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투자 상품 시장에 해외펀드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증시가 연초부터 조정 국면에 빠지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지지부진한 반면 해외 주요 시장에 투자하는 해외펀드들의 수익률은 고공비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에 가보면 해외펀드를 홍보하는 전단지가 쉽게 눈에 띄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병성 미래에셋증권 삼성역지점장은 “최근에는 해외펀드 이름을 미리 알고 객장에 찾아와 상담을 원하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며 “해외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무척 높아졌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펀드 시장에서 해외펀드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이유는 최근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3월말까지 1분기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3.60%로 추락했다. 원금이 불어나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까먹은 셈이다. 플러스 수익률을 낸 펀드는 30개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0.40%에 달했다. 국내 증시만 바라보던 투자자들이 해외펀드에 관심을 가질만한 수익률 격차다.해외펀드는 크게 국내 운용사가 설정하는 상품과 외국 운용사들이 국내에 들여온 상품으로 나뉜다. 후자의 경우를 보통 ‘역외펀드(Offshore fund)’라고 부른다. 또 운용사가 직접 해외 주식을 사들이는 펀드와 해외의 우량펀드에 재가입하는 펀드오브펀즈(Fund of funds) 형태로도 구분된다.해외펀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해외펀드 설정액은 올 들어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국내 운용사가 개설한 해외펀드의 설정액은 3월말 현재 6조4760억원에 이른다. 지난 연말보다 2조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펀드 수로는 156개에 이른다. 해외 역외펀드의 성장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역외펀드 설정액 증가율은 1.8%(1126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 1월에는 7.6%(4693억원)로 월간 증가율이 4배 이상 뛰어 올랐다. 역외펀드 설정액(순자산가치 기준)은 1월말 현재 6조5945억원에 달한다.과거의 높은 수익률이 미래의 수익률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외펀드에 관심 있는 투자자라면 일단 어느 지역에 투자하는 상품의 수익률이 좋은지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연초 이후 수익률 기준으로는 중국과 인도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단연 돋보인다. 올 들어 3월까지 국내 운용사 해외펀드 중 중국 상품은 달러화 기준으로 23.59%, 원화 기준으로 18.79%의 수익률을 올렸다. 인도 투자 펀드는 달러화 기준 23.48%, 원화 기준 18.69%를 기록했다. 이 밖에 이탈리아(19.96%) 남미(16.76%) 유럽신흥시장(16.61%, 이상 달러화 기준) 등에 투자한 해외펀드들도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을 안겨줬다. 같은 기간 손실을 기록한 대다수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과는 딴판이다.펀드별로는 주식형의 경우 신한BNP파리바운용의 ‘봉쥬르차이나주식1’이 21.78%로 성적이 가장 좋았다. ‘미래에셋차이나디스커버리주식1클래스A(20.60%)’, ‘미래에셋인디아디스커버리주식1클래스A(15.54%)’ 등이 상위권에 들었다.해외펀드가 관심을 모으면서 최근에는 특정 업종에 투자하는 해외 섹터펀드도 대안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섹터펀드는 바이오주 기술주 금융주 등 특정 업종의 주식이나 금 에너지 부동산 등 실물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해외 섹터펀드는 국가별 네트워크가 잘 갖춰진 해외 유명 운용사들이 주로 다뤄왔지만 최근에는 국내 운용사들도 잇달아 신상품을 선보이고 판매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해외 섹터펀드는 국내 증시 움직임에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적절히 활용하면 분산 투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최근 해외펀드 ‘월드와이드 시리즈’를 선보인 한국증권은 일부 상품을 섹터펀드로 설정했다. ‘월드와이드헬스케어’는 건강 관련주, ‘월드와이드테크놀로지’는 유망 기술주, ‘월드와이드파이낸셜’은 우량 금융주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다. 관련 분야의 해외 유명펀드에 재투자하는 펀드오브펀드 형태로 운용된다.자산의 일부를 카자흐스탄 유전개발에 투자하는 ‘CJ크로커스채권혼합투자신탁’,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오일블러섬펀드’, 커피와 설탕에 투자하는 ‘대투퍼스트클래스커피·설탕펀드’ 등도 섹터펀드 성격의 상품들이다.해외 운용사가 설정한 해외 섹터펀드는 현재 31종류가 판매되고 있다. 상당수 상품은 일반 주식형 펀드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에너지 관련주에 투자하는 ‘메릴린치뉴에너지펀드’는 3월말 기준으로 연초 이후 28.94%(달러화 기준)의 수익률을 올려 해외 섹터펀드 중 선두를 달리고 있다. 유럽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펀드와 기술주 통신주 등에 특화한 상품들의 수익률도 높은 편이다.해외 섹터펀드의 장점은 국내 주식형 펀드와 상관관계가 작다는 점이다. 국내 증시의 등락에 덜 민감하기 때문에 분산 투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증권이 지난 2001년 이후 유형별 해외펀드의 연간수익률과 코스피지수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신흥국가의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의 상관계수는 0.83(1에 가까울수록 상관관계가 큼)으로 나타났다. 코스피지수와 신흥국가의 주가 움직임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뜻이다. 반면 금속 관련 펀드와의 상관계수는 0.23에 불과했고 부동산(0.30) 천연자원(0.43) 건강(0.45) 금융(0.61) 등 섹터펀드의 상관계수는 낮았다. 신제요 한국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일반 주식형 펀드와 해외 섹터펀드를 적절히 조합하면 분산 투자 효과가 커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해외펀드가 좋다는 말에 무작정 덤벼드는 건 금물이다. 해외펀드 투자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우선 해외펀드는 철저히 ‘보조투자’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투자 대상이 해외에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련 정보에 어둡기 때문이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주식형이나 채권형 등 정통형 펀드를 주 대상으로 하고 해외펀드는 투자 금액의 30% 이내에서 가입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해외펀드는 달러화나 현지 통화로 투자하기 때문에 환율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달러화로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렸더라도 막상 만기가 돼서 원화로 바꿀 때 달러화 가치가 떨어진다면 원화로 환산한 수익률도 하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 특정시점의 환율을 가입시점이나 특정시점에 고정해 두는 선물환 계약을 해 환위험을 헤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과세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 해외펀드에 재가입하는 펀드오브펀즈의 경우 가입 펀드는 물론이고 재가입한 펀드에서도 수수료를 떼기 때문에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또 해외는 주식 매매 차익에도 과세가 되기 때문에 세금이나 수수료 부담 등을 제외하더라도 수익이 충분히 날 수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