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최첨단 스포츠세단 ‘M5’

계 자동차 시장에서 ‘M’이라는 대문자는 ‘스포츠세단’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는 자동차 시장에서 통용되는 공식 용어가 아니라 불문율처럼 쓰이는 단어다. M이 스포츠세단으로 불려진 것은 BMW가 M시리즈를 공식적으로 선보인 지난 20년 전부터다. BMW가 자사 이름의 가운데 알파벳인 M자를 가지고 스포츠세단 시리즈 이름을 만든 이유는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최고의 엔진이 탑재된다는 뜻에서 독일어로 엔진을 뜻하는 ‘Maschine’의 머리글자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것과 최고를 나타내는 ‘The Most’에 왔다는 등 M이 스포츠세단으로 불려진 것은 다소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아무튼 BMW의 M시리즈는 BMW의 선진 자동차 기술이 총망라된 최첨단 자동차다. 스포츠세단 시장을 개척한 원조답게 BMW M시리즈는 BMW의 자동차 기술이 집약됐다. BMW M시리즈가 고성능 혁신 자동차의 대명사로 명성을 날린 것은 지난 1920년 상용차로는 처음으로 경주용 자동차에 쓰이는 엔진을 장착한 데서 출발한다. 우연히 BMW 윌리엄스 F1 레이싱팀에 제공되던 F1 레이싱용 엔진을 얹어 자동차를 생산한 것이 대히트를 친 것이 M시리즈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엔진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린더의 용적을 늘리거나, 터보차저 또는 압축기 등의 강제공기흡입장치를 사용한다든지, 고속 회전을 통해 성능을 높이는 방식 등 모두 3가지 방법이 사용된다. BMW 엔지니어들이 선택한 방법은 세 번째 방법이었다. 531i 세단을 기본으로 만든 M5가 공식 선보인 것은 지난 1985년 2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모터쇼에서다. 이 차는 당시 제로백(0→시속 100km 가속)이 6.5초로 당시 판매 중이던 세단 중 가장 빠른 차로 기록됐다. 하지만 겉모습에 별다른 특징이 없다는 점 때문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2년 동안 겨우 2180대가 판매되는데 그쳤다. 그러던 M5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주목을 받은 것은 1988년 10월 프랑스 파리 모터쇼부터다. 2세대로 진화한 M5는 밸브 타이밍과 리프트를 적절히 조절해 엔진 출력을 크게 향상시켰고 무게를 줄인 단조 크랭크축을 장착해 회전력까지 높였다. 1992년 개발된 M5는 엔진 최고 출력을 340마력으로 높이면서 제로백도 6.3초에서 5.9초로 크게 개선됐다. 왜건 형태의 M5투어링 모델이 개발된 것도 이때다. 1995년에는 같은 엔진에 6단 수동변속기와 핸들링 특성을 조절할 수 있는 뉘르부르그링 서스펜션을 기본으로 달아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1995년 7월까지 만들어진 2세대 M5는 모두 1만2000여 대에 달했다.V8 엔진을 장착한 3세대가 등장한 것은 1998년. 이 모델 최고 출력 400마력에 최대토크 51.0㎏·m로, 알루미늄 합금으로 서스펜션을 제작해 부드러운 코너링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후 M5는 지난 2004년 3월 열린 제네바 모터쇼에서 컨셉트카와 양산카를 선보이면서 4세대로 진화한다. 당시 출시된 M5는 이 V10 엔진 덕분에 BMW 모델 가운데 가장 강력한 성능인 최대출력 507마력, 최대 토크 520N·m을 자랑한다. 이로써 뉴 M5는 기존 세단의 한계로 여겨졌던 리터당 100마력을 처음 돌파한 자동차로 기록된다. 10개의 엔진 실린더를 반반씩 나누어 V자 형태로 배치한 것도 BMW M5가 최초다. 이렇게 실린더를 배치하면 피스톤이 움직일 때 발생하는 진동이 적어 고속으로 회전하는 엔진에 유리하다. V10 엔진에는 바이바노스(Bi-VANOS) 시스템, 개별 버터플라이식 스로틀, 엔진 전자시스템 등이 적용됐다. 이중 바이바노스는 충전 주기를 최소화해 성능과 토크 커브를 향상해 준다. 때문에 연료 소비가 줄고 배기도 적게 배출된다. 저연료 고효율의 대표적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BMW가 M시리즈를 선보이면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공정별 전문성을 최대한 살렸다는 점이다. 실제로 BMW의 M시리즈에 장착되는 V10 엔진은 제작 공장이 철저하게 분업화돼 있다. V10엔진의 실린더 헤드와 크랭크케이스는 BMW F1 엔진이 제작되는 BMW 란트슈트 공장에서 생산되고 부품 조립은 뮌헨 공장에서 이뤄진다. 뮌헨 공장은 특수 엔진을 생산하는 곳으로 B5의 V10 엔진 외에도 M3의 V6 엔진, V8 디젤엔진, BMW 7시리즈의 V12 엔진도 생산해내고 있다. V10 엔진은 고속 자연 흡기방식이 채택돼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경주용 자동차와 같은 느낌을 준다. 기존 V8 엔진과 비교해 볼 때 성능이 약 25%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국내 첫선을 보이는 4세대에는 V10 엔진 무게를 240kg으로 줄여 연료 손실을 최소화했다. 또한 7단 SMG 기어가 장착돼 기존 6단 기어보다 변속이 훨씬 빠르다. 핸들에 있는 M버튼 하나로 엔진출력과 SMG 주행 제어 등 총 279가지의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M드라이브 시스템도 마련돼 있다. 프레임을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강도를 높이면서 무게는 크게 줄였다. 서스펜션도 초경량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돼 민첩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이중 이번에 개발된 M 일렉트로닉 댐핑 컨트롤은 BMW 7시리즈에 적용되고 있는 댐퍼 컨트롤 시스템을 M시리즈에 맞도록 발전시킨 기술이다. 이 기술의 적용으로 도로 형태나 주행상태, 수하물 탑재 여부에 따라 댐퍼를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다. 컴포트(Comfort), 노멀(Normal), 스포트(Sport) 등 3가지 모드로 구성돼 있다. M 가변 차등 제어장치도 최고 수준이다. 이 시스템은 양쪽 뒷바퀴의 접지력이 서로 다를 경우 헛바퀴가 도는 쪽의 바퀴 구동력을 제어해 주는 기능을 한다. 이뿐만 아니라 회전 속도의 차이까지 인식할 수 있어 어떤 조건에 처한다고 해도 완벽한 주행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상황에 따라 운전자가 바퀴의 회전비율을 2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서보트로닉 스티어링 시스템(속도감응 방향장치)과 기존 모델보다 성능이 크게 개선된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도 장착됐다. 자동차 디자인 평론가들은 BMW M 시리즈를 ‘양의 탈을 쓴 늑대’라고 평가하고 있다. 겉은 고급 세단과 같은 편안함이 느껴지지만 막상 타보면 스포츠카의 야성미도 함께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는 스포츠카와 같은 느낌을 준다. 가죽 소재 중 최고격인 메리노가죽으로 시트를 제작했고 제논 헤드라이트와 최고급 음질의 오디오시스템 등도 설치됐다. 지난 4월부터 판매되고 있는 뉴 M5의 차 값은 1억689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