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Private Banking

프라이빗 뱅킹의 고향은 스위스프라이빗 뱅킹(PB)은 16~17세기 스위스에서 처음 시작됐다. 스위스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동전이 유통됐고, 이를 유통해 주는 환전상들이 PB의 전신이다. 당시 스위스에는 국가 간, 가문 간 전쟁이 빈발했다. 귀족들은 용병을 사서 전쟁을 치렀으며 이 과정에서 막대한 현금자산을 축적해 나갔다. 전쟁터에서 귀족들의 개인자산을 보관하고 운용해주는 비즈니스가 필요했는데, 이게 바로 PB였던 것이다.국내에서는 1991년 씨티은행에서 ‘씨티 골드’란 브랜드로 개인대상 자산관리 서비스(Wealth Management)를 최초로 도입했다. 최근에는 증권사와 보험사는 물론 제2금융권인 상호저축은행까지 PB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금융사들은 PB를 조금씩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프라이빗 뱅킹(Private Banking)이라고 하나 일부에선 퍼스널 뱅킹(Personal Banking)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PB는 일반적으로 일정 금액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투자 상담, 재정 문제에 관한 법률 및 세무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자산관리 종합서비스라고 정의할 수 있다. 최근에는 자산운용 관련 서비스는 물론 생활·문화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이른바 고객을 위한 ‘솔루션 프로바이더’(Solution Provider)가 PB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가 됐다.프라이빗 뱅킹 ‘파레토의 법칙’이 지배PB는 선진국에서 1980년대 비약적으로 발전해 1990년대는 가족의 모든 금융 업무를 처리해주는 ‘패밀리 오피스’영역으로, 2000년대 들어서는 금융서비스뿐 아니라 건강, 자선, 예술 등 고객의 생활 전반에 걸친 영역까지 서비스하는 ‘라이프 케어’개념으로 확장됐다. 반면 국내 PB는 이제 갓 패밀리 오피스 영역을 거쳐 라이프 케어분야를 개척하는 단계다. 그러다 보니 아직까지 PB시장에 대한 전략과 비전을 명확하게 세우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전문가들은 이같이 국내 PB가 아직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꼽는다. 첫째, 은행은 물론 금융기관이 투자자문 업무 겸영이 허용되지 않아 PB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제공하는 투자자문 서비스에 대해 수수료 수취가 불가하다는 점이다. 투자자문 수수료가 없을 경우 판매수수료와 예대마진 수익을 위해 무리하게 자사 상품만을 권유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둘째,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부유층이 부동산가격 상승을 통해 부를 축적해 옴에 따라 금융자산관리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는 점이 PB분야 발달을 늦어지게 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회사들은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파레토 법칙’에 따라 더욱 부유층 고객에게 영업력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레토 법칙은 1897년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가 처음 주창했다. 파레토는 19세기 영국의 부와 소득 유형을 조사하던 중 극소수(20%) 국민이 대부분(80%)의 소득을 올린다는 부의 불평등 현상을 발견했다. 이러한 법칙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자료를 조사해도 그 불균형 패턴이 일정하다는 것이다.부동산 갑부·대물림부자가 주고객 PB센터나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은행 대부분이 수신금액 10억원 이상 고객을 PB 대상으로 삼는 추세다. 은행 관계자들은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 돼야 영업측면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부 은행의 경우 부자들이 여러 은행을 이용하고 있는 점을 들어 대상 규모를 5000만원까지 낮추기도 했다.미국 일본 등 선진국 금융사도 예금 잔액 또는 투자금액 기준으로 100만달러(또는 1억엔) 이상 보유자를 PB 대상 고객으로 선정하고 있으나 일부 미국 은행은 고객기반 확대를 위해 기준을 50만달러 이상으로 하향 조정하는 경우도 있다.금융회사에서 정해 놓은 PB 대상이 되는 고객은 어느 정도 될까. 부자들이 자신의 재산을 공개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다 보니 정확한 통계치는 없고 추정만 하고 있을 뿐이다. 금융회사들은 대개 5만에서 10만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며,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금융자산만 10억원(100만달러)이 넘는 고액 자산가는 약 7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고액자산가는 누구일까. 부모에게 고액의 재산을 상속·증여받은 세속 갑부는 물론 부동산 투자로 단기간에 부자대열에 합류한 부동산갑부, IPO(기업공개)를 통해 떼돈을 번 벤처사업가, 고액 연봉의 전문직 종사자가 바로 이들이다.프라이빗 뱅킹의 다양한 서비스지난해 한국씨티은행 출범 이후 은행 간 PB 전쟁은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저마다 차별화한 서비스와 프로그램으로 고객을 잡기 위한 마케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전공분야랄 수 있는 자산관리 서비스는 물론 자녀의 유학상담 중매 등 각종 비금융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특히 PB 고객에게는 일반 금융상품과 함께 PB 전용 금융상품이 제공되나, 금융상품 종류와 범위는 금융회사의 특성과 역량에 따라 차이가 있다. PB 전용 금융상품에는 주가지수연동상품(예금, 수익증권), 외화표시채권 및 PB 고객을 위한 전용펀드, 글로벌펀드 등이 있다.현재 국내 금융시장의 경우 금융업종별 규제로 인해 제공되는 금융상품에 업종 간 차이가 큰 게 사실이다. 증권사의 경우 예금과 대출 등의 은행상품은 취급하지 못하나 주가연계증권(ELS)과 국내 펀드에 강점을 보이고 있으며, 보험사는 장기성 보험에 강점을 갖고 있다.PB에서는 고객의 자산, 보유규모 및 리스크에 대한 태도 등을 감안해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짜주고 있다. 이를 위해 심지어 타사 상품 가입을 권유하기도 한다.한편 금융상품 이외에 금융회사별로 각종 유·무료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각종 수수료 할인 또는 면제는 물론 개인대여금고 서비스, 유언신탁 및 관리, 상속세 절감 및 법률상담, 부동산 관리 대행 등의 서비스는 거의 모든 금융사에서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타 업체와의 제휴를 통한 의료, 자녀 유학상담, 회원 자녀 간 중매, 여가활동 등 문화 및 생활 전반에 걸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한국씨티은행은 지난 5월 부유층 고객을 상대로 사상 처음 패션쇼를 개최한 데 이어 국민은행은 국내 최초로 PB센터를 화랑으로 이용하는 ‘갤러리 뱅크’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PB 고객들의 미혼 자녀 맞선을 주선하는 행사를 부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이 가운데 결혼에 골인한 경우 은행장이 직접 주례를 서기도 해 화제가 됐다.신한은행은 PB 고객을 이천의 한 도자기업체로 초청, 제조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들은 뒤 고객들이 직접 그릇을 만드는 행사를 갖고 있다. 조흥은행의 경우 PB 고객 가족의 결혼행사 등에 ‘뉴 롤스로이스 팬텀’차량을 보내주는 시승서비스를 하고 있다.스탠다드차타드은행 PB센터의 경우 고객의 편의를 위해 리무진을 이용해 PB 고객들을 위한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서비스를 제공한다.좋은 프라이빗 뱅킹 선택법고객 입장에서 모든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를 받는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이 가운데 주거래 PB센터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그 이유는 PB의 주 목적인 자산관리서비스(Wealth Management Service)를 제대로 받고자 한다면 프라이빗 뱅커(PB센터 직원)에게 자신의 재무상태나 가족현황, 투자성향 등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게 좋다. 그래야 종합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기존의 전통적인 부자들은 금리 1%에 흔들리지 않으며, 남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프라이빗 뱅커들은 “대부분의 고객들은 정확한 자산규모 등을 털어놓지 않는다”면서 “이런 경우 상담을 해와도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밖에 하지 못하고 있으며, 포트폴리오를 짜는데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그렇지만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부동산시장 불안, 세부담 증가로 인한 부동산 투자 수익률 하락, 금융업종 간 영역을 뛰어넘는 금융상품 및 파생상품의 등장 등으로 전문적 금융지식이 없는 개인고객은 자산관리에서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따라서 좋은 프라이빗 뱅킹과 뱅커를 선택하는 게 소중한 내 자산을 관리하는 첫걸음이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맞는 프라이빗 뱅킹과 뱅커를 정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내 PB 전문가들은 PB 선택에 있어 크게 세 가지를 확인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첫째, 금융사의 PB영업에 대한 경험을 짚어보라고 권유한다. 일부 은행은 단순히 자사 상품을 팔기 위한 창구로 PB를 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해당 은행의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한 안전성에 대해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둘째, 양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갖추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양질의 상품그룹과 서비스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은행만이 고객의 재무적, 비재무적 문제의 해결사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특히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산시스템(종합자산관리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는 실력과 자질을 갖춘 프라이빗 뱅커를 보유하고 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고객과의 친밀한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고객의 성향에 따라 최적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프라이빗 뱅커가 있는 은행을 선택해야 한다. 금융상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 급변하는 경제금융 환경을 읽고 해석할 줄 아는 능력, 고객의 평생 파트너로 투철한 윤리의식과 책임감 등을 갖춘 뱅커가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것.☞ PB 트랜드의 변화 : ☞ 자산관리 시스템 : ☞ 주요 은행별 PB 비금융서비스 : ☞ 주요 은행의 PB고객 기준 : PB 100% 활용법부동산으로 큰 돈을 번 부자들이 한결같이 발품을 파는 것을 아까워하지 말라고 조언하듯 실패 없는 자산 관리를 위해선 PB를 선택할 때도 대상 PB를 고른 후 직접 방문해 1 대 1 상담을 받아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또 수시로 프라이빗 뱅커에게 전화를 걸어 본인의 자산관리와 수익률을 확인하라. 자주 전화해서 상담한다고 상담비용이 드는 것은 아니다. 타사 PB에서 상품 외 서비스나 행사관련 사항을 거래 은행에 전화해 당사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수시로 문의한다. 그렇지 않다면 프라이빗 뱅커들은 당신이 원하는 서비스가 나와도 관심이 없다고 판단해 연락하지 않을 수 있다.