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방천 에셋플러스투자자문 회장 성공투자 에센스
방천 에셋플러스투자자문 회장은 ‘투자의 귀재(鬼才)’로 불린다. 우선 그는 외환 위기 전후 2년여 만에 주식 투자를 통해 1억원을 150억원으로 불리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게다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투자자문사를 설립, 계속 주식 투자를 하면서 연평균 35%의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렸다. 1억원을 150억원으로 만든 것은 순전히 운 때문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6년 넘게 평균 35%의 수익을 낸 것은 결코 운 덕택으로 돌릴 수 없는 일이다. 실제 외환 위기 이후 증시 격변기에 수십억원 이상의 돈을 번 사람들은 어느 정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꾸준히 높은 수익을 낸 사람은 극히 드물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강 회장에게는 도대체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전남 신안군 암태도에서 태어난 그는 목포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후 상경해 한국외국어대 경영정보학과를 졸업했다. 첫 직장은 SK증권의 전신인 동방증권. 그러나 주식 업무와는 상관없는 전산실에 배치됐다. 경영정보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사한 지 2년도 안 된 1989년 사표를 내고 굿모닝신한증권 전신인 쌍용증권으로 말을 갈아탄다. 그는 이곳에서 인생의 전기를 마련한다. 영업점포에서 근무하던 강 회장은 증시 하락기에도 한국이동통신 같은 종목을 매매해 큰 성과를 냈다. 당연히 경영진의 눈에 띄었고 91년부터 그는 본사 주식운용부로 발령받아 펀드매니저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저PER(주가수익배율)주가 대박 행진을 벌여 ‘저PER 혁명’이란 조어가 나돌았는데 강 회장은 트렌드가 바뀌는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그는 좋은 실적을 올려 그룹 회장상을 받기도 했지만 ‘역마살’ 탓인지 다시 회사를 그만뒀다. 그의 역마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동료 몇 명과 함께 투자 컨설팅 회사를 만들었는데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이 기여하는 바가 별로 없다며 동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뛰쳐나왔다. 이후 1997년 경기도 구리시의 작은 사무실로 잠적, 홀로 투자를 시작하면서 그의 성공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이것저것 있는 돈을 모아보니 1억원 정도 됐던 것 같습니다. 그 때 주식 투자로 하루에 50만원만 벌어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처남이 운영하던 건설회사 구석방을 빌려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운 좋게(?) 외환 위기가 터진 거예요.” 외환 위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강 회장에겐 인생의 패를 갈리게 만든 좋은 기회였다.“저보다 앞서 장기 투자를 시도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장기 투자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분들은 돈을 벌지 못했습니다. 제가 가치 투자를 할 즈음에 운 좋게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인해 기업의 회계투명성이 높아지고 지배구조가 개선되면서 장기 투자가 성과를 낼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습니다.”그는 장기 투자의 신봉자이지만 장기 투자가 무조건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좋은 주식에 장기 투자해야지, 나쁜 주식에 장기 투자하면 최악의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기업 분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우리나라 많은 투자자들은 주식 투자를 할 때 경제 분석을 하는데 90%, 주가 전망을 하는데 8%, 종목 분석을 하는데 2% 정도의 역량을 투자합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어떤 종목을 살지 분석하는데 85%, 주가지수 전망에 10%, 경제 여건 분석에 5% 정도 투자해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는 전업 투자자로 입문했을 때부터 철저하게 개별 종목 중심으로 시장에 접근했다. 일례로 환율이 상승하자 그는 수출 관련주 가운데 우량 종목을 골랐다. 대덕산업 같은 회사가 레이더에 포착됐고 전반적인 폭락장에서도 이런 종목은 어느 정도 수익을 냈다. 이후 증권주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철저하게 종목을 분석한 결과 당시 500~600원에 불과했던 증권주 우선주는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저는 우리 경제가 망하지 않을 것으로 봤습니다. 그렇다면 증권사 몇 개는 살아남을 것이고, 생존한 증권사는 이전보다 경쟁이 덜하기 때문에 나중에 더 큰 이익을 올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증권사 우선주는 폭락할 대로 폭락했었는데 저는 한 2~3년만 갖고 있으면 액면가의 10% 배당만 받아도 한 해에도 투자 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주가는 예상보다 훨씬 일찍 상승했습니다. 불과 8~9개월 만에 이 주식들은 1만원이 넘는 수준으로 급등했습니다.”그는 증권주 거래로 무려 60억원을 거머쥘 수 있었다. 이후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주에 체중을 실어 150억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 1999년 투자자문사를 설립, 고객 돈도 함께 불려주기 시작했다. 현재 에셋플러스를 자문계약액만 5000억원에 육박하는 회사로 키웠다. 자본금 30억원인 이 회사는 이미 배당금으로만 90억원이 넘는 돈을 주주에게 돌려줬으며 유보금도 90억원이 넘는다. 국민연금 운용사 중 최고 수익을 기록해 보건복지부장관 표창도 받았다.강 회장은 일상 생활에서의 경험에다 나름대로의 식견과 판단을 곁들여 종목을 고른다. 일상의 사소한 일에서 모티브를 발견해 사고를 발전시켜 가면서 종목을 찾아내는 그의 논리 전개는 놀라울 정도로 설득력이 강하다. 일례로 그는 다음과 같은 논리를 세워간다.“제가 경기도 용인에 자주 다녔는데 창고가 많이 세워지더라구요. 물어봤더니 물류 창고라고 해요. 왜 물류 창고를 지을까 생각해 봤더니 우리나라 공장이 중국으로 가기 때문에 한국에는 물류 창고만 남게 되는 거였어요. 중국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 우리나라 대도시 인근에 물류 창고로 배송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한국 기업만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전 세계 기업들이 중국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죠. 그럼 어떤 업체가 이익을 볼까요. 중국 공장에 쓸 원자재를 공급하는 업체와 완제품을 배송해 주는 업체가 돈을 벌 것입니다. 그렇다면 원자재 관련주와 해운주가 유망하겠죠. 또 해운업이 잘되면 당연히 배를 많이 만들 것이고 그러면 조선주가 뜰 것입니다. 실제 조선주가 많이 상승했죠. 또 배가 많아지면 서로 항만에 배를 대기 위한 경쟁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러면 항만 회사가 돈을 벌 것입니다. 따라서 항만 회사도 유망합니다. 또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낡은 배를 수리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따라서 중고 배의 수리를 위해 필요한 제품, 즉 페인트 생산 업체들이 좋아지겠죠.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남들보다 선행 투자를 하면 적은 리스크 속에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실제 그는 이런 판단으로 해운주 투자에 성공했고 지금은 중국 항만주에 투자하고 있다. 그는 용인과 관련한 다른 이야기도 들려줬다.“용인에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고 있는데 이 현상을 보면서 차가 막히겠다거나 난개발이 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전혀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아파트 건설 현장을 보면서 시멘트나 철근, 건자재 생산 업체가 수혜를 볼 것이고 아파트 건설이 끝나면 도시가스가 영원히 공급되기 때문에 가스 업체의 이익도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그는 이런 판단으로 경기 서남부 지역에 독점적으로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업체의 주식을 사 수익을 냈다. 이렇게 일상 생활에서 모티브를 얻어 투자 대상을 선별하고 나서는 나름대로 정한 5단계 프로세스에 따라 철저한 분석을 통해 투자 대상 종목을 결정한다.“투자 분석의 첫 단계는 특정 기업이나 산업이 얼마나 영속할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현재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과거 씨티폰이나 삐삐처럼 수년 내에 없어질 업종이라면 투자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 관문을 통과하면 경쟁 관계를 살펴봅니다. 성장성이 있다 하더라도 진입 장벽이 없으면 경쟁이 너무나 치열해져 이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퀵서비스나 대리운전처럼 성장산업이라도 진입 장벽이 없으면 너무 힘든 경쟁을 해야 합니다. 여기서도 별 문제가 없으면 3단계로 주당순이익(EPS)을 전망해 봅니다. 앞으로 얼마나 이익을 낼 수 있는지 전망하는 단계입니다. 이어 적정 주가수익배율(PER,주가÷주당순이익)을 정합니다. 일례로 독점적 업체이고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는 1등 기업이라면 PER가 다른 기업보다 훨씬 높을 것입니다. 반대로 그렇지 않다면 PER가 낮아지겠죠. 이렇게 적정 PER를 산출한 후 마지막으로 현재 주가와 비교해 저평가 여부를 판단, 투자 여부를 최종 결정합니다.”이처럼 나름의 논리와 분석 기법을 토대로 투자해 왔던 그도 항상 성공할 수는 없었다. 몇 번의 큰 실패도 경험했다.“투자자문사 설립 전 창업기업 30여 개에 투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주주들의 것인데 대부분 경영자는 자본금을 완전히 까먹을 때까지 봉급은 다 챙겨가면서 주주 의견을 물어보는 경우가 거의 없더군요. 이들 업체에 투자하면서 40억원 이상 손해를 봤습니다. 물론 경영자의 자질과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낀 계기가 됐습니다.”경제 전망보다는 개별 기업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보는 강 회장은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도 색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인구가 줄면 장사는 잘 안되겠지요. 하지만 저는 한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늘어나는 인구도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노인 인구와 인터넷 인구가 대표적입니다. 두 인구는 분명히 증가합니다. 따라서 노인 대상의 산업, 즉 의약이나 건강 레저산업과 인터넷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주가가 오를 것입니다. 이런 산업에는 적정 PER를 높게 줄 이유가 충분합니다.”그는 주식 투자를 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한다. “주식은 제 꿈을 실현시켜 줬습니다. 일례로 사업을 하려면 직원도 필요하고 시장도 만들어야 하고 경쟁자와 경쟁도 해야 합니다. 저는 이런 능력이 없어요. 따라서 제가 반도체 사업을 직접 할 수는 없죠. 하지만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것도 반도체 사업을 하는 또 다른 방편입니다. 제가 영어학원을 하고 싶다면 영어학원 회사 주식을 사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래서 저는 주식 투자를 통해 하고 싶은 일을 다 해보고 있는 셈입니다.”따라서 그는 주식 투자를 계속할 생각이다. 그리고 그는 주식보다 더 긴 투자처인 나무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저는 주식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주식처럼 좋은 게 없습니다. 삼성전자 같은 행복을 주는 친구가 우리 옆에 있었는데 단지 비싸다는 이유로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이상한 중소형 주식만 샀습니다.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나라와 중국 우량기업의 주주가 돼서 성장 과실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제 아이들에게도 증여세를 내고 돈을 줘서 주식을 사게 했습니다. 사업을 할 능력이 있다면 사업을 해야겠지만 어렵다면 일등기업의 주주가 돼서 얼마든지 큰 행복감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4~5년 전부터는 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안성 용인 신안 제주도 등에 땅을 빌리기도 하고 사기도 해 소나무나 백일홍, 주목 등 2만 그루를 심었습니다. 통장에 돈 10억원이 있으면 불만이 생기고 분란도 생깁니다. 하지만 나무로 치환된 돈의 가치는 곧 행복입니다. 후손을 위해 열심히 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