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H2R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는 정확한 정보와 데이터의 수집이다. 시대 흐름의 변화를 읽을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정확히 분석해 낼 수 있어야 그에 따른 대책 수립이 가능하다. 수소시대의 도래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라크 전쟁으로 촉발한 석유 위기로 인해 석유를 대신할 수 있는 에너지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지구촌에서 석유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측면이 더 강하다. 비산유국은 물론이고 산유국들도 절대 물량에서 독자적인 소화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것은 환경이다. 환경문제는 화석연료를 태워 에너지를 생산하는 구조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배출가스를 내뿜지 않는 에너지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태양에너지를 비롯해 전기에너지, 원자력 등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원들이 등장해 어떤 형태로든 인류의 생활에 반영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안전하고 환경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꼽히는 것이 수소다. 자동차업계에 수소 에너지가 가솔린을 대신한다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화돼 있다. 그래서 세계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은 수소를 이용한 연료전지차 개발에 모든 힘을 집중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차란 연료탱크에 수소를 탑재하고 그것을 차 안에서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발생시켜 전기로 주행하는 자동차를 말한다. 이것은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가 1993년 우주선 제미니에 사용한 연료전지 시스템을 자동차에 적용해보자고 했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수소를 가솔린의 대안으로 고려한 것은 BMW였다. BMW가 액체수소엔진 개발을 시작한 것은 1978년의 일이다. 1978년이라고 하면 제2차 석유파동이 시작된 해다. 그 5년 전에는 제1차 석유파동이 일어났고 그 파장은 심상치 않았다. 제2차 석유파동은 이란 혁명의 진전에 의해, 이란 원유의 공급 정지와 걸프만 지역의 탱크 수송 정지를 불러오기에 이르렀다. BMW는 그러한 시대 배경을 간파하고 화석연료의 감소와 엔진 배출가스에 섞여 나오는 유해물질의 정화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대체 연료에 대한 전투를 시작한 것이다. BMW 라인업에 액체수소를 연료로 하는 엔진이 최초로 탑재된 것은 1979년의 중형 모델인 520이었다. 이때부터 연료의 형태는 액체수소와 가솔린 양쪽에 대응한 바이 퓨얼 방식을 채용해 왔다. 트렁크 룸은 액체수소를 적재한 초단열 탱크로 가득 찼지만 계측기재를 탑재한 상태에서의 최고 속도는 140km/h였다고 한다. BMW의 지원을 받아 연구 목적으로 독일 우주공학연구소가 제작한 자동차였다. 1984년에는 745i 터보를 베이스로 3.5리터 직렬 6기통 엔진을 액체수소와 가솔린에 바이 퓨얼화해 최고 속도가 185km/h에 달했다. 이것도 독일 우주공학연구소와 BMW의 공동 프로젝트였다. 1988년에는 BMW가 독자 개발한 735i를 베이스로 한 수소와 가솔린의 바이 퓨얼 직렬 6기통으로 희박연소를 채용해 최고 속도 180km/h를 실현했다. 수소탱크의 탑재 방법 개선에 의해 수소자동차로서는 처음으로 트렁크 스페이스를 확보했다. 그리고 2000년, 현재의 750hL로 진화했다. 5.4리터 V12 엔진을 수소와 가솔린에 바이 퓨얼화해 최고 속도는 226km/h에 달하고 있다. 또 소량인 15대를 생산해 하노버에서 열린 박람회에서의 사용하도록 공급되기도 했다. 이미 10만km를 주행하고 있는데 그동안 별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15대 정도가 동일한 성능을 보이고 있어 양산화에도 이를 수 있다고 BMW는 강조하고 있다. BMW는 연료전지가 아닌 수소엔진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양산화의 가능성을 들고 있다. 기존 엔진을 사용하면 대규모 신규 설비 투자를 할 필요가 없고 양산에도 용이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소를 연료로 하는 자동차의 가격이 적당하지 않으면 아무리 환경과 에너지의 과제를 해결해도 시장은 수소자동차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또 가솔린에서 수소로 대체하는 연료 공급 스테이션의 전환과 보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수소자동차의 이용은 늘어나지 않는다. 자동차 메이커의 노력만으로 사회 기반을 충실하게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BMW가 2001년 2월부터 시작한 ‘클린 에너지 월드투어’가 갖는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아랍의 수장국 연방인 두바이를 시작으로 벨기에 브뤼셀, 이탈리아 밀라노, 일본 도쿄,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으로 750hL을 운반해 가며 수소의 시대를 실현하기 위한 문제 제기를 BMW는 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태양열을 이용한 수소 생산의 방법을 찾고 브뤼셀에서는 자동차의 인증과 보험 등 국경을 초월한 법 정비를 호소하고, 밀라노에서는 수소보급소 설치 확대를 꾀하고자 했고, 도쿄에서는 대도시에서의 수소자동차의 유효성을 보여주었으며,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연료전지의 보급에 힘을 쏟고 있는 곳에서 수소자동차의 장래성을 주창했다. 그리고 이번에 독일 베를린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해 나름대로의 행보를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 수소의 시대를 하루라도 빨리 맞이하기 위해서는 내일이 아닌 오늘 제 일보를 내 디디는 것이 중요하다고 BMW는 말하고 있다. 바로 수소엔진의 정점에 있는 수소연료 경주 차량이 지난 5월 초 서울모터쇼를 통해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소개됐다. H2R라고 하는 이 차는 6리터급 12기통 수소연료엔진을 장착해 엔진 출력 285마력(210Kw), 최고 속도 302.4km/h를 발휘한다. 출발에서 100km/h 가속 시간은 6초에 불과해 일반 가솔린 자동차와 맞먹는 성능을 과시하고 있다. 물론 이 기술은 일반 세단형 자동차에 피드백이 될 것이다. BMW 그룹 보드 멤버인 부카르트 괴셀 박사는 H2R가 보여준 성능은 이미 수소연료 시대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 BMW가 오랫동안 축적해 온 수소연료 기술을 바탕으로 정치가들 및 에너지 산업계와 함께 힘을 모아 지속적인 이동성(sustained mobility)이라는 우리의 꿈을 현실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BMW 그룹은 대체 에너지 자동차 개발에서 연료전지나 하이브리드 카보다는 궁극적으로 연료와 공해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수소 직접 주입 방식의 수소차 개발에 몰두해 왔다. 이미 여러 실험과 시험 주행을 성공적으로 완료했으며, 곧 시판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 BMW측의 주장이다. 하이브리드와 연료전지 차에만 관심이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BMW의 이런 행보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