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연금보험… 미술·골동품 등 이색상품에도 눈길

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금융상품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PB 100명은 고객이 선호하는 상품 1위로 ‘펀드’를 꼽았다. 설문조사 결과 28명이 ‘펀드’라고 대답했으며 이 가운데 보다 구체적으로 응답한 PB도 있었다. ‘적립식 펀드’ 8명, ‘부동산 펀드’ 3명, ‘주식 펀드’ ‘채권형 펀드’ ‘해외펀드’는 각각 2명이 답했다. 그 밖에 ‘선박 펀드’ ‘ELS 펀드’ ‘MMF’(머니마켓펀드) 또한 1명씩 답해 펀드 전성시대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4일 기준으로 전체 펀드 수탁고는 194조147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 164조원대이던 펀드 시장이 2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둔 것이다. 간접투자의 제왕이 된 펀드의 위상을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펀드의 뒤를 이은 부자들의 금융상품은 ‘고수익 확정금리 상품’이 차지했다. PB 5명이 입을 모아 “고객은 수익률이 높은 확정금리 상품을 선호한다”고 답한 것. 자산가 가운데 적지 않은 수는 금리가 확정적인, 리스크가 적은 상품을 택한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고수익 확정금리 상품의 뒤를 MMDA(수시 입출금식 예금), 부동산 신탁, 고금리 예금 순으로 이었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MMDA는 입출금이 자유롭고 각종 이체와 결제가 가능한 상품이다. 금리는 예치금액에 따라 차등 지급되며 일반적으로 연 1.0~2.0% 수준이다. 1억원 이상 예치하면 연 2.7% 전후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이 상품은 MMF 등보다는 금리가 낮아 수익성은 적지만 확정금리가 적용된다는 특징을 지닌다. 아울러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있어 역시 ‘안정성’을 중시하는 부자 고객이 택하는 상품이다. 그 밖에 지수연동 상품과 특판예금, 연금, 비과세 외화표시채권(외표채) 또한 2표씩 나왔다. ‘특판예금’은 일반적으로 금융회사가 한시적으로 고금리로 판매한다. 금리가 조금이라도 높은 상품을 발견한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포착하는 자산가의 기민함을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외화표시채권 또한 주목할 만한 상품이다. 최근 고액 자산가에게 추천 영순위인 이 상품은 정부나 포스코 KT 등이 달러, 엔 등 외국 통화로 발행한 채권을 말한다. 외표채의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IMF 외환위기 시절 환란을 극복하기 위해 외화로 발행한 정부 지급보증 형식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등이 있다. 외표채는 원금과 이자 모두 외화로 지급된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에는 약 3.33%의 수익률을 보이는데 수수료, 환율 변동과 연계돼 수익률에 차이가 날 수 있는 상품이다. 이 상품에 자산가들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특히 1998년 말 이전에 발행한 외표채에는 조세특례제한법에 의해 이자소득세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종합과세에서 완전히 빠져 농특세 1.5%만 부과돼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의 ‘세테크’ 상품으로 중요하게 여겨진다. 기타 소수 의견으로는 해외투자 상품, 원금 보장형 ELS, RP(환매조건부채권), CD(양도성 예금증서), 산업금융채권, 우량 CP(기업어음), 수익증권, 지수연동 정기예금 등이 나왔다. RP의 경우 은행과 증권회사에서 발행하는 확정금리 상품이다. 주로 국공채와 회사채형으로 나뉘고 국공채형은 수익률이 낮지만 회사채형에 비해 안정적이다. RP는 예금자보호에서 제외되지만 국공채형은 국채, 정부보증채, 통안채 등 우량 채권을 근거로 발행하기 때문에 채권이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지지 않는 한 안전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가입 기간이 2개월이라면 연 3.0~3.2%의 금리를 보여 단기 투자 상품으로 활용된다. 소수 의견 가운데 단기 상품이 나온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지난 5월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4월 한 달 동안 은행 수신이 9조9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9조9000억원 가운데는 CD, RP, MMDA 등 단기 자금이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단기 자금이 4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던 것.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주식시장이 침체되면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 위해 은행에 단기간 돈을 맡겨둔 고객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했다. 은행권 PB를 이용하는 부자들 역시 ‘잠시 머물 돈’의 쉼터로 단기 투자 상품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보험상품 가운데는 어떤 것을 가장 선호할까. 조사 결과 부자들이 가입하는 보험 1위로는 연금보험이 꼽혔다. 30명의 PB가 “고객들이 연금보험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연금보험은 자산가의 ‘세테크’로 애용되는 상품이다.예를 들면 자산가는 본인 명의로 연금보험에 가입하고 지급받는 보험 수령액을 자녀에게 다달이 줄 수 있다. 사실상 자녀에게 재산을 나눠서 주고 있지만 보험 수령액이기에 별도의 상속세를 낼 필요가 없다. 연금보험의 뒤를 이은 주인공은 변액상품(16명), 종신보험(12명), 암보험(8명), 골프보험(8명)이다. 변액연금 또는 변액 유니버설 등 변액 상품의 비중이 증가하는 보험 업계의 트렌드가 부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적지 않은 PB가 ‘골프 보험’이라고 답변한 부분이다. 골프보험은 일반적으로 골프를 하다가 사고를 당하면 위로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설계된다.최근에는 골프장에 가는 도중 사고가 나서 골프를 치지 못할 때 부킹 취소 위로금을 주는 보험까지 등장했다. ‘골프’가 취미인 경우가 많은 부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설문 결과다. 소수 의견으로는 건강보험, 여행보험, 상해보험 등 보편적인 보험상품이 나왔다. ‘부자들의 이색 투자 상품’을 물어보는 항목에서는 다채로운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미술품이라고 답한 PB가 6명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 가운데 2명은 ‘서화’라고 구체적으로 답했다.소수 의견으로는 동유럽 쪽 부동산 및 기업 투자, 체인점, 벤처기업 투자, 도자기 경매, 금 실물 투자, 골동품 등이 나왔다. 최근 부쩍 늘어난 미술품 재테크 트렌드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은 지난해 8월 미술품 경매회사와 함께 특별경매를 열었다. 반응이 좋다고 평가한 이 은행은 지난해 말에는 아예 세계적 미술품 경매회사인 소더비의 전문가를 초청해 특별강좌를 열었다. 이 강좌에서 블레이크 고 소더비 수석부사장은 “90년대 말 헨리 무어의 청동 조각품은 200만달러였다”며 “하지만 2004년 11월 경매에서는 850만달러로 4배 이상 값이 뛰었다”고 말하며 미술품 재테크의 수익성을 강조했다. PB센터의 ‘아트뱅킹(Art Banking)’강화가 돋보이는 대목이다.그렇다면 여윳돈이 비교적 풍부한 PB센터 이용 계층의 주식 투자 패턴은 어떠할까. 설문 결과 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종목에는 단연 ‘삼성전자’(39명)가 올랐다. 그 뒤를 포스코(7명), 현대자동차(3명), LG전자(2명)가 이었다. 국민은행과 SK텔레콤, LG필립스 또한 각각 PB 1명씩이 답하며 부자들의 우량주 선호 현상을 나타냈다.‘IT 관련 주식’이라고 답한 PB는 단 1명으로 코스닥보다는 거래소 위주로 거래하는 부자들의 ‘안전’ 성향을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