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 LG생명과학

생명과학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비교적 신생 업체에 속한다. 지난 2002년 8월2일 LG그룹 지주회사인 ㈜LG(옛 LGCI)의 생명과학 사업부문이 인적 분할돼 신설됐으니, 아직 채 네 살도 안됐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다른 대형 제약사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신출내기인 셈이다.그러나 잠재력으로 따진다면 ‘넘버 1’로서 손색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사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LG생명과학만큼 미래를 위한 투자에 과감하게 나서는 곳은 별로 없다. 국내 제약사들은 전통적으로 보수적 경영 스타일이 강해 리스크를 떠안기 싫어한다. 때문에 결과가 나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을 주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풍토가 오히려 LG생명과학을 빛나게 한다. 사실 신약 개발은 한두 푼 투자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을 오랜 기간 참고 투자해야 비로소 하나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때문에 일부에선 국내 제약사들의 수준과 마인드로는 제대로 된 세계적 신약 개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그러나 LG생명과학은 LG라는 거대 그룹이 미래 수종 사업 개척을 위해 세운 태스크포스 기업이다. 일반 의약품을 만들어 파는 제약사라기보다는 미래 신약을 개발하는 생명공학 기업에 가깝다. 따라서 당장 눈앞의 성과보다는 미래 가치 실현에 중점을 두는 게 이 회사의 모토다. 전문가들이 LG생명과학의 잠재력을 높게 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전문가들은 LG생명과학이 바이오 분야 기술력과 연구개발 의지를 가진 국내 생명공학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보고 있다. 실제 LG생명과학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를 통틀어 최고의 연구·개발(R&D)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30% 수준으로 가장 높다. 절대 금액도 연간 500억원 이상으로 가장 많고, 연구원 수도 380명(2005년 초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전문가들은 현재 LG생명과학이 국내 제약주 가운데 하나 정도로 인식되고 있지만 향후 10년 후에는 분명히 차별화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런 만큼 주가도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과거 20년 간 미국의 제약사와 생명공학 기업들의 주가를 보면 확실히 차별화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 1984년부터 2000년 전까지 미국의 대표적 제약사인 화이자와 생명공학 기업인 암젠의 주가는 동반 상승세를 탔다. 바이오테크 열풍에 힘입어 실적이 증가세를 보이면서 큰 폭의 기업가치 상승이 이뤄진 것이다.그러나 2000년 이후부터 제약사와 생명공학 기업들 간 주가흐름은 다르게 나타났다. 전통 합성 의약품을 주력으로 생산했던 화이자와 같은 제약사들의 경우 신약 개발의 한계, 제품 출시 이후 나타난 부작용으로 인한 소송, 특허 만료 후 제네릭(상표 등록 없는 약) 기업들의 진입에 따른 경쟁력 상실 등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약화되면서 주가도 줄곧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암젠 같은 생명공학 기업들은 다르다. 번 돈을 미래 신약개발 등에 투자하므로 당장의 이익은 보잘것없다. 천문학적 이익을 내는 제약사들과 비교하면 초라할 정도다. 그러나 주가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현재보다는 미래 잠재력을 투자자들에게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권해순 신영증권 제약담당 애널리스트는 “국내에서도 미래 잠재가치에 더 중점을 둔 바이오 의약품 시대가 본격 도래할 것”이라며 “LG생명과학이 그 선봉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국내 생명공학 현주소는 척박하지만 LG생명과학이 한 단계씩 세계적 바이오 기업에 동참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고 덧붙였다. LG생명과학은 국내 최고 ‘바이오기업’답게 다수의 글로벌 신약 과제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0년 이후부터는 신약 개발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해외 유수의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신약 개발을 공동 추진 중이다. 2001년에 Sr-HGH(서방형 인간성장호르몬)의 해외 임상을 스위스 바이오 파트너사와 공동 수행 계약했고 2004년 4월에는 B형간염치료제(LB80380)를 미국 바이오텍 기업과 공동 개발키로 했다.이 가운데 ‘팩티브(Factive)’는 LG생명과학의 미래 성장 엔진으로 주목받는 최고 ‘회심작’이다. 팩티브는 이 회사가 무려 12년 간 연구개발한 성과로 얻은 퀴놀론계 항생제(5가지 항생제 계열 가운데 한 가지)로 2003년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폐렴과 만성기관지염에 대한 호흡기 감염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제품이다. 같은 해 7월 세계 최초로 폐렴에 대한 다중내성균치료제에 대한 인증을 획득했다. 현재 경구용 외에 주사제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팩티브의 경쟁력은 현재까지 발매된 퀴놀론계 항생제 가운데 폐렴과 관련된 약효가 가장 뛰어나다고 FDA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또 경쟁 제품에 비해 비용에서도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특허 만료 기간도 2018년으로 경쟁 제품 가운데 가장 길어 장벽도 두껍다.팩티브의 또 다른 가치는 시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실제 미래 LG생명과학의 최대 수익원이 될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 추정에 따르면 오는 2011년께 팩티브로 인한 매출액은 연간 27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퀴놀론계 항생제 연평균 성장률을 8.0% 정도로 보수적으로 봤을 때의 수치다. 만약 팩티브의 폐렴 및 만성기관지염에 대한 유럽 승인까지 완료될 경우 시장 규모는 38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김지현 한국투자증권 제약담당 애널리스트는 “팩티브의 승인 지역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적용 범위도 확대될 경우 매출 기여도는 현재 예측하는 범위를 훨씬 능가하는 수준으로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LG생명과학은 세계적 신약 개발과 함께 지난 1982년부터 유전공학 연구개발을 시작, 바이오제네릭(Bio-generic)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바이오제네릭이란 화학 합성을 통해 개발되는 화학 의약품과 달리 인체 내 단백질을 이용한 고분자 물질로 바이오 의약품을 활용한 2차 약품이다.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한 생산 방법이 복잡하고 그 구조와 형태가 다양해 아직 미국 FDA로부터 승인받은 사례가 거의 없다. 하지만 상품화에 성공할 경우 잠재가치는 신약 못지않게 높다.LG생명과학은 국내 처음으로 유럽의약품허가기관인 EMEA에 인간성장호르몬과 인터페론알파를 바이오제네릭으로 허가받기 위한 제품등록을 마쳤다. 유럽에서 두 제품의 시장 규모는 각각 10억달러, 5억달러로 추정되는데 이들 제품이 상용화할 경우 최소한 전체 시장의 10%는 점유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산이다.황상연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화학 약품에 비해 갈수록 수요가 확대되는 바이오 의약품들의 경우 특허 만료가 다가옴에 따라 이를 활용한 바이오제네릭 의약품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팩티브와 함께 LG생명과학의 미래 성장을 견인하는 두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미래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당장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LG생명과학을 평가 절하하는 시각도 있다. LG생명과학은 지난해 기술 수출료와 제품 판매 수입이 연구개발비 증가를 따라가지 못한 탓에 소폭 적자를 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그러나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며 “시작은 이제부터”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2005년 4분기는 ‘터닝 포인트’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LG생명과학은 작년 연간 이익이 적자로 돌아섰지만 4분기에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는 주력인 신약 제품의 매출 증가와 팩티브 관련 기술 수출료가 발생하기 시작한데 따른 것으로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배기달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LG생명과학은 눈에 보이는 성장 과정을 밟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확보해 놓은 신약 개발 프로젝트와 이에 따른 사업 재편 등 정해진 수순을 따라 가다 보면 머지않아 세계적 생명공학 기업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배 애널리스트의 진단이다.우선 그동안 수익성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던 정밀화학 사업부는 2006년 중 매각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률은 5%포인트 이상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팩티브와 함께 세계적 신약으로 개발 중인 서방형 인간성장호르몬은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한 판권 매각이 올해 중 이뤄질 예정이다. 또 2006년 하반기부터는 팩티브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은 팩티브 제품에 대한 마케팅력 부족과 협소한 적용 범위 등으로 기대만큼 성과가 없었으나 최근 이 문제를 해결, 팩티브가 매출 성장의 주력 중 하나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지금까지 국내 시장에 치중했던 바이오제네릭 의약품의 해외 공략이 본격화된다.한국투자증권은 LG생명과학의 향후 3년 간 매출액이 연평균 21.2%씩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올해부터 고부가가치 제품인 팩티브의 매출이 확대되고 바이오제네릭 의약품 매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영업이익률도 향후 3년 간 연평균 44.9%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LG생명과학 주가는 지난 2002년 8월 상장 이후 2배 가까이 올랐다. 그러나 같은 기간 다른 제약주들에 비하면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작다. 특히 최근 급락 장에서 20% 이상 조정받은 상태다. 과거 3년5개월 간 주가 움직임을 봐도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대체적으로 실적이 불투명하면서 장기 투자자들로부터 덜 주목받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2004년 4분기를 기점으로 실적이 좋아졌고(턴어라운드), 향후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도 과거와 달리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장기 투자자들로선 지금 시점에서 충분히 매수를 저울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현재 증권사들은 LG생명과학의 6개월 목표주가를 대략 6만~6만5000원 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현재가(2월13일 종가 4만6150원)보다 30% 정도 높은 것이다. 황상연 애널리스트는 “LG생명과학은 갈수록 단기 투자자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종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