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성모병원 김광태 이사장·변주선 행정원장 부부의 아름다운 삶

부는 무척 닮았다. 남편은 올해 69세, 부인은 66세. 얼굴에 생기가 넘친다. 이제는 손자들의 재롱이나 즐기면서 편히 쉴 법도 하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현역’이다. 주인공은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있는 대림성모병원의 김광태 이사장과 변주선 행정원장 부부다.“가진 것의 일부를 소외된 사람들과 나누는 것을 일평생 미덕으로 알고 살았습니다. 우리 부부는 사회단체에 가입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일로 봉사를 합니다. 일종의 ‘시간 봉사(Time Share)’인 셈이죠. 또 ‘가진 것의 5% 나누기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봉사를 하면 ‘마음의 부자’가 되는 느낌이 들죠. 행복이 따로 있나요.”부부가 한목소리로 말한다. 실제로 이들 부부는 국제로타리 한국복지재단 등 각종 사회단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김광태 이사장은 현재 국제로타리 협회 이사, 세계병원협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한국로타리장학문화재단에 장학금을 쾌척하고 가족 봉사단을 조직해 봉사해 온 점을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실버 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부인 변주선 행정원장은 현재 세계걸스카우트 아태지역 의장과 세계이사, 한국유방건강재단 이사, 한국아동단체협의회 회장, 한국복지재단 이사 등을 겸임하고 있다. 변 행정원장은 세계 3대 인명사전의 하나인 ‘마르퀴스 후스후(Marquis Who's Who)’에 영예 인사로 등재되기도 했으며 광복 56주년 기념 대통령 표창, 제5회 김활란 여성지도자상 등을 수상했다. 봉사활동의 철학에 대해 물어봤다.“소외 계층에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여성과 아동 복지는 그런 면에서 제가 할 일이 참 많아요. 아동 단체 협의회 회장을 맡아 폭력에 시달리고 버림받는 아이들을 위해 정책을 수립하고 법안을 제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 아동들을 위해 무료 검진을 하고 학교에 찾아가 상담도 해주곤 합니다. 학교별로 불우아동들을 위한 장학금을 만들어 도움을 주고 있죠. 여성 복지 차원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추천받은 여성 지도자들을 위해 해외 연수 프로그램도 10년간 진행하고 있어요. 또한 제 호를 딴 ‘예빈 장학금’을 만들어 해마다 기부하고 있습니다.”변 행정원장의 설명이다. 변 원장이 사회 각지에서 봉사하고 있다면 김 이사장은 병원 안에서 뜻을 이루고 있다. 병원의 최고 위치인 이사장직에 있음에도 그는 아직도 직접 환자를 진료한다. 특히 다른 병원에서 가망이 없다고 포기한 환자들을 받아 살려낸 것도 여러 차례였다. 남들은 기적이라고 말했지만 그는 희망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런 소문이 퍼져 지금도 전국 각지의 환자들이 마지막 희망을 품고 병원으로 찾아온다고.“전 외과의사입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공부했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뿐이죠. 그래서 정상적인 치료로는 회복 불가능한 환자들을 직접 책임지곤 합니다. 생명을 구하는 일은 신비롭습니다. 또 기적적으로 환자가 건강해져 고맙다고 찾아오면 복권에 당첨된 것보다 더 기쁩니다. 보람 있는 일을 하면 절로 젊어지는 것 같아요. 요즘 의대생들이 ‘외과는 힘들다’는 선입견 때문에 외과 전공을 기피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죠.” 김 이사장이 대림성모병원을 지금의 보금자리인 영등포에 세우게 된 것도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개원할 당시인 1969년 병원 앞에 놓인 도로는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었다. 따라서 교통량이 많아 대형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근처에 병원이 없어 촌각을 다투는 환자들이 손쓸 틈 없이 죽어가야 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김 이사장은 이곳에 병원을 세울 결심을 하게 됐다고 한다. 당시 20개의 병상으로 시작한 병원은 현재 400개의 병상을 가진 대형 병원으로 성장했다. 개인병원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지역적 특성 때문에 환자들 대부분이 서민층입니다. 치료를 다 마치고 돈이 없어 도망가는 환자들도 많았죠. 돈이 없어서 병원비를 내지 못하는 환자들에게는 돈을 받지 않았습니다. 당장은 병원이 손해봤지만 그렇게 나간 환자들이 이후에 사례를 하거나 주변에 좋게 얘기해 오히려 우리 병원은 나중에 혜택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베푼 것들이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더군요.”대림성모병원은 환자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병원 메세나(문화예술 지원활동)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년간 대대적인 리모델링으로 병원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것. 병원 로비에 이종상 화백의 동판 ‘부활’을 전시했으며, 유명 화가의 작품들을 병원 각 층 곳곳에 전시해 놨다. 조만간 음악회와 미술작품 전시회도 가질 예정이다. 메세나 활동은 심신이 지친 환자들에게 문화의 향기를 전할 수 있는 데다 병원을 지역 문화 공간으로 꾸밀 수 있다는 게 이들 부부의 생각이다.“병원이 오래돼 시설이 낡다보니 환자들의 불평이 많았습니다. 의술이 제아무리 뛰어나도 환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리모델링을 계획하면서 평소 친분이 있던 예술가들의 작품을 모았고 덕분에 갤러리처럼 병원을 꾸미게 됐습니다.”부부는 자녀들에게도 항상 봉사하며 살 것을 강조한다. 아들과 두 사위가 모두 의사인 의사 가족이기 때문에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지난해 김 이사장의 가족은 특별 행사를 열어 주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호텔을 빌려 300~400명의 환자와 의료인들을 초청, ‘건강 노화 세미나’를 개최한 것. 비뇨기과 의사, 안과 의사, 외과 의사 등이 차례로 나와 노화 방지에 관한 강연을 마치고 첼로 앙상블 연주회도 가졌다. 세미나가 모두 끝날 무렵 강사와 연주자 이사장 부부가 모두 나와 갑자기 케이크 커팅을 했다. 김 이사장의 칠순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장내의 많은 사람들은 그제야 이 세미나가 이사장의 칠순 잔치를 대신한다는 것을 알았고 강사와 연주자가 모두 가족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고. “칠순 잔치를 하기보다는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가족 세미나였죠. 의사인 아들과 사위가 강연을 맡고, 악기를 전공한 두 딸이 연주회를 열었죠. 자식들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고 하잖아요. 자식들에게도 큰 선물을 준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내가 한 일들이 가치 있다고 느낄 때 인생은 비로소 풍요로워진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