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나쁘다고 아우성들인데도 주가가 꼿꼿하게 머리를 들고 있습니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난리법석인데도 서울 강남 아파트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주가나 집값이 항상 경기와 동행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시장 참가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건 분명합니다. 강남권 집값 급등을 놓고 시중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기반이었던 ‘노사모’의 주축이 소외계층에서 부자들로 바뀌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돕니다. 정책의지와 현실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방증이지요.과거엔 카르텔을 불황의 아들이라고 불렀습니다. 불황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손을 맞잡고 가격이나 생산물량 등을 조절했습니다. 존폐의 기로에 섰을 때 나오는 일종의 극약처방인 셈이죠. 지금 대부분의 국가가 카르텔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대신 ‘빅딜’로 도망갈 구멍을 마련해 주고 있습니다.시장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가흐름을 주도하는 것도 일종의 카르텔로 해석할 만합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은 증시에서 대규모 물량의 공급자이면서 수요자이지요. 수급을 틀어 쥐고 있습니다. 그들이 ‘팔자’나 ‘사자’ 어느 한쪽으로 체중을 실을 때 주가는 크게 방향을 틉니다. 외국인이 소위 ‘그들만의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는 개미군단의 의심도 이런 점에서 나올 겁니다. 강남 아파트에도 이런 구석이 있습니다. 중대형 평수 보유자는 수요·공급 측면에서 강남 집값을 실제로 쥐락펴락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남은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죠. 그들이 보유 아파트를 내놓지 않은 채 ‘사자’를 외치면 곧바로 ‘기세 상한가’가 형성됩니다. 노무현 정부가 강남 집값을 때려잡겠다고 창을 들이대자 오히려 카르텔로 방패를 삼고 있는 셈이죠. 이에 정부는 판교신도시라는 빅딜 정책을 통해 사태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신통치 않습니다. 강남 부자들이 정부에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라고 놀리는 것 같습니다. 시장과 싸우겠다는 생각은 어리석습니다. 승리하기도 어렵고요. 정부는 질서만 잡으면 그만입니다. 이는 재테크의 기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독자여러분, 시장과 싸우려 하지 마세요. 시장에 순응하면 큰 낭패를 보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