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길어진 것 같다. 이미 6월 중순부터 한낮 최고기온이 벌써 30도를 넘나들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휘지는 날이 많다. 잠시 일을 접어두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보면 어떨까. 이제 겨울색 완연한 남반구도 좋고, 백야에 잠 못 이루는 서늘한 북유럽도 그만이다. 쉬 가 볼 수 없어 더욱 그리운 그곳의 길 위에 기분 좋은 재충전의 열쇠가 숨겨져 있다. 호주 그레이트 오션 로드와 필립섬호주의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빅토리아주 남부 800리 해안에 걸쳐 있는 길이다. 멜버른 인근의 소도시 토퀘이에서 와남불에 이르는 이 길은 바닷물에 의해 깎인 해안절벽의 멋진 풍광으로 이름 높다. 안길 드라이브의 참맛을 만끽할 수 있다.12사도상이 압권이다. 거대한 석회암 바위무리가 해안 가까이 줄지어 서 있다. 큰 바위는 높이 70m에 둘레가 65m를 헤아린다. 예수의 12제자가 당당히 서 있는 것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전망대가 잘 조성돼 있다.로크 아드 고지도 멋지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크게 벌리고 있는 괴수의 아가리를 연상시키는 곳이다. 만곡부 아래쪽에 형성된 고운 모래의 해변까지 내려 갈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침몰한 이민선 로크 아드호와 두 젊은 남녀 생존자의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런던브리지도 관람포인트. 해안절벽이 파도에 깎여 떨어져 나온 곳으로 가운데 부분이 뻥 뚫려 있어 마치 교각을 세운 뒤 놓은 다리처럼 보인다. 10여 년 전까지 뭍에 연결되어 있었다고 한다. 12사도상 쪽에서 헬기투어를 할 수도 있다.멜버른에서 동남쪽으로 120㎞쯤 떨어진 필립섬에도 꼭 들러야 한다. 청정대륙 호주에서도 알려진 생태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다. 매일 밤 바다로 먹이사냥에 나섰다가 이곳 둥지로 떼지어 돌아오는 ‘리틀 펭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계절에 따라 귀소하는 펭귄의 수가 다르다. 한겨울에 해당하는 8∼10월에는 500∼700마리를 볼 수 있다. 캐나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와 원시자연아이스필드 파크웨이는 캐나다가 자랑하는 드라이브 코스. 밴프에서 재스퍼까지 720리나 이어지는 이 길은 캐나디안 로키의 때묻지 않은 자연을 함축해 보여준다. 밴쿠버에서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여행이 시작되는 캘거리 또는 에드먼튼까지 항공으로 이동하는 상품이 나와 있어 한층 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렌터카 여행이 최고지만 브루스터사가 운영하는 버스투어도 알차다. 캐나다 최초로 지정된 밴프 국립공원의 중심마을인 밴프는 동화 속에나 등장할 것 같은 분위기를 자랑한다. 설퍼산 정상을 올라가 봐야 한다. 해발 2281m 전망대까지 곤돌라가 놓여 있다. 일망무제의 검푸른 나무숲이 가슴을 뚫어준다. 산 아래 곤돌라 탑승장 옆에 있는 어퍼 핫 스프링스에서의 온천욕도 필수. 밴프 스프링스 호텔에 머물면 금상첨화다. 중세 고성 같은 분위기의 이 호텔에 들면 스스로가 마치 귀족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레이크 루이스도 입이 벌어지게 만든다. 산정에 2단 빙하가 흐르는 빅토리아산을 중심으로 둘러쳐진 산자락에 안긴 호수는 캐나디안 로키의 호수 중 제일 아름답다는 평을 듣는다. 호수를 품고 있는 페어먼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 호텔도 그림 같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중간의 콜롬비아 대빙원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 이 빙원에서 흘러내린 애서배스카 빙하를 밟을 수 있다. 빙하체험 전용 차량인 아이스 익스플로러를 타고 빙하가 처음 흘러내리는 곳까지 올라가 원시의 눈과 얼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 홋카이도의 비에이∼후라노홋카이도 중앙 비에이에서 후라노로 이어지는 ‘꽃과 사람의 길’을 따라보자. 울긋불긋한 꽃과 그 꽃이 어울려 빚어내는 아름다움에 흠뻑 취할 수 있다. 여인의 가슴 선을 연상케 하는 나지막한 언덕들은 그대로가 예술작품인 양 화려한 색깔을 뽐낸다. 7월 하순이 절정.그리 넓지 않은 길 옆 언덕 사이로 여러 갈래의 좁은 흙길이 이어진다. 어느 곳이든 사진기를 들어 셔터를 누르면 그대로 작품이 된다. ‘마일드 세븐 언덕’ 등 하얀 꽃의 감자밭 옆으로 초록 잎새가 바닥에 깔린 비트밭이 이어지고, 누런 대롱의 밀밭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온통 샛노란 해바라기 밭도 눈이 번쩍 뜨이게 만든다.이들 꽃 중의 우두머리는 후라노 지역의 라벤더라 할 수 있겠다. 길가의 전망공원은 온통 라벤더의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다. 라벤더의 중심무대는 역시 도미타 농원이다. 도미타농원은 이 지역에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일등공신. 25㏊의 농원 땅 절반 가까이를 장식하고 있는 라벤더의 보랏빛 꽃과 향이 넋을 놓게 만든다. 20여종의 다른 꽃들도 라벤더밭 풍광을 예쁘게 장식한다. 농원 한쪽에 서로 다른 색상의 융단 두루마리를 펼쳐 놓은 듯 꾸며놓은 이도로리화원의 풍경이 압권이다. 라벤더를 이용해 만든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라벤더 향수, 향초, 초콜릿 농원에서 직접 만든 기념품도 인기 높다. 아사히카와와 후라노 사이를 연결하는 여름철 임시 관광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전망객차여서 창 밖 꽃밭풍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자전거 하이킹도 권할 만하다. 노르웨이 플롬산악열차와 피오르드노르웨이 여행길의 하이라이트는 피오르드 사파리. 넉넉히 배를 타고 가며 피오르드의 절경을 감상하는 것이다. 피오르드는 빙하에 의해 침식된 곳에 바닷물이 들어 차 형성된 해안지형으로, 에메랄드빛 바닷물과 산정에서 흘러내리는 폭포, 그리고 가파른 산간에 기대어 있는 마을 풍경이 넋을 놓게 만든다.노르웨이의 피오르드 중 우리에게 제일 잘 알려진 곳이 송네 피오르드다. 송네 피오르드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길고(204㎞) 제일 깊은(1309m) 피오르드. 게이랑거 피오르드, 하르당거 피오르드 등과 함께 피오르드 여행의 백미를 이룬다. 송네 피오르드 여행길은 대개 뮈르달에서 플롬으로 내려간 뒤 크루즈를 타고 구드방겐으로 이동해 베르겐으로 빠지는 일정을 따른다. 플롬에서 여러 종류의 피오르드 사파리를 즐길 수 있다. 트레킹을 하며 높은 곳에 올라 피오르드 전체를 내려다 볼 수도 있다.피오르드 크루즈는 물론이거니와 뮈르달에서 플롬까지 연결하는 플롬 산악철도 여행길 또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깎아지른 듯한 계곡의 경사면에 터널을 뚫어가며 낸 철길이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계곡을 타고 흘러내리는 가느다란 폭포와 그 아래 푸른 초원에 조용히 자리한 마을풍경도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