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권석 기업은행장의 블루오션 경영전략 대담=남궁 덕 편집장

업은행은 4~5년 내 국내 2위권 은행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강권석 기업은행장은 “금융 환경이 급변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대출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은행의 미래는 밝다”며 이같이 낙관론을 폈다. 지난 2004년 3월 은행장에 취임한 그는 몸을 사리지 않는 ‘공격 경영’을 선보이며 관료 출신이라 품위 유지에나 신경 쓸 것이란 세간의 우려를 단번에 털어냈다. 그가 취임한 지 2년 만에 기업은행은 사상 최고 실적을 냈으며 특히 지난해 순이익 증가율은 전년 대비 110%에 달했고 주가 상승률도 은행권 가운데 최고였다.강 행장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미리 진단해 줘 부실을 막아야 한다는 ‘주치의론’을 역설하며 발이 닳도록 현장을 뛰어다녔다. 또 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관료주의의 벽을 허물고 선의의 경쟁을 촉진하는 조직 문화도 만들어가고 있다. 강 행장을 만나 급변하는 금융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기업은행의 경영 전략을 들어봤다.▷지난해 최고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입니까.“2005년은 기업은행 역사상 기념비적인 해였습니다. 사상 최대 수익에다 성장성과 수익성, 건전성 측면에서 모두 큰 성과를 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중소기업 대출은 전년 말 대비 16.4% 증가한 46조6900억원에 달했고 총자산도 16.6% 늘어났습니다. 가계대출도 1년 간 38%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무려 110% 급증했습니다. 주가도 작년 1년 간 141% 올라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습니다.이런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경기 침체로 다른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꺼릴 때 기업은행은 적극적으로 대출을 늘려나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기업의 어려움을 미리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줘 중소기업 대출 급증에도 불구하고 연체율이 0.79%를 기록하는 등 건전성 지표가 좋아진 것도 실적 호전의 주요인으로 풀이됩니다.”▷거대 인수·합병(M&A)으로 금융권이 격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업은행의 입지는 어떻게 될까요.“정부가 기업은행 보유 지분을 팔 계획이기 때문에 정부의 직접지분은 현재 51%에서 36%로 줄어들 예정입니다. 정부의 직접지분이 51% 아래로 떨어진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민영화로 가는 길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얘기죠. 국민은행도 비슷한 길을 거쳐 민영화됐습니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매각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는데 이를 계기로 제2의 은행 빅뱅이 시작됐다고 봐야 합니다. 이제 방아쇠는 당겨졌습니다. 각 은행별로 생존전략을 짜고 있을 텐데요, 아마도 다른 은행들은 기업은행을 인수하고 싶을 겁니다. 물론 다른 은행에 인수당하고 싶은 은행은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가 매우 중요합니다.그런데 기업은행은 M&A 없이 자산 90조원 대의 은행으로 성장했습니다. 만일 국민은행이 주택은행이나 장기신용은행과 합병하지 않았더라면 현재 100조원 정도의 자산을 가진 회사가 됐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은행도 M&A가 없었다면 자산규모는 70조원 정도에 머물렀을 것입니다. 기업은행은 자력으로 자산 90조원 대의 은행으로 성장했습니다. 잠재력이 높습니다. 그리고 기업은행은 확실한 텃밭이 있습니다. 국민은행이 리딩뱅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가계금융에서 확고한 위치를 장악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계금융 다음으로 큰 시장이 중소기업 금융시장입니다. 중소기업 금융시장은 총 250조원 규모로 금융시장 전체의 42%를 차지하는 거대한 시장입니다. 이 시장에서 기업은행은 20%의 점유율을 보이며 확고한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과거 상업은행(커머셜 뱅크)이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는 핵심 사업 기반이었던 대기업 금융 시장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소기업 시장은 더욱더 확대일로를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은행이 몇 년 안에 2위권 은행으로 얼마든지 도약할 수 있습니다.” ▷‘기업 주치의론’을 제기한 배경은 무엇입니까.“취임 초기에 비가 올 때 우산을 빼앗지 않는 은행이 되겠다는 말을 했는데 실제로 일을 해봤더니 그것이 무척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의지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었죠. 따라서 비를 맞지 않게 일기예보를 잘 하자는 취지로 ‘일기예보론’을 제기했습니다. 일기예보를 잘 하면 우산 뺏을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노력을 거치면서 연체율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이를 통해 결국 거래 기업들이 건강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그래서 거래 기업의 건강을 지키자는 취지로 기업은행이 금융 명의가 돼야 한다는 ‘주치의론’을 제기했습니다. 그래서 경제연구소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경영 컨설팅 인력을 확충했습니다. 이 인력들이 중소기업에 나가 경영 컨설팅을 해주고 있습니다. 공짜로 서비스할 경우 컨설팅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발생 비용의 20~30%만 받으면서 기업의 건강을 지원하는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제 한 중소기업은 이익을 종업원들에게 나눠줬는데 오히려 불만이 커졌다고 합니다. 이 회사 사장은 나름대로 직원을 생각해 돈을 나눠줬는데 이런 결과가 생겼다며 인간에 대한 회의를 느껴 사업을 접겠다는 생각도 했다더군요. 그런데 우리 컨설팅 요원들이 보너스를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이를 실천했더니 문제가 말끔히 해결됐다고 합니다. 이처럼 고객의 사소한 질병이 큰 질환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미리 도와주는 것이 주치의가 할 일입니다. 기업은행과 거래하는 기업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신화를 창조할 것입니다.”▷올해 중소기업 지원 대책을 발표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올해 총 23조원의 자금을 중소기업에 지원할 계획입니다. 500여 개 기업을 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선정해 매년 3000억원을 낮은 금리의 신용대출로 지원할 방침입니다. 또 중소 벤처기업과 부품 소재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에도 4조원을 지원할 예정이며 신성장 산업 분야에도 설비투자 자금 6조원을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가동해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기업을 진단하고 치유하는 활동을 더욱 강화할 것입니다.”▷얼마 전 경주에서 열린 전국 영업점장 회의에서 내비게이션을 선물했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까.“고객을 자주, 신속하고, 정확하게 찾아가라는 의미였습니다. 내비게이션은 기업은행의 작전지도입니다. 이 작전지도에 따라 기업은행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준다면 2010년 세계 50대 금융그룹이란 목표는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가수 조용필씨와 배우 안성기씨와 친분이 있다고 하던데요.“모두 경동중학교 동창입니다. 가끔씩 만나 골프를 하곤 하는데 두 사람 모두 실력이 좋습니다. 서로 한 번씩 번갈아 가며 이길 정도로 막상막하의 실력입니다. 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한 이후 직원들에게 저를 소개하는 글을 e메일로 보냈는데 안성기, 조용필과 동창이고 가끔 연락해 만나곤 하며, 딸이 둘이 있고, 어떻게 해서 교회에 나가게 됐다는 사연 등을 자세히 담아서 보냈습니다. 저부터 허물을 벗어야 직원들과의 어색한 벽을 허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직원들과 허물없이 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