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e story
“Nicolas Joly is right: he is not a wine maker. He is a thinker, a talker and an idealist, with a captivating passion for his work. His wine is simply the end result of a much greater process.(니콜라 졸리가 옳습니다:그는 와인 메이커가 아닙니다. 그는 매혹적인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사상가, 달변가이며 이상주의자입니다. 그의 와인은 아주 중요한 과정의 결말을 간단하게 보여줍니다.) ”
랑스 와인 개발업자 니콜라 졸리는 비오디나미(Biodynamie) 농법 와인의 선구자다. 이 분야에서 파프(Pape:대부)로 불리고 있다. 그가 말하는 훌륭한 와인은 자연의 모든 것들을 그대로 담아낸 것을 의미한다. 그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포도나무를 둘러싸고 있는 토양 식물 대기 환경 등이 모두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니콜라 졸리의 비오디나미 농법 중 핵심이론이다. 필자는 니콜라 졸리를 와인 메이커라기보다는 시인이자 문학가, 철학가로 부르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사실 새로운 미래의 숙제인 비오디나미 농법의 와인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유기농 와인과 비오디나미 와인. 그것이 그것 같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다른 점이 분명히 있다. 비오디나미 와인과 유기농 와인의 공통점은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데 있다. 사실 현대의 포도 재배에서는 제초제, 살충제, 기생균제, 부패방지제, 진드기 방지제, 낙엽제 등 다양한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게 일반화됐다. 사람의 노고를 줄이기 위해서다. 화학비료를 사용하면 포도나무는 잎에서 태양에너지를 받아 광합성 작용을 하고 엽록체를 만들어서 당분을 축적한다. 언뜻 보면 별다른 문제점을 찾을 수 없는 이 생리작용은 사실 나무의 메커니즘 능력을 파괴하는 부분이다. 나무가 영양분을 얻기 위해선 토양으로부터 미네랄 등을 받아 포도알로 전달해야 한다. 또 비료는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낮춘다. 그래서 이를 보충하거나 늘 같은 효과를 낳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화학제가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와인 메이커에겐 오로지 기술개발만이 해결책이 된다. 이런 방식을 거쳐 탄생한 와인들은 저임금의 뉴 월드 와인에서 쉽게 모방되는데, 이것이 바로 맛의 획일화를 초래하는 주범들이다. 요즘 프랑스산 와인 판매가 저조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심지어 프랑스 내에서까지 소비가 줄고 있다. 소비자들은 프랑스 와인과 비교해서 맛과 향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훨씬 저렴한 칠레나 미국 캘리포니아산 등 ‘신세계’ 와인을 찾고 있다. 와인 맛과 향의 획일화에 대한 강력한 비판. 이것이 바로 평범한 은행가였던 니콜라 졸리가 자연으로 돌아온 이유다. 그렇다면 비오디나미 와인은 무엇인가. 그의 표현에 따르면 유기농 와인과 비오디나미 와인은 자식과 어머니의 관계와 같다. 유아가 태어나 신체적으로 잘 자라는 데 필요한 요소들, 즉 TV 음식물 의식주 등의 환경 등을 어머니가 제공하는 것을 유기농 와인이라고 한다면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사랑을 불어넣어 주는 게 비오디나미 와인이다. 구체적으로 비오디나미 와인에 대해 살펴보자. 비오디나미 와인은 단순히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비오디나미 농법은 호주의 한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루돌프 스테이너(Rudolf Steiner)가 창안해 낸 이론이다. 토양은 식물과 지구, 그리고 우주 행성 사이에 공생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루돌프 스테이너의 이론을 와인에 접목, 이론적으로 발전시킨 사람이 바로 니콜라 졸리다. 그는 모든 포도밭은 다른 포도밭과 비교되는 독특하며 개별적인 유기체를 갖고 있다고 전제, 이러한 유기체가 식물과 서로 연계해 공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식물의 뿌리 잎 꽃 열매에 영향을 미치는 별과 달의 포지션에 따라 작업 일정을 계획한다. 살충제와 제초제는 당연히 사용하지 않으며 대신 황소 우각과 분뇨로 만든 퇴비, 규석, 서양 가새풀, 카밀레, 쐐기풀, 오크 껍질, 민들레 등의 동식물의 자연 퇴비를 사용한다. 이렇게 해야 최적의 토양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즉, 땅이 살아 있으면 지력이 좋아지고 결국에는 여러 병충해에 대한 저항력이 생긴다. 뿐만 아니라 흙 속에는 미생물이 많아져서 뿌리에 많은 영양분을 공급하게 되고 이렇게 해서 잘 자란 뿌리들은 나무와 균형을 이룰 만큼 튼튼해진다. 비오디나미 와인의 가장 대표적 와인은 쿨레드 세랑(Coulee de Serrant)이다. 프랑스 르와르 지방 사브니에르(Savenniere) 지역이 원산지인 이 와인은 니콜라 졸리가 직접 생산한 와인이다. 프랑스 5대 화이트 와인 가운데 하나이자, 특히 슈냉 블랑(chenin blanc) 와인으로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이고 가장 위대한 와인으로 희소가치가 높다. 장기 숙성 능력이 뛰어난 와인으로, 보통 음용 24시간 전부터 디캔팅(Decanting:침전물을 제거하는 방식)해 마시는 와인으로 더욱 유명하다. 맑고 투명한 황금빛 색상에 아몬드, 레몬, 벌꿀향이 결합되면서 달콤한 맛과 신맛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쿨레드 세랑은 그 어떤 와인과도 비교를 거부하는 프랑스 와인의 자존심이자 비오디나미 와인의 절정을 제대로 표현한 와인이다. 쿨레드 세랑 말고도 프랑스 부르고뉴의 르후와(Leroy), 도멘 에이 앤 피 드 빌렌(Domaine A et P de villain), 도멘 몽티리우스(Domaine Montirius), 알자스의 도멘 막셀 다이스(Domaine Marcel DEISS), 호주의 컬렌(Cullen), 칠레 에라주리즈(Errazuriz)의 세나(Sena) 등이 대표적인 비오디나미 와인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BIODYVIN’이란 협회를 구성했는데 니콜라 졸리가 주축이 돼 활발한 운동을 벌이고 있다. 협회는 주요 와인 소비 국가를 다니면서 콘퍼런스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대표적 도멘들이 한국에서 콘퍼런스를 가져 국내 와인 애호가들의 호응을 얻었다. 오늘날 포도 재배자들의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비오디나미 와인. 와인 산업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다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