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탄 우주선이 중국에 불시착했다. 구경하기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전역에서 몰려들었다. 먼저 베이징 사람이 물었다. “인류와 혈연관계가 있습니까”. 각지 사람들의 질문이 이어진다. “당신들을 전시회에 출품시켜 표를 팔고 싶은데”(상하이 사람), “당신 몸의 어느 부위를 먹을 수 있나요?” (광둥 사람). “당신들 사는 곳에도 할 만한 사업이 있나요”라는 질문이 불쑥 튀어 나왔다. 원저우 사람이었다.중국의 유대인으로 불리는 원저우 상인. 그들의 ‘기업가 정신’은 중국의 우스갯소리에서도 드러난다.상하이에서 500km 떨어진 외진 도시 원저우. 동중국해와 접해 있고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자원과 농지가 부족하고 물류가 낙후돼 있다. 독립 개척 실용 국제화 등으로 특징지워지는 원저우 사람의 기질은 바로 이런 열악한 환경이 토양이 됐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100대 갑부에 속하는 원저우 상인 난춘후이는 ‘살기 위해 기업가가 됐다’고 말한다. 연간 매출 13억달러의 기업을 운영하는 그는 ABB나 지멘스와 같은 다국적 기업을 일구는 게 꿈이다.서슬퍼렇던 문화혁명 때 토지 집단화를 거부해 마오쩌둥의 ‘자본주의의 꼬리를 잘라야 한다’는 말을 이끌어낸 원저우는 개혁개방 이후 ‘시장’을 가장 빨리 받아들인 곳이기도 하다.원저우 사람이 해외를 비롯해 외지에 나가 올리는 매출은 연간 2800억위안(약 35조원). 원저우시 GDP(1220억위안)의 2배를 훨씬 넘는다. 원저우 사람 3분의 1(약 220만명)은 고향을 떠나 있다. 상하이의 화려한 사무실에서부터 중앙아시아의 빈궁한 이슬람 촌에서도 그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막대한 현금 동원력을 자랑한다. 원저우시의 예금과 주민들의 장롱 속 현금을 합치면 3000억위안(약 37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게 중국 언론의 추정이다. 원저우 상인이 이렇게 번 돈으로 중국 각지에서 벌이는 투자사업은 대륙에서 돈 버는 비즈니스를 엿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대표적인 게 부동산이다. 차오팡퇀(炒房團·부동산 투기단)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원저우 상인들은 2000년부터 무리를 지어 부동산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 우선 원저우 시내의 아파트 가격이 중국에서 가장 높다는 사실에서도 이들의 투기 열풍을 짐작할 수 있다. 원저우의 아파트 가격은 ㎡당 평균 9278위안(약 116만원)으로 상하이(8627위안) 항저우(7210위안)에 비해 훨씬 높다. 원저우 상인들이 맨 먼저 몰려간 곳은 상하이였다. 원저우 상인 한 명이 상하이에 100여 채가 넘는 아파트 등 부동산을 사들였다는 설도 들린다. 상하이 일부 지역의 경우 원저우 상인들이 ㎡당 7000위안(약 87만5000원)에 매입한 부동산 가격이 지금은 ㎡당 1만7000위안(약 212만5000원)으로 껑충 뛰었다.2년 전 원저우 시내의 빅토리 호텔에서 열린 부동산 투자설명회는 원저우 상인의 부동산 투자 열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상하이 시내를 가로지르는 황푸강이 보이는 푸둥의 리베이라 화원이라는 아파트가 소개됐다. 모두 200가구였는데 2시간 만에 모두 팔려 버렸다.상하이뿐이 아니다. 인근 항저우와 쑤저우는 물론 남부인 푸젠성의 샤먼에서부터 베이징까지 돈이 되는 부동산이라면 원저우 상인들은 집단을 이뤄 찾아가 베팅을 했다. 북부 내몽고와 서부 우루무치도 원저우 상인들의 부동산 투자 대상이었다.중국 언론에 따르면 부동산에 투자한 원저우 상인은 5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최근 들어 부동산 투기 억제책이 쏟아지자 발 빠른 원저우 상인들은 급매물을 내놓으며 벌써 발을 빼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당국의 부동산 투기 억제책에 손을 놓을 원저우 상인들이 아니다. 투기 억제의 칼날을 피해 홍콩으로까지 가 부동산 투기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욱이 전국의 외진 곳까지 나가 있는 원저우 상인의 거미줄 네트워크는 최고의 투자 사업과 유망 지역을 찾도록 도와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