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연봉1억원·외국기업 부장급 대상 발급
년 한 해 카드 업계의 VVIP 마케팅을 리드했던 곳은 현대카드였다. 현대는 지난해 2월 연회비가 100만원인 ‘더 블랙(the Black)’을 내놓고 소득 계층으로 상위 1%에 해당하는 고객 붙들기에 가장 먼저 나섰다. 비자카드가 개발해 비씨, 신한카드 등이 발급한 ‘인피니트(Infinite)’ 카드 역시 연회비 50만∼100만원 수준의 최고급 카드였지만, 발급 초기 수요 예측을 잘못한 상황에서 골프장 부킹 서비스에 나섰다가 ‘리콜’에 나선 쓰라린 경험을 했다. 때문에 사실상 VVIP 시장에서 현대는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했다고 보는 게 옳다.더 블랙 카드는 총 9999명에게만 한정 발급되는데 그 절차 또한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정태영 사장을 비롯한 5명의 임원진으로 구성된 발급위원회(the Comittee)가 발급 신청한 사람들을 엄격한 기준에 따라 선정한다. 단순히 소득만 따지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명성, 업적 등을 따져 발급하기 때문에 ‘멋 모르고’ 발급 신청을 했다가 ‘퇴짜’를 맞은 사람들도 많다(유명 연예인 L씨가 대표적 사례).이처럼 VVIP 마케팅에 일가견이 있는 현대카드가 최근에 ‘더 퍼플(the Purple)’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고급형 신용카드를 시장에 선보였다. 더 퍼플은 소득을 기준으로 봤을 때 플래티늄 회원보다는 많고, 더 블랙 회원보다는 낮은 상위 5%의 고객을 타깃으로 내놓은 상품이다. 주로 연봉 1억원 이상을 받는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 부장들이 발급 대상이며, 연회비는 30만원으로 책정됐다.마스타카드의 ‘다이아몬드’ 등급 기본 플랫폼이 적용돼 서비스가 제공된다. 타깃 고객들이 주로 해외출장이 많고, 호텔 서비스 이용 수요가 많은 사람들이라는 점을 감안해 관련 서비스를 강화한 게 특징이다. 제공되는 서비스를 자세히 살펴보면, 항공 서비스를 이용할 때 동반자에게 동남아, 중국 등 7개 지역의 왕복 항공권을 매년 무료로 제공한다. 또 사용금액에 따라 포인트와 항공 마일리지를 동시에 적립해 주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전국 모든 가맹점에서 적립되는 M포인트는 결제금액의 0.5~3%, 마일리지는 1000~1500원에 1마일이 쌓인다. 만약 M포인트를 항공 마일리지로 전환하면 1000~1500원에 2.5마일의 적립 효과가 있다. 이는 국내 최대 수준이다. 항공권은 최고 35%까지 할인해 준다. 유나이티드항공, 루프트한자항공은 25%, 말레이시아항공은 비즈니스석에 한해 35%까지, 그 밖의 국제·국내선은 10%를 할인받을 수 있다. 아울러 해외 유명 골프장 그린피 무료 서비스 및 국내 25개 특급 호텔 식음료 및 객실료 할인 등이 제공된다. 상류층 고객들을 대상으로 발급되는 만큼 카드 디자인도 최대한 고급스럽게 꾸몄다. 예로부터 ‘고귀함’을 상징하는 색상인 보라색을 브랜드화했으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 디자이너 레옹 스톡이 카드 디자인을 맡았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더 블랙은 성공을 완성한 사람의 카드, 더 퍼플은 성공을 만들어나가는 사람을 위한 카드”라며 “앞으로 프리미엄 카드는 컬러 마케팅으로, 현대카드 M·S·W 등 일반 카드는 알파벳 마케팅으로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골프장 관련 서비스를 취소하고 새로운 서비스로 재정비 작업을 하고 있는 비자카드의 인피니트 카드 역시 오는 3월초부터 발급을 재개할 예정이어서 슈퍼 프리미엄 카드 시장을 둘러싼 서비스 경쟁이 더욱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인피니트 카드 서비스 리모델링을 진행 중인 비씨카드 관계자는 “비씨가 발급하게 될 인피니트 카드는 연회비가 100만원으로 현대카드 더 블랙과 같은 데다 이미 다른 국가에서도 발급되고 있는 만큼 서비스의 질이 어느 정도 검증된 상품”이라며 “골프 서비스에 문제가 생겨 뜻하지 않게 발급이 연기됐지만 서비스가 재정비되고 나면 현대카드 더 블랙과 함께 VVIP 시장을 양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