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다고 모두 부자가 되는 건 아니지요
드머니(종자돈)를 확보하라. 그리고 모은 돈으로 재테크를 하라.”일본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재테크 컨설턴트 중 한 명인 혼다 켄(本田 健·38)은 “샐러리맨이 부자가 되려면 캐시플로를 확보한 뒤 그 돈을 경제 상황에 맞게 운용해야 자산을 늘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막연히 “열심히 일만 한다고 부자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혼다 켄은 부자가 되려면 돈과 잘 사귀라고 충고한다. 돈의 노예가 되거나 돈을 이용하려고 하지 말고, ‘친구’처럼 사귀라는 것이다. 그래야 돈의 생리를 잘 알 수 있고,행복한 부자가 된다는 설명이다.그렇다고 돈이 인생의 전부라고 주장하진 않는다. 그는 ‘행복한 부자’가 되라고 강조한다. 돈은 행복하게 살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부자가 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소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돈은 행복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혼다 켄은 1만명 이상의 일본 부자들을 직접 만나고 조사해 ‘부자학’에 대한 실증적 분석을 처음 내놓은 컨설턴트로도 유명하다. 그 자신도 20대 초 대학을 졸업하고 벤처회사를 세워 상당한 부를 쌓았다. 현재는 강연과 집필만으로 연간 1억엔(약 10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혼다 켄의 책들은 베스트셀러로 대히트를 치고 있다. 연초 펴낸 저서 ‘인생은 반드시 잘 된다’는 4개월 만에 30만부 이상이 팔려나가 경영 관련 서적 중 1위에 올라 있다. 한국에도 샐러리맨을 중심으로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혼다 켄을 만나 돈 버는 얘기,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비결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5월 중순 도쿄역 앞에 최근 완공된 마루노우치 오아조(OAZO)빌딩 내 마루노우치호텔에서 2시간 가량 진행됐다.-한국에선 재테크 열풍이 한창이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돈이 모든 것인 양 인식되는 사회 현상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유감이다. 지금까지 만난 부자 중에는 행복한 사람보다 불행한 사람이 많았다. 중요한 것은 부자가 되는 게 아니라 ‘행복한 부자’가 되는 것이다. 남의 것을 빼앗거나 사기 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모은 사람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자신에게 중요한 게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지를 먼저 인식할 필요가 있다.”-평소 ‘행복한 부자론’을 강조해 왔다. 행복한 부자의 공통점은. “한마디로 말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자신이 하는 일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도 떠오르고, 또 일을 해도 쉽게 지치지 않는다. 돈도 자연히 모인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타인에게 많이 베푼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많이 주면 결국 그들은 더 많은 것을 돌려준다. 우연히 부자가 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봤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기회는 오게 마련이다.”-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가.“돈을 짧은 시간에 금방 벌려고 하면 실패한다. 트레이더 등 전문가가 아니라면 장기 투자를 해야 재테크에 성공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백만장자들은 짧아도 5년 이상 투자한다.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미국의 워런 버핏도 장기 투자자다. 예를 들어 한국 돈으로 1억원을 투자한다 해도 단기간에는 돈 벌기가 어렵다. 주식만 해도 등락이 있기 때문에 단기 투자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성공하려면 자신을 응원해 주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이들을 만날 수 있나.“세상에서 성공하려면 어떤 사람과 만나느냐가 중요하다.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고 그들과 사귀고 장점을 배우면 인생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과 만나고 가까워지는 것은 비즈니스에 성공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좋은 작가들을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과의 사귐을 통해 영감을 얻고, 또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이들이 자신의 책이나 강연을 통해 ‘혼다씨 책은 볼만하다’고 알려줬기 때문에 내 책의 애독자도 늘게 됐다. 인맥 관리의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상대방으로부터 무얼 받기 전에 내가 먼저 무조건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적으로 사귀지 말고, 진정으로 좋은 사람과 만나고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보통 사람 입장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을 만나거나 배울 기회를 찾기는 쉽지 않다. 좋은 방법을 소개해 달라.“열심히 자기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기회가 온다. 자기 일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의 얼굴에는 그의 인생 내력이 쓰여 있다. 또 하나는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무리 자신이 평범하다 해도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주변에서 좋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멘토(정신적 스승)’를 찾을 수 있다. 성공한 부자들을 만나고 싶다면 그들의 자서전이나 책을 읽어라. 그리고 그들의 강연회에 참석해 보고 그들에게 편지를 써보라. 반드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온다. 나만 해도 독자의 편지나 메일에 반드시 답장을 해준다.”-부자가 되려면 월급쟁이보다 창업을 해 자기 사업을 하는 게 유리하다. 그러나 여러가지 제약 조건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에게 조언을 해 달라.“창업에 앞서 먼저 자신의 부가가치를 높이라도 충고해 주고 싶다. 자신이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도록 실력을 쌓고 열심히 하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다면 창업을 안 해도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리스크를 안고 창업해도 좋지만 굳이 창업하지 않아도 상당한 돈을 모을 수 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는 게 급선무다.”-샐러리맨 생활에서 언제 독립하는 게 좋은가.“독립을 해서 자영업이나 자기 사업을 하려고 결심했다면 가능한 한 젊은 시기가 유리하다. 종업원과 경영자는 돈을 보는 눈이 전혀 다르다. 월급쟁이 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수동적 체질로 바뀌기 쉽고, 돈을 보는 시각도 그렇게 된다. 종업원 체질이 몸에 배기 전에 독립하는 게 바람직하다. 젊었을 때 독립해야 실패하더라도 다시 기회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사업을 하더라도 언제까지 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이는 자신의 인생을 어디에 가치를 두고 사느냐에 달려 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면 적당한 선에서 그만둘 수 있고, 회사를 키우는 게 좋다면 끝까지 해 볼 수 있다.”-그래도 부자가 되는 방법이 있지 않겠는가.“우선 자신이 하는 일에 성공해 상당한 캐시플로를 확보해야 한다. 종자돈이 없다면 절대로 부자가 될 수는 없다. 월급쟁이의 경우 아무리 열심히 일한다 해도 저축만으로 부자가 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 다음은 종자돈을 불리는 일이다. 종자돈을 굴리는 방법은 부동산 주식 채권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시대 상황과 경제 여건에 따라 다르다. 세계적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은 한결같이 돈을 굴려 자산을 늘렸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열심히 인생을 살면 누구라도 부자가 될 수 있는가.“굳이 대답하자면 ‘그렇다’. 그러나 누차 강조했지만 인생에 무엇이 의미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 인생을 산다면 정말로 피곤한 삶이 되고 말 것이다. 굳이 싫어하는 것을 하면서까지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버리라고 충고하고 싶다. 예를 들어 일본에선 부자의 기준은 자산 1억엔(약 10억원)을 갖고 있고, 연간 평균 소득이 3000만엔(약 3억원) 정도의 사람이다. 이들 부자 중에서도 인생의 질은 다 다르다. 더 많이 번다고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돈에 대한 밸런스를 잡는 게 중요하다. 돈을 더 벌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많이 버는 돈이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한국의 재테크 얘기로 돌아가겠다. 최근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유독 부동산 가격은 치솟고 있다. 1990년대 부동산 버블 붕괴를 경험한 일본의 역사와 비교해 한국 부동산 시장을 전망한다면.“한국인이 부동산을 매우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 나보고 한국에 부동산 투자를 하겠느냐고 물으면 대답은 ‘노(No)’다. 시대의 흐름을 보는 게 중요하다. 결국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은 향후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만약 미래 경제성장 가능성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면 뭔가 왜곡된 게 있고, 이런 버블(거품)은 반드시 꺼진다. 부동산 투자는 ‘폭탄 돌리기’와 같아 모든 사람이 팔지 않고 자꾸 돈을 끌어다 사는 경우 상당 기간 오를 수 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꺼지게 돼 결국 마지막에 보유한 사람은 커다란 손실을 본다. 경기 버블기에 일본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전무했다. 현재 일본 부동산은 정점에 비해 20~30%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지, 인구가 얼마나 늘어날지 등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뒤 투자해야 한다.”-혼다씨는 주식 트레이더로도 훌륭한 실적을 냈다. 주식투자에 대한 지론과 성공 투자를 위해 조언해 달라.“주식투자할 때는 한 번쯤 주식을 잊어버리는 시기를 가지라고 충고하고 싶다. 잘 아는 증권회사 지점장의 말이 있다. 그의 객장에서 가장 높은 투자 수익을 거두는 사람은 중소기업 사장과 주부 2명이라고 한다. 중소기업 사장은 1년에 한두 차례만 매매하고, 주부는 주식을 잘 몰라 거의 매매하지 않는 장기 투자자라고 한다. 대신 이들은 남들과 똑같이 하지 않고 반대로 한다.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고 있다가 매스컴에서 일본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떠들면 매도하고, 불황이라고 아우성치면 사들인다고 한다. 주식투자에서 남들과 같이 하다 보면 손해보는 경우가 많다. 매매 타이밍을 잡는 게 성공 비결이다.”-백만장자가 되는데 필요한 자질을 꼽는다면.“모든 일이 다 마찬가지지만 부자가 되기 위해선 매사에 성실하고 근면해야 한다. 성실해야 고객과 신뢰 관계가 유지되고 장기간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아무리 하찮고 사소한 일도 철저하고 꼼꼼하게 해야 돈이 쌓이게 된다.”-백만장자 중에도 불행한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돈만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기 때문이다. 가족이나 친구도 돈보다 가치가 떨어진다고 보고 인간관계를 소홀히 하면 불행이 시작된다. 돈만으로 인생이 절대로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점을 부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한국에는 경기불황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는 사람들도 많다. 빚에 쪼들려 자살 등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에게 조언해 달라.“세계적인 부호들을 만나본 결과 대부분의 인생에서 한두 차례 경제적 곤란을 겪은 경험이 있다. 아무리 잘 나가는 사람도 인생을 살다 보면 정말로 어려운 때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길게 보면 위기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부자가 된 사람들도 위기에서 역전에 성공한 경우가 많다. 굳이 경제적으로 다시 성공하긴 어렵다 해도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 다른 길을 찾아보면 얼마든지 새롭게 인생을 살 방법이 있게 마련이다. 경제적으로 실패했다면 농촌으로 돌아가 새로운 인생을 모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경제적 곤란이 결코 인생의 마지막은 아니다. 경제적 위기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