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의 뉴포트폴리오 (대담=남궁 덕 편집장)
직 일본에도 템플턴이나 피델리티 같은 세계적 자산운용 회사가 없습니다. 하지만 미래에셋은 이런 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증권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회사인 미래에셋증권의 최현만 사장은 이런 큰 비전을 갖고 있다. 최 사장은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정상기 맵스자산운용 사장과 함께 박현주 회장의 미래에셋 설립을 도운 ‘창업 공신’이다. 자본금 100억원으로 출발한 미래에셋은 ‘펀드 돌풍’을 일으키며 불과 8년여 만에 9개 계열사와 19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신흥 금융 그룹’으로 성장했다. 그 핵심에 미래에셋증권과 최 사장이 있다. 경쟁 금융사들이 미래에셋의 일거수일투족에 안테나를 세웠을 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도 ‘미래에셋과 동행’하는 데 열심이다. 최근 미래에셋증권 상장을 위한 주식 공모가 이뤄졌는데 경쟁률 293 대 1에 청약 증거금만 5조8000억원이 몰릴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증권가의 뉴스는 대부분 미래에셋이 만들었고 ‘업계 최초’라는 수식어도 미래에셋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특히 상장을 계기로 미래에셋그룹은 지배구조를 재편하며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최 사장을 만나 상장 후 회사 운영 방향 등을 들어봤다.◈“회사 설립 후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고 자기자본이익률(ROE)도 30%대를 유지하면서 이미 ‘레드오션’이 된 증권 업계에서 성장성이나 수익성 측면에서 두각을 낸 게 공모 성공의 주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위탁매매 비중이 37%로 다른 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대신 자산관리 20%, 투자은행(IB, Investment Banking) 부문 13%, 자산운용 15%, 자금운용 15% 등으로 선진형 수익 구조를 갖췄다는 점도 부각된 것 같습니다.”◈“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미래에셋증권이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금리가 연 15~18%였는데 불과 3~4년 만에 4%대로 급락했습니다. 이런 급변하는 환경에 잘 적응했던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성장의 요인이라고 봅니다. 또 직접 투자보다는 간접 투자 시장이 훨씬 더 확대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이런 전망에 근거해 미리 직원들을 교육시켰고 좋은 간접 투자 상품을 제시했으며 철저한 관리 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사실 우리가 특별한 선견지명이나 혜안이 있어서 이런 환경 변화를 예측한 것은 아닙니다. 선진국 시장에서 이미 간접 투자가 활성화됐기 때문에 증권 업계서 이를 몰랐던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다만 우리는 이런 확신을 먼저 실천에 옮겨 시장을 창출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그렇습니다. 무엇보다 타이밍, 즉 시간의 분산이 중요합니다. 이전까지 단기 투자가 성행했지만 장기 투자를 하면 시간적 분산이 이뤄져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분산은 투자 대상의 분산입니다. 상당수 고객들은 대부분 예금 위주의 보수적 자산운용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식과 채권, 특히 장기적으로 시장 평균 이상의 수익을 낸 펀드 상품을 통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투자 수단을 제시했습니다. 이와 함께 지역적 분산도 매우 중요합니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습니다. 적절한 분산을 위해서는 해외 시장에 대한 분산 투자가 불가피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싱가포르와 홍콩의 현지법인을 통해 지역적 분산이 이뤄지는 투자 상품을 내놓았습니다. 앞으로도 해외 시장을 개척해 얻어낸 좋은 자산을 국내 투자자에게 더 많이 제시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우선 지역적 분산을 위해 해외 시장 개척에 많은 자원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또 인재도 중요합니다. 위탁매매에 국한된 증권사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서는 자산관리 영역을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지금까지도 자산 관리 전문 인력에 대한 교육비 투자를 많이 해 왔지만 앞으로 더욱 투자비를 늘릴 것입니다. 우리 회사가 상장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IB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자기자본이 적어 투자 컨설팅 업무 정도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3월 결산을 마치면 자기자본이 5600억원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고유 계정에서 투자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일례로 좋은 부동산 물건이 나오면 주도적인 컨소시엄 구성과 투자로 수익을 극대화하겠습니다.또 좋은 인수·합병(M&A) 대상 기업이 나오면 내부 자금을 들여서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해외에서는 증권사가 기업의 주식 전체를 인수, 로열티 있는 고객에게 분배해 주는 총액인수 방식의 공모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제약이 있지만 이런 분야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업을 잘 하려면 무엇보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잘 평가하는 심사 능력을 갖춘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저금리와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앞으로 우리나라에도 투자의 개념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될 것 같습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성장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신흥시장은 8% 이상 성장할 수 있지만 선진국은 4~5% 성장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투자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일정한 투자 수익을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전까지 주거래 은행이 가장 중요한 개념이었다면 앞으로는 주거래 증권사란 개념이 보편화할 것입니다. 앞으로 증권 계좌에서 아파트 관리비까지 결제할 수 있어 증권 계좌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투자였다면 금융회사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퇴직연금이 될 것 같습니다. 퇴직연금은 제2의 증권시장을 만들 수 있는 어마어마한 파워를 갖고 있습니다. 퇴직연금의 경우 40%까지 주식에 투자할 수 있지만 이 정도도 엄청난 돈입니다. 유동성이 어마어마하게 커지는 것이지요. 저는 이미 ‘퇴직연금을 위한 사장’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제2의 창업을 한다는 각오로 퇴직연금 컨설팅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20개 기업과 계약했고 한두 달 안에 250개 업체와 계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세계적으로 평균 주가수익배율(PER)은 14배 이상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까지 9배 수준입니다. 아시아 지역 평균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가 일본 다음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많지만 아직까지 주가는 저평가돼 있습니다. 주가가 단기간에 워낙 많이 오르다 보니 조정이 필요했고 최근 주가가 하락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주가 조정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펀더멘털은 변한 게 없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은 그대로 유지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매출 1조원 이상의 글로벌 기업 수가 영국과 비슷할 정도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PER는 선진국에 근접한 수준으로 높아질 것입니다. 안보에 대한 위협도 줄어들고 있고 우리 경제의 경쟁력도 강합니다. 우리 스스로 한국의 강점을 인정해야 합니다.”◈“저는 ‘성실한 실천’을 좌우명으로 삼아왔습니다. 물론 주위에서는 바보 같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창업 이후 조직을 관리하고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매진했습니다. 제 집사람은 치과의사인데 상업적 의술에 관심이 없어 큰 돈을 벌지 못했습니다. 저도 가능한 직원들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스톡옵션을 받아서 회사주식을 적지않게 갖고 있지만 지금도 이 돈을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생각을 별로 해본적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