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이냐, 부동산이냐, 주식이냐를 놓고 곰곰 생각해 보면 아마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대부분 ‘그래도 주식’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것입니다.”국내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이 같은 말로 주식투자의 매력을 설명한다. 세금 떼고 나면 수익률이 고작 2%대인 은행 저축은 이미 경쟁력을 상실했다. 문제는 부동산과 주식의 비교다. ‘강남 불패’라는 말이 회자되는 것처럼 부동산이 왠지 든든해 보이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하지만 과거의 신화에 함몰되지 말고 현 시점에서 냉정하게 요모조모 따져본다면 주식투자의 매력은 결코 부동산에 뒤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월등한 수익률을 낼 것이란 게 증시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마치 삼성전자의 애니콜이, 현대자동차의 쏘나타가 불과 1~2년 새 세계적인 브랜드로 급성장한 것처럼 한국 주식시장도 장기상승 국면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많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올 하반기에 증시가 사상 최고치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우증권은 하반기 종합지수지수가 1000~1200을 오르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증권과 CJ투자증권도 사상 최고치 수준인 1130과 1150을 하반기 목표지수로 제시했다. 조익재 CJ투자증권 수석전략가는 “6~7월 중 미국경기 불확실성, 기업실적 악화 가능성 등으로 조정을 보일 경우 매수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하락위험 작고 상승잠재력 커하반기 주요한 투자대상인 주식과 부동산투자의 기대수익률을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고액 자산가들이 가장 싫어하는 하락리스크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한국 증시는 이미 900선에서 하방경직성을 확보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구희진 우리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지난 3~4월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위축 우려,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리스크, 북핵위기 등 온갖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도 증시는 900~910선을 든든한 지지선으로 상승 전환했다”고 지적했다. 북핵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등의 비상사태가 아니라면 최대로 떨어져도 10%라는 설명이다.부동산은 어떨까. ‘부동산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최근에는 양상이 다르다. 지난해 8월 강남지역 아파트 값이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1~2개월 새 20%가량 급등하다 정부의 규제조치가 나오자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그렇다면 상승잠재력은 어느 쪽이 더 클까. 강남지역 아파트의 경우 평당 1억원짜리가 등장할 정도로 최근 급등했다. 상승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올 11월 일괄 분양되는 판교지역이 일류 주거단지가 되기에는 부족다는 평가가 내려지면서 강남이나 분당지역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하지만 어떤 자산이든 무한정 오를 수는 없다는 것도 불변의 진리다. ‘미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동산 가격은 이미 급등했기 때문에 상승 잠재력 면에서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진단이다.이에 반해 주식은 상승세로 방향을 잡을 경우 올해 안에 20% 가까이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증권가 스트래티지스트들은 대부분 “하반기에는 증시가 사상최고치(종가 기준 1139)를 돌파하거나 그 근처까지는 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속도야 어찌됐던 내수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고, 증시로의 자금유입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는 증시한국증시는 지난해 8월부터 수많은 회의론을 뒤로 하고 꿋꿋이 상승하고 있다. 기업의 수익감소는 물론이고 고유가 환율불안 북핵위기도 우상향하는 주가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고 있다. 올 2월 말 1000을 돌파한 뒤 900선까지 급격한 조정을 받을 때는 ‘1000 돌파 후 반토막’이라는 예전의 어두운 기억에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지만, 비관론이 대세를 이룰 무렵 보란 듯이 상승세로 방향을 트는 저력을 발휘했다.바로 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로 인해 작년 8월께부터 은행저축에 따른 수익률(이자율-물가)이 마이너스 상태로 돌아서자 시중자금은 점차 증시로 들어오고 있다. 아직 유입된 자금규모가 그리 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은 돈으로도 증시는 큰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있다. ‘꿈을 먹고 자란다’는 주식의 속성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의 가계자산이 증시로 방향을 잡기 시작하면 그 효과가 장기간에 걸쳐 누적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란 기대말이다.한국은 가계자산의 5% 정도만 주식과 펀드 등 주식 관련 상품에 투자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43%는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8.3%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투신운용 강신우 부사장은 “개인투자자들이 예금에서 주식 관련 상품으로 투자자산을 적극 배분하는 현상이 지난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올해는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실제로 올 들어 적립식펀드로매달 3000억원 안팎의 뭉칫돈이 들어오고 있다. 전체 주식형펀드도 3월 8310억원, 4월 9090억원, 5월 1조2850억원이 증가하는 등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보험사에서 판매하는 변액보험도 든든한 매수기반이다. 지난해 말 2조2975억원이던 변액보험은 올해 안으로 5조원까지 확대돼 적립식펀드와 함께 증시 버팀목이 될 것이란 게 증권가의 관측이다.증시로의 자금유입은 하반기 증시에 하방경직성을 부여할 전망이다. 또 선진국은 물론 아시아 각국에 비해서도 만성적인 저평가 상태를 보이고 있는 한국증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증시가 1980년대 기업연금(401k)제도 시행과 이에 따른 가계자산의 증시유입을 발판으로 10년간 10배 안팎의 급등세를 보인 사례가 한국에서 재현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심심찮게 나온다. 해외변수는 여전히 불투명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지만 대세는 변함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하반기에는 내수중심의 경기회복이 본격 진행될 것이란 진단이다.대우증권은 “1분기에 1.4% 증가에 그친 민간소비가 2분기 1.9%, 3분기 2.4%, 4분기 3.7%로 늘어나며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내수 본격 회복에 따라 올 수출증가율은 지난해(31%)의 3분의 1 수준인 10.8%에 머물겠지만 4분기 GDP 성장률은 5.2%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삼성증권도 “최근 경기 모멘텀이 약화되고 효자노릇을 하던 수출 증가율도 둔화되고 있지만, 상장사들의 수익구조 개선으로 경기변동에 따른 이익변동률이 감소해 경기변동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반감되고 있다”며 “지금은 주식을 사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상반기 내내 증시의 발목을 잡았던 미국 금리인상,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고유가 등의 악재도 하반기에는 점차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다. 2004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행진은 마무리 국면이 가까워졌다는 관측이 많다.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의 불투명성도 하반기에는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우증권은 “위안화가 G8(G7+러시아) 정상회담이 열리는 7월6일 이전에 한 차례 절상되는 등 1년 내 10%가량 절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은 저임금으로 노동집약적인 상품을 수출하기 때문에 위안화 절상이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유가도 상반기에 비해 하향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은 “지난 4월 배럴당 56달러(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기준)까지 급등했던 유가는 계절적인 성수기를 고려해도 하반기에는 50~53달러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현대자동차·농심·오리온 등 유망전문가들은 하반기 상승을 주도할 업종으로 IT와 내수 관련 우량주를 많이 지목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업황개선이 기대되는 IT(반도체 가전 디스플레이), 경기 관련 소비재(유통 자동차), 산업재(조선 건설), 의료업종을 하반기 유망주로 꼽았다.종목별로는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산업군에 속한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심텍 농심 오리온 한국전력 아시아나항공 삼성증권 현대증권 LG화재 코리안리 하이닉스 삼성전자 휴맥스 삼성SDI GS건설 대우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을 추천했다.현대증권도 업황저점을 통과하고 있는 IT,내수회복에 따른 대출증가와 부실채권 감소가 기대되는 은행, 장기성장 국면에 있는 제약 및 생명공학,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인터넷 포털, 수출경쟁력을 확보한 자동차 등에 대해 투자비중을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현대는 IT 중 LG필립스LCD LG전자 코아로직을, 금융주 중에선 신한지주와 우리투자증권을 올 하반기 유망주로 꼽았다. 내수주로는 중외제약 LG생명과학 현대건설 NHN 현대차 농심을 추천했다.한국투자증권은 하반기 경기회복을 선도할 IT주와 주가하락으로 가격매력도가 높아진 데다 저평가된 소재주(철강 화학)의 강세를 예상했다.전병서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수회복과 IT주의 수익력 강화를 바탕으로 하반기 증시는 재평가 과정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산업의 업종별 경기 사이클 : ☞ 하반기 유망주 분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