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타고 주말나들이 갈까

내 자동차 시장에 크로스오버(Cross over) 바람이 불고 있다. 자동차에 있어 크로스오버는 세그먼트(차종)의 결합으로 요약된다. 실용주의 바람을 타고 등장한 크로스오버 인기는 앞으로 자동차 업계의 거대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2004년 말 월스트리트저널은 2005년을 빛낼 10개의 트렌드를 선정하면서 자동차 분야에 대해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가고 세단과 미니 밴의 장점을 결합한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2005년 유가가 상승할 것이기 때문에 ‘기름 먹는 하마’로 악명이 높은 SUV는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고 그 자리는 CUV가 대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CUV는 고급 세단과 왜건, 미니 밴에 SUV의 장점을 결합한 차량을 말한다. SUV의 강력한 힘에 많은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미니 밴, 왜건과 편안한 주행이 가능한 고급 세단이 결합되면서 다목적 자동차로 각광받고 있다. CUV가 자동차 업계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은 지난해 1월 열린 북미국제모터쇼부터다. 당시 CUV는 컨셉트카로 첫 선을 보여 시장에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었다. 이후 미국 자동차 전문지인 오토모티브뉴스는 CUV를 ‘21세기 자동차 시장의 8대 변화’ 중 하나로 주목하면서 앞으로의 변화에 CUV가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유럽 등 선진 자동차 시장에서 그 기술력을 입증받은 고급 CUV는 올 들어 본격적인 국내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일부 진출한 차종들은 미국 일본에서의 선전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여 새로운 세그먼트를 형성한다는 목표다.CUV는 주5일제 정착에 따른 주말나들이용 자동차로도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UV는 고급 세단을 주로 생산하는 자동차 메이커보다는 전통적으로 미니 밴, 픽업트럭, SUV에 강세를 보여 왔던 자동차 메이커들이 생산을 주도하는 양상이다. CUV 생산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곳은 다임러크라이슬러다. 이미 지난 2000년 PT크루저라는 최초의 CUV를 생산해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소형 세단에 미니 밴을 결합해 적재공간이 넓다. 5년 만에 전 세계적으로 100만 대 생산을 돌파했다. 국내 첫 선을 보인 것은 지난 2000년 7월 께로 실내 구조를 다양하게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값도 3000만원 대로 저렴한 편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PT크루저의 여세를 몰아 지난해 4월 열린 서울모터쇼에서 퍼시피카를 전격 선보였다. 퍼시피카는 3.5리터 V6 엔진을 탑재, 253마력의 강력한 힘을 가진 CUV이다. 여기에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식에 적용되는 리어 서스펜션을 설치해 고급 세단에서나 느낄 수 있는 주행감을 더해준다. 3열 6인승이며 2열과 3열의 의자는 평면으로 접을 수가 있어 적재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미국연방고속도로안전관리국(NHTSA)에서 발표한 전복 위험도 측정에서 가장 안전한 차로 평가받았고 충돌 테스트에서도 별 다섯 개를 받아 안전성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차 값은 투어링 모델이 부가세까지 포함해 5690만원이고 리미티드 모델은 5950만원이다. 포드자동차도 CUV 경쟁 대열에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포드자동차코리아는 지난 2월 말부터 신감각의 CUV인 프리스타일 리미티드를 공식 출시했다. 프리스타일은 최고출력이 206ps·rpm로 3.0리터 V6엔진에 첨단 무단변속기가 장착돼 있다. 프리스타일만의 차량 덮개와 사이드 임팩트 프로덕션 시스템(Side impact production system)은 사고 전복 시 운전자를 안전하게 보호해 준다. 미국 고속도로 안전협회(IHS)에서 실시한 충돌 테스트(프런트 오프 셋)에서 최고점수를 받았다. 이 밖에 뉴잉글랜드 자동차 기자협회가 선정한 뉴잉글랜드 공식 겨울용 차량에 선정되기도 했다. 계단형으로 좌석을 배치해 2, 3열 탑승객에게 넓은 시야를 제공하며 조수석 의자를 접이식으로 설치해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다. 시트 변형으로 10여 가지 이상의 다양한 공간 연출이 가능하다.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인 프리스타일은 올 휠드라이브(AWD) 구동방식의 리미티드 모델이며 값은 부가세를 포함해 4930만원이다. 볼보코리아는 지난 4월부터 V50 판매에 들어갔다. 이 차는 세단인 뉴 S40을 기본으로 만든 가족형 CUV로 직렬 5기통 엔진에 경추보호시스템, 측면충돌보호시스템, 커튼식 에어백 등이 장착됐다. 전자식 주행안전장치인 STC(Stability and Traction Control)와 DSTC(Dynamic Stability and Traction Control)가 설치됐다. 볼보코리아 곽창식 마케팅팀 과장은 “일본에서는 매년 2400대 이상의 판매량을 보인 차량인 V50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GM의 캐딜락 SRX도 중형 럭셔리 CUV다. 3열 좌석을 전동식으로 설계한 것과 영화관처럼 계단식으로 자리를 배치한 게 특징이다. 6개의 에어백이 장착됐고 탑승객을 안전하게 보호해 준다. 차 값은 SRX 4.6L이 부가세를 포함해 8840만원이고 3.6L은 7690만원이다. 국산 자동차들도 자동차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CUV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오는 2008년 출시를 목표로 럭셔리 CUV인 PO(프로젝트명)를 개발 중이다. 기아자동차가 카렌스 후속으로 개발 중인 UN(프로젝트명)은 소형 미니밴인 카렌스에 SUV의 장점을 결합할 계획이다. 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비포장도로 주행 성능을 높이기 위해 차고를 높이고 차폭도 넓혔다. 쌍용자동차는 실용성과 파워를 갖춘 새로운 개념의 CUV를 개발할 계획이다. GM대우는 소형 SUV와 스포츠쿠페의 디자인을 결합한 컨셉트카 T2X(프로젝트명)를 개발 중이다. CUV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좀더 지켜보자’ 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 수입자동차 관계자는 “CUV가 기존 자동차의 장점을 결합했다고 해도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지 않아 하나의 세그먼트로 자리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소비자들의 욕구가 다양해지고 있어 장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 CUV의 차종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