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물과 식량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던 ‘노마드(nomad)’가 21세기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역사는 노마드를 글도 모르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방목에만 의존하는 미개인으로 폄훼하며, 물과 식량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과 약탈을 일삼는 잔인하고 야만적인 민족으로 그려 왔다.그러다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가‘차이와 반복’에서 처음으로 노마디즘을 언급하면서 ‘노마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이뤄졌다. 그후 캐나다의 미디어 학자 마셜 맥루헌은 ‘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이면서 전자제품을 이용하는 유목민이 될 것’이라고도 표현했다.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는 미래사회를 이끌어나갈 축으로‘노마디즘’을 들며, 실제로 인간은 노마디즘으로 역사를 이뤄왔고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하고 있다.인간의 노마드적 욕구로 인해 불 사냥 언어 농경 목축 제식 예술 음악 신(神)과 민주주의가 생겨났으며, 지구라는 행성에 갇혀 있는 것조차 거부해 인공위성과 우주선 우주여행 우주탐사 등도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넓은 초원을 말을 타고 거침없이 달리던 노마드가 현대사회에서 새롭게 부활하고 있다. 첨단 디지털 장비로 무장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아 여기저기 바쁘게 움직이는‘디지털 노마드’로서 말이다.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업무를 처리하고, 이동 중인 차 안에서 인터넷 검색과 e메일 전송이 가능해졌다. 현대인은 더 이상 한곳에 오래 정착할 필요가 없어졌다. 디지털 노마드족은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며 생산성 향상을 이루고 있다. 또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제약들을 뛰어넘으며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고 있다.특히‘IT 분야의 미래’로 평가받는 우리나라가 새로운 노마디즘 개척의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선인터넷 휴대폰 MP3 DMB 같은 노마디즘 산물로 세계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디지털에 강한 한국인을‘사이버부족(cybertribes)’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정보통신부는 독일 바이에른주 방송위원회와 한국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표준 채택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 ‘2006 독일 월드컵’기간에 개막식이 열리는 뮌헨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를 추진하기로 했다.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월드컵에서 1만 명이 넘는 취재진이 우리 DMB 기술로 취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IT 강국으로서, 디지털 노마드 표본으로 떠오를 수 있게 한 주인공은 바로 무선랜이다. 인터넷에 이은 제2의 통신서비스 혁명으로까지 불리는 무선랜으로 인해‘디지털 노마드’의 무장은 한층 단단해졌다. 고정적인 것으로만 여겼던 네트워크의 개념을 움직이는 것으로 전환한 무선랜은 e메일 전송, 증권 및 뉴스 정보 제공, 전자상거래, 무선인터넷, 개인정보 관리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사무실과 가정 내 공간의 변화는 물론 기업 개혁까지 유발하고 있다. 가트너 같은 외국 유명 조사기관들은 무선랜이 기업들의 주요 경영전략 및 투자 목표가 될 것으로 예측할 정도다.실제 수요가 뒷받침되는 서비스로서 무선랜이 각광받고 있지만, 제대로 성장하고 정착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바로‘보안’이다. 뛰어난 이동성과 편리성을 보장받기 위해 무선랜의 위협과 취약점을 파악하고 환경에 적합한 보안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철저하고 체계적인 보안이 바탕이 될 때 우리는‘안전한 디지털 노마드’로서 세계 IT 역사를 새롭게 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