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 전문점 낸 펀드매니저 출신 김형기 사장

반적으로 외식업에 종사해 온 사람들은 ‘음식이 모든 것을 평가한다’고 말하지만 전 다르게 생각합니다. 음식은 사람이 만들기 때문에 사람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맛을 좌우하죠. 그래서 전 직원들과의 화합을 중요시합니다. 직원들 얼굴에 웃음이 돌면 서비스가 달라지고 음식 맛도 바뀌기 때문이죠.” 면 전문점인 꿍시꿍시를 운영하는 ㈜한마음 김형기 사장(43)은 자신의 경영 철학을 ‘화합’이라는 단어로 요약한다. 직원과의 화합이 뒷받침될 때 음식에도 정성이 들어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언뜻 보면 당연한 말인 것 같지만 그가 이 뜻을 깨닫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보람투신운용과 외환코메르츠투신(현 랜드마크투신)에서 10년 간 펀드매니저로 활동한 김 사장이 창업을 결정하게 된 것은 지난 2001년. 그는 지금은 보편화한 공모주 펀드를 처음 개발해 시중 자금을 끌어 모은 ‘아이디어 맨’이었다. “어느 날 생각해 보니 매일 숫자와 씨름하고 있는 제 자신이 한심해 보이더군요. 수익률에 쫓겨 매일매일 걱정 속에 살아간다는 게 자신이 없었어요. 물론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해 다른 것을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죠.”그는 회사를 그만 둔 이듬해인 2002년 11월 청담동에 면 전문점 ‘호면당’을 차렸다. 설립자금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창투사 대표가 지원해 줬다. ‘월급쟁이 사장’을 한 셈이다. 하지만 김 사장은 현실의 벽에 부딪쳐야 했다. “가장 힘든 것이 직원들의 무관심이었습니다. 외식업 경험이 없는 저를 신뢰하지 않았던 겁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직원들 얼굴 보고 격려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그래서 김 사장은 노타이 점퍼 차림으로 새벽시장부터 돌기 시작했다. 음식의 기본인 재료부터 파악하기 위해서다. 몇 개월이 지나자 그의 머릿속에는 재료 조달체계가 그려졌다. 그는 곧장 원가 계산에 나섰다. 펀드매니저로 일한 것 때문인지 수익률을 계산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김 사장의 눈에는 원가 절감 방안이 금세 눈에 들어왔다.“음식 재료 조달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호면당과 같은 중소 식당들은 중간 도매상들을 통해 재료를 공급받는데 이들이 가져가는 마진이 너무 컸습니다. 그래서 회사 내 재료만 구입하는 전문 인력을 배치했습니다. 그러니 30% 정도의 원가가 절감되더군요. 싱싱한 재료를 값싼 가격에 조달해 오니 고객의 만족도는 더 높아만 갔습니다.”절감된 비용을 김 사장은 사원 복지비용으로 사용했다. 이렇게 되자 직원들과 김 사장 간의 벽도 점차 허물어졌다. 호면당의 매출도 크게 늘어 2003년에는 30억원을 기록했고 2004년에는 50억원으로 성장했다. 그새 직영점은 5개, 프랜차이즈점은 3개나 설립했다. 창업 초년생이 3년 만에 거둔 실적치고는 ‘쾌거’나 다름없다. 여기에 창의적인 아이템을 바탕으로 신제품을 개발한 것도 호면당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그는 2002년 이례적으로 값비싼 유기농 제품을 개발해 선보였다. 외식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가격 파괴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값비싼 유기농 제품을 판매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장차 다가올 친환경 시장을 예견했다. 이후 웰빙 열풍이 일면서 유기농 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곧 호면당의 주력 메뉴로 떠올랐다.김 사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호면당 대표직을 떠나 새로운 면 전문점을 설립했다. 강남의 대표적 면 전문점으로 명성을 쌓아가던 외식업체 사장을 뿌리친 이유에 대해 그는 “나만의 식당을 개발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11월 목동에 꿍시꿍시라는 면 전문점을 설립했다. ‘축하 축하’라는 뜻의 중국어에서 가게 이름을 따왔다. 김 사장은 매달 발생하는 이익의 10%를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고액 연봉의 펀드매니저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하루하루 변하는 시장 환경에 마음 졸이며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호면당을 운영하다 보니 2년 넘게 경제신문을 보지 못했습니다. 종합일간지를 봐도 주식시세표 등은 넘어가기 일쑤죠. 어찌 보면 그렇게 살던 시절이 몸서리치게 싫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주식에 한푼도 투자하지 않고 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친구의 부탁으로 자녀 명의의 펀드를 몇 개 가입한 것이 전부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제 성격 때문입니다. 예전에 펀드매니저 시절에도 전 단기투자보다는 장기투자를 더 선호했습니다. 비로소 지금에서야 가치투자, 장기투자가 제 평가를 받고 있는 걸 보면 제 판단이 틀리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그의 성격은 꿍시꿍시 운영 철학에 그대로 담겨져 있다.“외식업 역시 단기에 승부가 나는 사업이 아닙니다. 맛에 대한 고객의 평가는 냉철합니다. 한번 신뢰를 저버리면 손님이 단번에 뚝 끊기는데 비해 한번 신뢰를 쌓으면 소문이 퍼져 플러스 알파로 작용하는 것이 외식업의 매력이죠. 그런 면에서 볼 때 외식업은 장기투자에 가깝습니다.”김 사장은 올해 꿍시꿍시를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법인 설립도 마쳤다. 현재 하루 110만원에 불과한 꿍시꿍시 목동 본점의 매출도 3월 중 250만원 대로 높아질 것으로 자신한다. 그가 창업으로 연일 성공을 거두자 옛 직장 동료들의 전화도 빗발치고 있다. 대부분 ‘창업 성공 노하우를 한 수 가르쳐 달라’는 전화다. 그 때마다 그는 ‘차별화’와 ‘신개념’의 차이를 구분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최근 창업시장에 불고 있는 신개념 열풍에 대해서는 경계하되 기존 업종과는 제품, 운용의 차별화를 모색하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지금처럼 빠른 상황에서 신개념 음식점은 한계가 있습니다. 전 차라리 가장 한국적인 음식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