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태풍’ 장동건·이정재·이미연 빅3 열연

남북 분단을 소재로 한 영화가 잇따라 대박 리스트에 오르고 있다.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실미도’, 그리고 최근의 ‘웰컴 투 동막골’까지. 그 계보를 잇는 초대형 블록버스터가 나왔다. 바로 곽경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태풍’. 장동건 이정재 이미연 등 ‘빅3’ 스타들을 캐스팅해 화제를 뿌렸었다. 그뿐만 아니다. 강원도와 부산, 태국, 러시아에서 이뤄진 현지 로케로 담대한 스케일을 담고 있다. ‘진인사 필름’이라는 영화 제작사를 만든 곽경택 감독이 ‘진인사했으니 이제는 대천명만 남았다’며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미남 스타 장동건이 뿜어내는 불같은 눈빛도 볼거리다. 장동건은 태풍을 통해 또 한번의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생경한 북한 사투리와 태국어, 러시아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었던 것도 변신을 위해 그가 노력한 결과다. 그는 이 영화에서 해적 ‘씬’으로 분한다. 씬이라는 인물은 남과 북 모두로부터 버림받은 과거 때문에 한반도 전체를 향한 뜨거운 분노를 품고 있으며 복수를 꿈꾸는 역할이다. 미국 선박에서 군사 물품을 탈취해 전 세계를 긴장의 도가니에 빠뜨리는 씬은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강대국들의 경계대상 1호 인물이다. 웃음조차 잃어버린 절대 카리스마의 해적 보스지만 아픈 가족사를 간직하고 있다. ‘친구’에 이어 장동건을 다시 악역으로 캐스팅한 곽 감독은 “장동건은 눈이 크고 슬프다. 그래서 그가 악당을 하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할 수밖에 없는 숙명 같은 게 느껴진다. 그것이 내가 그를 악당으로 캐스팅한 가장 큰 이유” 라고 설명한다. 불같은 장동건에 비해 이정재는 물과 같은 존재로 비춰진다. 이정재는 전형적인 엘리트이며 격투 능력이 뛰어난 해군 특수전 장교 강세종으로 분한다. 해군 UDT 대위로 미국 선박 탈취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정보원으로 차출된 강세종은 복수심에 불타는 씬의 복수를 막는 역할을 수행한다. 냉철한 이성을 무기로 씬과 대적하지만 씬의 아픈 과거사를 알게 된 후 그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 3년 만에 영화계에 복귀한 이미연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작다. 하지만 씬의 누나인 최명주로 분한 이미연은 환자 연기를 위해 몇 시간동안 침대 위에 누워있을 정도로 열성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한다. 시종일관 병들고 피폐한 모습이지만 두 남자의 갈등의 축에 서있는 그녀의 연기는 확실히 진일보한 듯 보였다. 영화는 화려한 격투신과 해상 폭파신, 추격전 등의 장면들로 관객의 혼을 빼놓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선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멜로 드라마도 함께 보여준다. 씬과 최명주의 상봉 장면에서는 두 배우의 연기가 절정에 다다르며 모든 관객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남북 분단의 아픔이 절절히 느껴지는 명장면이다.‘태풍’은 ‘친구’에 이어 곽경택 감독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두 번째 영화다. 곽 감독은 월남한 아버지에게 들은 과거사를 직접 시나리오에 녹였다고 한다. 그만큼 감독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것이 영화 곳곳에 보인다. 이로 인해 전체적으로 극의 분위기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