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패션 경영 비법

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72)은 늘 변화를 시도한다. 제자리에 그냥 앉아 있는 법이 없다. 이번엔 삼성전자의 ‘아트 디렉터’로 변신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지펠’ ‘하우젠’ 브랜드의 패턴과 소재, 문양, 휘장 등의 디자인을 총지휘하기로 계약한 것. 그러고 보니 앙드레 김의 활동 영역은 실로 방대하다. 화려한 의상 디자인은 기본. 속옷(김 엔카르타), 아동복(앙드레 김 키즈), 화장품(앙큼), 골프웨어(앙드레 김 골프웨어) 등 분야에 독자 브랜드를 런칭하고 있으며 아파트 인테리어(래미안·트라팰리스)에도 참여한 적이 있다. 주얼리 사업에도 뛰어들어 곧 ‘앙드레 김 주얼리’가 출시된다. ‘앙드레 김’이 토털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고희를 넘긴 나이가 무색할 만큼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앙드레 김을 신사동 아뜨리에에서 만나봤다. 아뜨리에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화이트 컬러’로 온통 덮여 있어 마치 눈 덮인 정원에 와 있는 듯 신비로웠다. ‘자연’ 모티브를 즐기는 그답게 매장 안은 하얀 나뭇가지와 동물 모양 조각들이 즐비했다. 실내에 퍼져 있는 진한 향도 인상적이었다. 평소 좋아하는 디올, 듄, 샤넬 등의 향수를 소파, 옷 등 매장 곳곳에 뿌려 놓는다는 직원의 설명이 피부로 와 닿았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지난 40여 년간 ‘앙드레 김’이라는 브랜드를 명품화하는데 성공했다. 성공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는지.“‘겸손’이 가장 큰 미덕이라고 본다. 내가 성공한 이유를 직접 말하긴 쑥스럽지만, 난 항상 모든 일에 진실되고 성실하고자 했다. 이 정신은 모든 분야에서 중요하다. 특히 패션은 상업적인 측면이 강한 산업이다. 동시에 예술성도 가미돼야 한다. 그래서 난 뚜렷한 주제를 가지고 임했다. ‘동양인으로서의 자존심과 전통, 문화를 세계적인 ‘미(美)’로 재창조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국가관이 뚜렷해야 한다고 본다.” -뚜렷한 국가관이 있는 것 같다.“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면서 수많은 해외 인사들을 만나다 보니 절로 국가관이 투철해졌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요즘 젊은이들의 국가관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교육열이 높아 지적이고 학식이 많은 젊은이들이 많아졌지만 주위 사람이나 국가를 위한 깊이 있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부모 형제, 나아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자신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축구 경기 있을 때만 ‘코리아’를 외치는 일은 없기 바란다.”-매장에 와 보니 화이트 컬러 일색이고, 의상도 흰 색으로만 입는 걸로 알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어릴 적부터 흰 색을 좋아했다. 고향의 영향이 큰 것 같다. 경기도 고양군 신도면 구파발리에서 태어났다. 삼각산과 북한산을 아우르는 시골 마을이다. 고향 마을이 흰 눈에 덮여있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린 눈에 하얀 세상은 투명하고 순수해 보였다. 물 속의 투명함, 크리스털과 수정의 투명함도 좋아한다.”-앙드레 김 의상은 화려해서 평소에는 입기 힘들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이 단골 고객인지 궁금하다.“내 의상은 예술성과 작품성을 중요시한다. 실생활에서 입기엔 곤란할 것이다. 그래서 조수미 같은 예술가들이 대형 콘서트에 입거나, 국제 회의 등의 한국 사절로 외국에 나가는 사람들이 주로 선호한다. 하지만 평상 시 입는 의상도 많이 디자인한다. 고객은 상류층만 있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필요한 일이 있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패션쇼에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이 반드시 등장한다. 스타들을 쇼에 기용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지 궁금하다.“내 패션쇼는 종합 예술이다. 때문에 연기력이 풍부한 모델을 주로 쓰려다 보니 연기 경험이 풍부한 스타들을 메인 모델로 기용하게 됐다. 메인 모델을 섭외할 때는 꾸밈없고 건강한 젊음이 느껴지는 스타들을 선호한다. 스포츠 스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선 오염되지 않은 순수함과 에너지가 동시에 느껴진다. 앙드레 김과 가장 잘 맞는 스타들로는 장동건 원빈 이병헌 권상우 최지우 이준기 이승엽 안정환 문대성 등이다.”-얼마 전 삼성전자와 디자인 제휴를 맺었다. 어떤 가전 제품을 기대하면 될지.“동서양의 조화를 이루면서도 독창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겠다. 내년 이맘때까지 삼성전자 생활가전 제품 ‘지펠’과 ‘하우젠’ 전 제품의 패턴과 소재, 문양, 휘장 등에 대한 디자인을 담당하게 된다. 독특한 형태의 냉장고 문양이 전 제품에 적용될 것이다. 딱딱한 소재뿐 아니라 천이나, 가죽 등을 이용해 질감 있는 냉장고와 에어컨이 만들어질 것이다.” -주얼리 브랜드를 런칭할 계획이라고 들었다.“지금 런칭을 준비 중이다. 세계적 디자이너들은 모두 패션 액세서리를 만든다. 하지만 그들이 모두 ‘파인 주얼리(Fine Jewelry)’를 하는 것은 아니다. 앙드레 김 주얼리는 인공 보석이 아닌 진짜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차별된다. 파인 주얼리뿐만 아니라 주얼 워치, 웨딩 링 등도 구상 중이다.”-앙드레 김 브랜드는 고유의 독특한 색깔을 가진다. 디자인 영감은 어디에서 오는가.“자연의 아름다움을 봤을 때 수많은 디자인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동양의 역사와 문화 건축미 그리고 우리나라의 예술성 있는 유적이나 고적 등도 감성의 원천이 된다. 유럽의 비잔틴, 로코코, 르네상스 조각 등에서도 영감을 얻어 근대적으로 재창조한다.”-‘민간 외교관’이라는 별명을 가졌다. 수많은 해외 인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과 에피소드를 소개한다면.“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당시 사마란치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초청으로 ‘IOC 초청 바르셀로나 세계올림픽을 위한 의상 발표회’를 가진 적이 있다. 그곳에서 세계의 왕족들과 만났는데 모두 기억에 남는다. 또 1996년 이집트 카이로의 피라미드 스핑크스 앞에서 패션쇼를 가졌을 때, 이집트의 영부인인 수전 무바라크 여사가 패션쇼를 보고 극찬했다. 이후 방한했을 때 직접 숍에 들르기도 했다.” -고희를 넘긴 나이답지 않다.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을 관리하는 비법이 있다면.“일에 몰두하는 것이 건강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일이 바쁠 때 의욕이 ‘용솟음’치고 일에 열중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패션쇼 하는 날에는 패션쇼 무대를 활보하며 모델들을 챙기고, 쇼 음악을 직접 고른다. 힘들거나 울적할 때면 클래식, 오페라, 라틴, 가스펠 등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다스리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도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 중 하나다.”-올해 계획과 앞으로 앙드레 김이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은지 말해 달라.“오는 7월8일 워싱턴에서 유니세프 자선 패션쇼를 갖고 9월1일에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패션쇼를 갖는다. 그리고 12월 중에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쇼를 가질 예정이다. 100년, 1000년 후에 ‘20세기와 21세기를 거쳐 오면서 패션을 예술로 승화한 독창적이고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MONEY가 이번 호로 창간 1주년을 맞았다. “한국의 경제를 이끌어가고 성장시켜준데 대해 감사하고 문화, 예술 모든 분야에 항상 진실된 편집을 한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창간 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