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 삼성물산

성물산은 지난 1938년 ‘삼성상회’라는 상호로 출발한 삼성그룹의 시초격인 회사다. 52년 삼성물산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23년이 흘러 지난 75년 거래소시장(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으니 국내 증시의 역사와도 궤를 같이 하는 회사다.삼성물산은 지난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굴지의 종합상사였다. 그러나 95년 삼성건설을 흡수합병하면서 주력사업이 건설 쪽으로 바뀌었다. 현재 이 회사의 영업 구조는 무역(상사) 부문과 건설(주택) 부문으로 나뉜다. 하지만 수익의 대부분은 건설(주택) 부문에서 나오고 있다. 2005 회계연도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무역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48.03%에 달했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4.23%에 불과했다. 반면 건설 부문 매출액 비중은 51.97%로 절반을 넘었으며, 특히 영업이익 비중은 무려 95.77%에 이르렀다. 사실 일반인들도 ‘삼성물산’이란 이름을 들으면 십중팔구는 ‘래미안(來美安)’이란 아파트 브랜드를 먼저 떠올리지, 과거 종합상사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삼성물산 수익구조는 갈수록 건설 부문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에 의존하는 무역 부문은 마진율이 높은 상품이 줄었고 고정비 부담이 높아 수익 기여도가 낮아지는 반면 건설 부문은 수주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해외 적자 공사 축소로 수익성도 큰 폭으로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삼성물산이 증시에서 대표 우량주로 대접받는 이유 중 하나는 삼성그룹 내에서 점유하는 위상 때문이다. 삼성그룹 전체의 소유 지분 구도의 축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 그리고 삼성카드이다. 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지분율 19.34%)이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7.21%)와 삼성물산(4.66%)의 최대주주, 다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대부분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카드는 다시 에버랜드(25.6%)를 지배하는 순환 출자 구조를 띠고 있다. 이 같은 구조 내에서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등 그룹의 주요 상장 및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중간 지주회사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주요 상장 계열사 지분은 삼성전자 3.48%를 비롯해 삼성정밀화학(5.59%) 삼성증권(0.27%) 삼성테크윈(4.28%) 제일기획(12.64%) 등이다. 비상장사로는 삼성에버랜드(1.48%) 삼성카드(3.18%) 삼성SDS(17.96%) 삼성네트웍스(19.47%) 삼성테스코(11.0%) 삼성종합화학(13.05%) 등이 있다.전문가들은 최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 통과로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가 변경될 수밖에 없어 삼성물산이 실질적인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연우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물산은 사실상 그룹 내에서 이미 준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번 금산법 개정 움직임으로 지주회사 역할 구도가 에버랜드 삼성생명 등에서 삼성물산으로 바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그렇다면 삼성물산이 주식 자체로서 갖고 있는 매력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보유 자산가치가 엄청나다는 점을 첫 번째로 꼽는다. 현재 삼성물산이 보유한 상장 계열사 지분가치만 따져도 4조원에 육박한다. 삼성물산 시가총액(4조2000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여기에다 비상장 계열사 지분 가치를 더하면 시가총액을 훨씬 추월한다. 이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 가운데 삼성전자 보유 가치가 3조원으로 절대적이어서 삼성물산을 사는 것은 곧 삼성전자를 사는 것과 같다”며 삼성전자 대안 투자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분석했다.더구나 최근 들어 비상장 자회사 지분 매각이 현실화되면서 대규모 현금유입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훈 애널리스트는 “삼성SDS 삼성카드 삼성네트웍스 등 사업연관성이 낮은 비상장 회사 지분이 매각될 경우 4228억원의 매각 차익이 기대된다”며 “대규모 현금유입은 재무안정성을 높이고 배당증가 자사주매입 등 주주가치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삼성물산은 최근 증권사에 설정해 놓았던 자사주 펀드를 모두 해지하고 직접 자사주를 취득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꿈에 따라 주주가치 상승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더욱이 연결재무제표상 총 차입금이 7800억원 수준으로 감소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영업을 기반으로 한 현금 창출과 함께 자산 매각까지 성사될 경우 무차입 재무 구조를 이른 시일 안에 실현할 가능성이 높다.현실적으로 피 인수·합병(M&A) 가능성은 낮지만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경영권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오히려 주가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현재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삼성SDI로 7.18%를 보유 중이다. 이 밖에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치더라도 13.47%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은 항상 적대적 M&A를 노리는 외부세력로부터의 경영권 공격에 취약한 기업으로 거론돼 왔다. 실제 지난해에는 영국 헤르메스펀드가 경영권 간섭을 노골화한 후 차익을 남기고 처분한 적이 있어 상당한 논란이 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이 최근 자사주를 직접 취득키로 한 것도 경영권 방어를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삼성물산은 실적 측면에서도 우량회사다. 주력인 건설부문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지난 2004년까지만 하더라도 해외사업 부문 부실에 따른 손실 부담과 재건축 규제 등에 따른 주택사업 부진으로 영업이익률이 하락 추세를 보였다. 대형 건설사의 평균 영업이익률(7∼8% 선)에도 훨씬 못 미칠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우선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적자를 봤던 해외공사 부실은 2005년까지 실적에 반영하는 형태로 모두 마무리된 상태다. 국내 부문도 건설경기 회복으로 실적 개선세가 확연하다. 수주가 늘어나면서 이 회사의 지난해 12월말 현재 수주 잔고는 11조6781억원에 달한다. 이미 2∼3년치에 해당하는 공사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재건축 시공권까지 포함할 경우 수주 잔고는 24조9194억원으로 5년치의 물량에 해당된다. 수주 잔고가 풍부하다는 것은 향후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히 수익성도 좋아질 전망이다.수주 물량 호조는 안정적인 그룹 수주 덕이 크다.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이 반도체 투자 확대 및 신규 액정표시장치(LCD) 단지 조성 등으로 발주 물량을 크게 확대하고 있어 이 회사의 건설 부문 성장의 핵심 동인이 되고 있다. 계열사 공사 수주는 2003년 처음 1조원을 넘어선 이후 2004년 1조5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에도 서초동 그룹 본사 사옥 공사 등이 추가되면서 신규 수주 물량이 1조8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하상민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안정적인 그룹 수주와 대형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는 공공 수주, 래미안의 높은 브랜드력 등을 감안하면 수주 잔고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투자증권은 향후 2년 간 삼성물산 순이익 증가율이 42%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006년은 그동안 이익 개선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던 대규모 1회성 영업외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첫 해로 어닝 모멘텀이 본격화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삼성물산의 과거 주가흐름은 그리 안정적이지 못했다. 지난 75년 상장 후 80년대 말까지는 상사 부문 고성장에 힘입어 장기 대세 상승 국면을 이어갔다. 그러나 90년대에 무역업의 성장성이 정체 단계에 들어서고 주력을 건설 쪽으로 선회하는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주가는 심하게 요동쳤다. 일정한 방향성을 잃은 주가 움직임은 10년 넘게 지속됐다. 삼성물산 장기 투자자들로서는 이 기간이 가장 힘든 시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03년 이후 주가는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방향을 정한 뒤 지금까지 줄곧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대해선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는 2003년부터 이미 향후 수익성 개선 전망이 기대되면서 주가에 선반영된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는 2003년을 기점으로 삼성물산의 지분가치 부각으로 삼성전자와의 상관관계가 높아지면서 물산도 전자 주가의 상승 추세를 따라왔다는 것이다. 어쨌든 올 들어선 강세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소폭 조정을 받은 가운데서도 삼성물산 주가는 4월초 기준으로 연초 대비 26% 정도 상승한 상태다. 수급을 주도하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들의 매수세도 이어지고 있다.전문가들은 삼성물산 건설 부문의 실적 턴어라운드와 보유 자산가치 증가 등을 감안하면 주가는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을 받더라도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최근 회사 경영진이 신규 수주 성장세와 수익성 등을 바탕으로 주주가치 증대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을 계기로 향후 기대 이상의 배당금이나 자사주 매입이 예상돼 주가에 커다란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물론 리스크 요인도 있다. 2005년 홍콩법인의 선물 손실에서처럼 예기치 않은 무역 부문에서의 손실 발생 가능성이 있다. 무역 부문의 경우 취급하는 품목이 1000여 개에 이르는 만큼 리스크 관리도 쉽지 않다. 물론 삼성물산은 최근 사업 품목을 축소하고 리스크 통제 기능을 확충하는 식으로 제2의 홍콩법인 사태와 같은 문제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 중이다. 건설 부문의 이익 기여도가 절대적인 점을 감안할 때 만약 건설 업황이 부진해질 경우 실적 변동성은 다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현재 2∼3년치에 해당하는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건설 업황이 당장 좋아지지 않더라도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업황 부진이 3∼5년 이상 지속된다면 사정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