 달러를 빌린 후 몇 달 뒤 대출금을 상환할 때 원화로 갚을 수 있기 때문에 원화 가치가 상승한 만큼의 이익을 볼 수 있다. 예컨대 작년 말 한 기업이 1만달러 대출을 받았다면 당시 원화로 갚아야 할 금액은 1000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환율 하락으로 갚아야 할 돈이 929만원 수준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70만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만기가 남아 있는 시점에서 원화 가치가 더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되면 그 시점에 원화로 통화를 확정한 뒤 당시 환율로 나중에 갚을 수도 있다.기업은행의 ‘카멜레온 외화예금’은 외화 정기예금에 통화 전환 옵션이 부여된 상품이다. 작년 말 잔고가 418만달러였는데 올 들어 10% 가까이 늘어나는 등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예금은 고객이 원하면 예치해 놓은 외국 통화를 중도 해지 없이 변경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달러와 엔, 유로, 파운드 등 4가지 통화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만기 3개월과 6개월짜리 두 종류가 있으며 만기 6개월짜리는 다섯 번까지 통화를 변경할 수 있다.신한은행의 ‘외화 체인지업 예금’도 올 들어 잔고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고객이 외화 매도 환율을 현재 환율보다 높게 지정하더라도 이체일 당일 마감 후 환율과 맞아떨어지면 매도가 이뤄지도록 상품이 설계돼 있다. 외국 통화 가운데 미 달러와 엔, 유로, 파운드, 스위스 프랑, 캐나다달러, 홍콩달러, 호주달러, 뉴질랜드달러 등 9개 통화로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어 여러 통화를 보유한 고객이 가입하기 적합한 예금이다.외환은행의 ‘프리미엄 외화 정기예금’은 이미 지난 2월 1000만달러 잔고를 돌파하는 등 인기몰이를 계속하고 있다. 은행이 예금 만기 때 지급할 통화를 원화나 외화 가운데 하나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고객으로부터 매입하는 대신 이에 대한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옵션형 상품으로 기간별 외화 정기예금 이자에 프리미엄이 추가돼 일반 외화 정기예금보다 높은 최대 연 6~7%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 상품에 가입한 고객은 10원이나 15원, 20원, 25원, 30원, 40원 등으로 구성돼 있는 스프레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 뒤 이를 기준 환율에 더한 ‘약정환율’이 예금만기 때 ‘만기 환율’보다 높으면 원금을 외화로 지급받을 수 있다. 반대로 만기 환율이 더 높으면 이자와 프리미엄은 외화로 받되 원금은 원화로 받는다.외환은행의 환율안심외화정기예금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만기 시점에 원금 손해가 발생하면 환율 하락에 대한 보상금을 주는 상품이다. 환율이 30원 이상 떨어지면 달러당 10원을, 40원 이상 떨어지면 달러당 20원을 보상해 주는 상품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이런 혜택이 있지만 다른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낮고 중간에 해지하면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SC제일은행은 외환을 자주 사용하는 고객을 위해 한 달 잔액이 5000달러 이상이면 해외 송금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혜택을 주고 있다. 생활 속에서도 얼마든지 다양한 방법으로 환 테크를 실천할 수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달러를 살 때는 가급적 속도를 늦추고 팔 때는 빨리 하는 것이다. 환율이 하락한다는 것은 달러 값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달러를 더 싼값에 살 수 있다. 자녀가 해외에 유학 중이라면 가급적 송금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게 좋다. 기러기 아빠들은 한 번에 몽땅 돈을 보내지 말고 필요 자금을 여러 번 나눠 송금하는 게 바람직하다. 해외 여행 시에도 현찰보다는 카드를 사용하는 게 한푼이라도 돈을 절약하는 길이다. 청구 대금이 확정되기까지 3~4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물론 해외에서 카드를 사용할 때 추가 수수료가 있는지 확인해야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 달러가 남았다면 한시라도 빨리 원화로 바꿔야 한다.해외 펀드에 투자할 때에는 특히 환율을 민감하게 고려해야 한다. 기껏 주식에서 수익을 냈다 하더라도 환율이 급변하면 결과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펀드는 환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반드시 해외 펀드에 투자할 때에는 환 헤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환율 움직임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안전을 위해 헤지를 하는 게 좋다. 선물환 계약을 하고 보통 수수료 0.05% 정도를 부담하면 헤지가 가능하다. 해외 주식이나 채권에 직접 투자하기 힘든 국내 투신사들이 해외 펀드 가운데 수익성과 안정성을 고려해 선정한 펀드에 가입, 분산 투자 효과를 극대화한 재간접 펀드의 경우 대부분 환 헤지 기능이 이미 포함돼 있다. 따라서 환율이 급락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결과적으로 수익률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해외 재간접 펀드를 활용하면 환율 변동 리스크에 대해 고민할 필요 없이 투자가 가능하다.조우석 국민은행 PB팀장은 “환율 예측은 전문가들도 하기 힘든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일반인들은 환 위험에 대비한 금융상품에 가입하거나 선물환 헤지 등을 통해 환율 변동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만큼 환 테크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