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개발이익환수제 등 각종 정부 규제로 격랑이 일던 부동산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느낌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시각과 ‘상투론’이 팽팽하다. 전문가들은 낙관론에 무게를 두고 있는 가운데 주택, 상가, 토지 등 부문별로 시장 차별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주택시장은 갈 지(之)자 행보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세제개편과 거래질서 확립이라는 두 개의 지휘봉으로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양상이다. 이게 상반기에는 어느 정도 약발이 먹혔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강남발 파고가 시장을 교란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이 많다. 강남지역에 공급이 달려 수급불안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부동산플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서울 강남권(강남 서초 송파 강동)에 건립되는 아파트는 총 1133가구이고 3분기에도 1781가구에 불과하다. 지난해와 비교해 볼 때 각각 57.7%, 84.0%나 감소한 수준이다.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지난 2002년부터 계속된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은 대부분이 강남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강남권은 공급량 감소가 불가피하다”면서 “결국 강남권의 입주량 감소는 이 지역에 대한 대기수요만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강남권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예상된다.판교신도시도 하반기 시장의 숨겨진 뇌관이다. 높은 청약률이 예상되는 판교에 대한 꿈을 조기에 접고 다른 분양시장으로 관심을 돌릴 경우 분양시장 전체가 회복되는 건 시간문제일 수 있다. 최근 들어 용인 분당 등 판교와 인접한 곳들의 아파트 매매값이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판교신도시는 올 11월 중에 1만7000가구 전체가 일괄 분양된다. 각종 부동산관련 설문조사에서 올 하반기 주택시장의 최대 화두를 ‘판교신도시’로 꼽고 있는 것만 봐도 판교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케 한다. 개발이익환수제 시행을 앞두고 유망 노른자위 물건들이 대거 분양시장에 쏟아지면서 분양열기가 높아진 것도 부동산시장엔 반가운 소식이다. 금융결제원 주택청약센터에 따르면 지난 서울 4차 동시분양은 평균 4.93 대 1을 기록해 3차(5.11 대 1)보다는 다소 낮아졌지만 2차(0.85 대 1) 경쟁률보다는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리모델링아파트와 재개발아파트에 대한 관심은 상반기보다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보다 상대적으로 정부규제가 덜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그동안 재건축을 추진해 왔던 강남권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리모델링으로 사업을 전환하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시공사 선정시기가 앞당겨진 뉴타운 등 각 재개발구역들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토지시장도 괜찮을 전망이다. 정부가 토지시장에 대해 외견상 강력한 규제정책을 쏟아내고 있으나 실제론 국토균형발전론과 궤를 같이하며 현 정부와 ‘동행’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기업도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지방다핵화 권역개발 등 굵직굵직한 개발호재들은 땅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에 따른 각종 공기업들의 이전으로 땅값 불안은 국지적인 현상을 떠나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건설교통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전국토지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지가상승률은 0.348%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6% 보다 다소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적으로는 오름폭이 줄어들고 있지만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인 충남 연기군은 한 달간 땅값 상승률이 무려 6.34%를 기록, 전국 평균치보다 20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바로 인근에 있는 대전 서구와 유성구는 한 달 동안 1.079%, 0.778%씩 올라 행정도시 건설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함을 보여줬다.반면 상가와 오피스텔은 건축물 후분양제도 시행으로 공급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앞으로 상가나 오피스텔을 분양하려면 대지소유권, 분양보증, 신탁계열 등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분양보증과 신탁비용이 모두 분양가에 포함돼 가격은 자연스럽게 오른다. 오피스텔은 지난 2~3년간 계속된 공급량 증가 여파가 조기에 해소되기는 어려우나 입주물량이 점차 감소하면서 교통여건이 좋은 일부 유망지역을 중심으로 임대료가 상승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법원경매는 저가 매수와 유망물건 증가에다 일반인들의 관심까지 더해지면서 상반기 내내 뜨거운 입찰열기를 보였으며 이 같은 분위기는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